인문 사회

먹는물이 위험하다-과불화화합물을 쫓는 집념의 르포

모로나가 유지 지음 | 정나래 옮김
쪽수
318쪽
판형
145*212
ISBN
979-11-6861-225-9 03330
가격
25,000원
발행일
2024년 2월 15일
분류
환경문제


책소개

“저널리즘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는 책”  

“훌륭한 르포이자 집중 취재의 표본” _아마존 독자 리뷰


물오염을 밝혀낸 집념의 취재기록

과불화화합물 사태로 드러난 시대와 사회의 병폐



영원한 화학물질, 과불화화합물로 오염된 먹는물


한국과 일본에서 과불화화합물로 인한 오염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23년 7월 일본의 미군 아쓰기기지 내 저류지에서 잠정 목표치의 18배나 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 2020년 한국에서는 주한미군기지 5곳의 지하수에서 기준치의 15배가 넘는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었다. 2022년 부산에서는 취수장 원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었으며, 지난 2018년 대구에서는 정수된 물에서조차도 이 화학물질이 165ng이나 검출되었다. 과불화화합물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PFOS・PFOA로 대표되는 과불화화합물의 별칭은 영원한 화학물질이다. 완전히 분해되는 데 수천 년이 소요되기에 붙은 별명이다. 이 물질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그대로 축적되어 신장암, 고환암, 대장암 등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거기다 이 물질은 탯줄을 통해 모체에서 태아로 전달된다. 세대를 넘어 오염이 전해지는 것이다. 과불화화합물의 심각성을 파악한 유럽연합은 2022년 3월 PFAS(PFOS와 PFOA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과불화화합물을 총칭하는 말) 사용 제한을 결정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도 PFAS 및 기타 오염물질 제거에 1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고, 2023년 3월 사실상 PFAS를 퇴출시키는 규제안을 내놓았다. 

아사히 신문의 기자인 저자는 도쿄의 수돗물이 발암성 물질로 오염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품고 조사를 시작했다. 저자의 취재에 정부기관의 담당자는 “오염은 없다. 수돗물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고 답한다. 그러나 의문을 하나씩 풀고 진상을 파헤치는 동안 숨겨져 있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정부의 부실한 대처, 자신들의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정부기관의 거짓말, 미군과의 불평등한 협정에 따른 환경 피해, 가려져 있던 오염…. 저자가 밝혀낸 것은 물오염뿐만이 아니라 일본이라는 나라가 안고 있는 위기의 심층이기도 했다.


정부의 부실한 대처와 행정기관의 불투명성


과불화화합물의 심각성을 제시하는 논문이 여럿 발표되고 오키나와와 도쿄의 주일미군기지와 얽힌 과불화화합물 오염이 심심치 않게 보도됐지만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과불화화합물의 수질 관리 기준 설정을 미뤄왔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다는 이유였다. 마땅한 기준이 없으니 지자체는 조사하지 않고, 조사하지 않으니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모르니 조사하자’가 아니라 ‘모르니 가만히 있자’는 심산이다. 

2019년 6월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유보했던 과불화화합물 수돗물 수질 목표치 설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다. 저자는 급작스러워 보이는 정책 변경의 배경을 알아내고자 정부기관의 담당자를 방문해 묻는다. 담당자는 미국 EPA에서도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권고치를 강화하고 유럽식품안전청에서도 주간섭취허용량을 발표했기 때문에 방침을 변경했다고 답한다. 그러나 EPA가 권고치를 강화한 것은 3년 전인 2016년이고 유럽식품안전청이 과학적 의견서를 발표한 것은 이미 1년 전의 일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대답에 저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목표치 설정 판단까지의 과정이 적힌 문서를 요구하지만 ‘문서 없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눈을 의심케 하는 문구 앞에서 저자는 행정기관의 불투명성을 여실히 느낀다.


공익을 위해 물오염을 집요하게 파헤친, 투철한 기자정신


과불화화합물과 물오염을 추적하며 저자는 여러 차례 정부기관을 방문하며 자료를 요청하고 담당자와 면담했다. 연이은 취재 거부는 물론이고 애써 받은 서류에는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밝힐 수 없다”는 이유로 먹칠이 되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굴하지 않고 진상이 드러날 때까지 조사를 이어나갔다. 그가 과불화화합물과 관련된 물오염 사태를 조사하며 신청한 정보공개 청구 건수는 100건이 넘는다. 

기자의 취재 과정을 기록한 책이 출간된 이후 요코타 기지가 있는 다마 지역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과불화화합물 혈중 농도 검사가 재차 진행되었고 결과적으로 일본 국민 평균치의 2.4배에 달하는 수치가 확인되었다. 2023년 7월에는 도쿄도가 요코타 기지 내에서 과불화화합물 유출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과불화화합물로 인한 지하수의 오염도, 오염원의 정체도 외면해 왔던 도쿄도가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려고 하고 있다.

저자가 지난한 취재과정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일본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가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공문서를 다루는 행정기관의 폐쇄성과 기록을 경시하는 태도, 정책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조사와 데이터의 부재 혹은 위장, 논리적인 근거 없이 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내려지는 결정, 다른 나라 뒤를 쫓는 사이 잃어버리고 만 주체성, 시민들을 향한 설명을 외면하려는 책임 회피,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공백…….

저자가 느낀 위기감에서 한국 독자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책에 담긴 일본 사회는 어쩌면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른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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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6 처음에 내가 들은 설명은 “오염은 없다. 수돗물은 안전하니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였다. 하지만 떠오르는 의문을 하나씩 풀고 진상을 파헤치는 동안 숨겨져 있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과불화화합물이라는 생소한 화학물질에 따른 오염이었다.


p43 정보공개청구를 했건만 중요한 부분이 검게 가려져 있었다. 전후 문맥으로 살펴보았을 때 민감한 사항이거나 개인정보일 리도 없었다. 알고 보면 그저 일반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런데도 감추는 배경에는 석연찮은 무언가가 있음이 분명했다. 이대로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정보 은폐 행위를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마음껏 그 범위를 넓혀갈지도 모른다.


p64 기록이 없다더니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도 이렇다 할 설명은 없었다. 형식적인 사과만이 회의실 공기 중에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공무원이 이토록 명백한 거짓말과 말도 안 되는 설명을 당당하게 내세우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물론 가끔 국회에서도 보는 광경이기는 했다. 어쩌면 행정 조직은 ‘은폐가 체질’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뿌리부터 깊이 썩어 있는지도 모른다. 


p134 미 국방성은 자국에서 발생한 기지 오염은 순순히 인정하고 정화 처리에도 힘썼지만 주일미군 기지에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체하며 정보 제공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나 지자체 역시 치외법권에 해당하는 펜스 안쪽으로는 관심을 두려고 하지 않는 모양새다.


p176 미군은 폐수 배출 이유를 “오염수 처리에 드는 전문 업체 위탁 비용의 부담이 커서”라고 설명했다. 위탁 처리에 돈이 드니 하수도에 버리겠다는 소리다. 더 놀라운 사실은 방위성이 후텐마 기지 저수조에 남아 있는 PFOS 포함 폐수를 인수해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폐수 총량 36만 리터, 9억 2천만 원의 처리 비용을 일본이 부담하게 되었다. 이것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말한 ‘세계에서 가장 긴밀하고 공고한 동맹’의 일면이다.


p200 과불화화합물뿐 아니라 여러 화학물질과 접촉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화학물질을 체내에 축적하고 있는지, 그 영향은 허용할 만한 범위인지를 아는 일은 지극히 중요한 일이다. 나카야마 실장의 말을 빌리면 우리는 우리의 혈액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알 권리가 있다.


P298 붕괴하기 시작한 정부와 사회의 모습은 내가 몸담은 언론의 한심한 행태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다. ‘지금’을 쫓느라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취재 과정에서 발견한 수많은 의문은 미해결 상태로 남겨져 어느샌가 잊히고 만다.


저자 소개                                                          

지은이 모로나가 유지(諸永裕司)

1969년 출생했다. 1993아사히신문에 입사해 주간 아사히편집부, 아사히신문 위클리 AERA편집부·사회부·특별보도부를 거쳐 현재는 마케팅전략본부에 근무한다. 주요 저서로 미일 간 오키나와 밀약을 다룬 두 가지 거짓-오키나와 밀약 1972~2010과 미 군정 시절 일본철도총재 시모야마 사다노리의 실종 사건을 파헤친 매장된 여름-추적, 시모야마 실종 사건이 있다.


옮긴이 정나래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10년 넘게 건설회사에 재직하면서 환경 플랜트 시설의 공정 설계 업무를 담당했다. 틈틈이 익혀둔 일본어 덕분에 일본 협력회사와의 사내 통·번역 업무를 도맡으며 자연스레 번역가의 역량을 다졌다. 현재는 번역가로서 의미 있는 지식을 옮기는 데 힘쓰고 있다.


차례                                                             

머리말


1장 영원한 화학물질

  프라이팬에 숨어있던 ‘폭탄’ / ‘영원한 화학물질’과 여섯 가지 질병 / “일본에서는 이미 다 끝난 일인걸요” /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2장 감추어진 지하수 오염

  도쿄는 오염되었나 /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 / 뜻밖의 정보 / 취재 거부와 정보 공개 / 5년 새 농도는 2배로 / 도쿄도 환경국의 추적 조사 반대 / 검게 칠한 이유 / 불복심사청구 끝에


3장 취수 중단의 충격

  지하수는 수돗물로 사용되고 있었다 / “오염이 발생할 일은 없습니다” / 네 군데 수원 취수정에서 취수를 중단했다 / 계기는 NHK 〈클로즈업 현대+〉 / 도쿄도의 임시 조사 / 취수 중단의 진짜 이유 / 숨겨진 또 다른 진실 / 비밀주의의 함정


4장 수질 조사는 하고 있었다

  50년 전부터 다마강에서는 / 모두 게시했다더니 / 어째서 기록이 없을까 / 정면 대결 / 은폐의 기운 / “도가 지나치네”


5장 보이지 않는 수맥

  지하수는 어떻게 흐르는가 / 수맥 파악의 난점 / “조사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듭니다” / 3차원 흐름 분석


6장 오염원을 쫓다

  두 번에 걸친 오염원 조사 / ‘비행장’은 어디인가 / 소방 훈련장을 발견하다 / 웹 페이지에서 사라진 조사 결과 / 1993년 연료 누출 사고 / 미군 문서에서 발견한 화살표 하나 / 포소화약제 3,000리터 누출 / 보도 직후 실시한 임시 조사 / 50년 전 취수정 목록 / 오염된 모니터링 취수정을 찾다 / 화살표 하나와 동그라미 두 개


7장 무책임의 연쇄 작용

  증거가 모였다 / 책임을 돌리는 도쿄도 / 공중에 붕 떠버린 도쿄도의 문의 / ‘포소화약제 사용’을 인정한 미군


8장 주일미군지위협정이라는 벽

  가데나 기지 내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고농도로 검출되다 / 미군 측에 ‘샘플 채취’를 요청하다 / 문전박대당한 오키나와현 / 끝내 발표하지 않은 문헌 조사 결과 / 미국, 차원이 다른 오염 / 누락된 ‘환경’ 조항 / 환경보완협정의 허점 / 결정권은 미군에 / 방치된 ‘출입 조사’ 신청 / KISE라는 이름의 덫


9장 미일합동위원회의 그늘

  행정관과 군인의 회의 / 환경성의 기지 내 조사가 중단되다 / 태도를 바꾼 외무성의 정보 공개 / ‘패소’를 택하고 지킨 것 / 미군의 오염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외무성 / 정보 확보 의지에 대한 의심 / 오키나와현의 ‘지위협정’ 조사 / 미군의 배상금을 떠안다


10장 ‘공백’의 무대 뒤

  정부, “수돗물 수질 목표치 설정” 발표 / 갑작스러운 방침 변경 / WHO에 기준이 없는데 / 과정을 기록한 문서는 “없음” / 전문가 검토가 시작되다 / 보고는 전국의 3% / EPA 기준을 보고 나서 / 50ng/L의 충격 / 당당하게 털어놓는 ‘공백’ /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혈액 검사를 / 해외의 바이오 모니터링


11장 바이오 모니터링

  시작은 도코로자와 다이옥신 오염 사건 / 태동하는 후추·고쿠분지 조사 / 혈액 채취라는 장애물을 넘어 / 아프가니스탄 사정에 정통한 의사 / 오랫동안 마셔온 지하수 / 독일 PFOS 지침을 훌쩍 넘긴 다섯 명 / 반감기는 ‘수년’ / 오사카에서 최고 농도 / 힘겹게 만난 교토대학교 명예 교수 / 오염 기업 다이킨의 책임 / “미 권고치는 규칙도 아니고 규정도 아니다” / 다마 지역에서 전수 검사를 / 고이즈미 환경상을 향한 호소 / 뒤처지는 일본


12장 번져가는 오염

  묻혀있던 연구 성과 / “데이터는 공개할 수 없다” / 검게 칠한 데이터 / “언론사에서 나오셨으니 기사라도 나면······” / 먹는물 취수정의 농도가 밝혀지다 / 고농도가 검출되었지만 취수를 멈출 수도, 알릴 수도 없다 / 전용 상수도에서도 고농도 검출 / 이온 분석으로 오염원을 찾다 / 물순환 기본계획 / 제자리걸음 걷는 PFOS 폐기 / 타산이 맞지 않는 폐기 비용


마지막 장 오염과 은폐

  보이지 않는 과거 / 거듭된 거짓말 / 데이터를 버렸을 리 없다 / 다마수와 세 지자체 / 왜 숨긴 걸까 / 수질 관리 담당 과장이 내린 공개 불가 결정 / 신뢰도 검증 없이 공개 불가로 / 왜 공개하기로 한 걸까 / 정보 공개 결정에 착오가 있었던 이유 / 어디까지나 공개 부적합 데이터 / 고쿠분지시 환경대책과장의 승진 / 실종된 주체성


맺음말

역자 후기

과불화화합물(PFAS) 규제를 둘러싼 세계 주요 움직임

참고 문헌(각 장 끝 표기 내용 제외)

저자 기사 일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