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몸들의 유니버스 너머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지음
쪽수
548쪽
판형
148*225
ISBN
979-11-6861-143-6 93300
가격
35,000원
발행일
2023년 5월 30일
분류
젠더·어펙트 총서 03

책소개

정동연구와 젠더연구의 결합으로 

주체,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유하는

‘젠더·어펙트 총서’ 세 번째 시리즈 출간


‘몸들의 유니버스 너머’에는 끊임없이 마주치고 

부대끼며 변신하는 몸들이 있다


정동(情動, affect)과 젠더의 연구방법을 결합하여 주체와 몸, 삶과 죽음, 질병, 장애, 소수자, 포스트휴먼 등에 대한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가 젠더·어펙트 총서 제3권 『몸들의 유니버스 너머』를 출간한다. 이번 책에서는 몸들의 유니버스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속체’, ‘배열체’, ‘회집체’ 등의 마주침과 부대낌에 주목하여 연구한 결과물 12편이 수록되었다. 복수형일 수밖에 없는 ‘몸들’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그 사회와 역사의 권력 작용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 바로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젠더·어펙트’ 연구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은 ‘자율적’인 ‘나’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주체화 과정이란 ‘타자-되기’라는 변신의 과정으로 본 들뢰즈의 ‘되기’ 개념을 바탕으로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마주치고 부대끼며 변신하는 몸들을 탐구하고자 한다. 

『몸들의 유니버스 너머』는 몸들과 마찬가지로 정동 연구 역시 유니버스라는 단일한 세계로 수렴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의 ‘몸 둘 바’로부터 다양하게 발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들은 독자들의 ‘몸 둘 바’에 닿아 뒤얽히면서 아상블라주를 이룰 것이다. 그 아상블라주에서 흐르는 정동이 독자들을 새로운 ‘되기’의 영역으로 밀어 올리기를 희망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함께 되기’를 통해 정동 연구는 바로 그 정동과 함께 끊임없이 재생될 것이다.


로컬부터 글로벌 스케일에 이르기까지 

이질적인 요소들의 분리불가능한 내부작용을 짚어내다


1부 〈서사의 역사와 아상블라주: 마주침의 어펙트〉를 시작하는 권명아의 「〈오징어 게임〉 어펙트, 마주침의 윤리와 연결성의 에톨로지」는 초국가적 반페미니즘 백래시 흐름의 형성과 문화자본, 그리고 초국가적 플랫폼의 다차원적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로서 〈오징어 게임〉을 불러낸다. 권명아의 글은 〈오징어 게임〉 텍스트에 대한 해석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의 고유한 정동 정치에 대한 분석과 연결되어 전 세계인이 마주한 정동적 환경을 둘러보게 한다. 

권두현의 「‘실내 우주’의 SF 에톨로지」는 사물-동물-식물이 마주치는 ‘실내’를 ‘우주’라는 연결망으로서 사유하려는 시도다. 『지구 끝의 온실』이라는 김초엽의 과학 소설(science fiction)과 반려종을 다룬 다양한 웹툰을 나란히 두고, 여기에 나타난 다종의 뒤얽힘을 실뜨기(string figures)의 관점으로 해석하면서 실내는 사적 소유의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공존-공생-공산의 조건을 함축한 잠재적 공유지이자 다중적인 공간성과 시간성이 있는 위상학적 우주 공간으로서 개방됨을 제시한다. 

강성숙의 「연결성의 에톨로지로 본 ‘새끼 서 발’」은 고전 서사를 통해 ‘누적’과 ‘연쇄’의 관점에서 연결성을 논구한다. ‘새끼 서 발’ 설화의 주인공이 죽음과 다를 바 없는 퇴행적 상태에서 생명 또는 삶에 대한 사람들의 인정과 지지를 확인하며 생동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 설화에 담긴 긍정적 정동과 에톨로지의 함의를 끌어올린다.


역사적으로 승인되지 못한 몸과 감각은 어떻게 배제되었나


2부 <귀와 눈과 피: 전체와 부분 너머의 신체적 연결성과 어펙트>에는 특정한 신체와 감각을 ‘정상화’하면서 ‘위계화’해온 역사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시도한 글들을 모았다. 이화진의 「‘데프(Deaf)의 영화’를 찾아서」는 1960년대 신필름의 농인 소재 영화들을 검토하면서 영화사의 관점과 장애사의 관점이라는 겹눈으로 스크린 안팎에서 부대끼는 몸들의 역사를 쫓는다. 일련의 영화들이 ‘들리는 세계’를 겨냥해 제작된 상업영화였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농인의 삶을 전경화하고 농인들의 수어 대화를 비중 있게 연출하여 ‘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는 세계’, 그리고 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생각할 틈새를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신체에 각인된 전쟁」에서 소현숙은 한국전쟁기 민간인의 피해와 치유의 과정을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의 구술을 통해 살핀다. 전쟁 당시 부상으로 한쪽 눈을 상실한 한 여성의 생애는 전쟁과 장애, 젠더가 교차하는 전후의 삶을 보여준다.

김이진의 「해외입양인의 가족 찾기 표상」은 한국의 언론과 대중문화가 해외입양인을 어떻게 표상해왔는지를 추적하면서 재현의 대상인 해외입양인과 재현의 주체로서의 해외입양인을 비교한다. 한국에서 해외입양인의 재현은 해외입양인과 생모의 재회에 중점을 두고 있으면서도 재회한 이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 반면, 해외입양인이 제작한 영화 작품은 가족 찾기를 소재로 하면서도, 자신들의 수용국에서의 생활이나 입양 가족의 모습을 전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유의미한 차이를 짚어낸다.

 

전쟁, 냉전, 스포츠 속에서 ‘싸우다’의 어펙트는 

어떻게 생성되고 변용되었나


3부 <‘싸우다’의 어펙트: 전쟁, 냉전, 스포츠 속에서 부대끼는 여자들>에서는 ‘싸우다’의 어펙트가 생성되고 변용되는 양상을 분석적 구체적인 차원에서 펼쳐 보인다. 나이토 치즈코의 「‘아이돌’과 전쟁의 정동」은 ‘아이돌’이라는 기호를 통해 현대 일본의 내셔널리즘이 성폭력과 결합하여 작동하는 구조를 고찰한다. ‘함께 싸운다’는 ‘우리들의 전쟁 이야기’가 펼쳐지는 메타적인 서사 속에서 내셔널리즘과 젠더 위계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김은진의 「미디어 속 여성 스포츠의 서사와 재현」은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서사와 재현을 젠더적 관점으로 분석한다. 여성들이 서로 간의 관계를 통해 주체로서의 인식, 자부심을 드러냈고, 팀워크와 리더십을 배우며 상호 간의 관계, 즉 여성 연대를 만들어갔다는 분석은 재현 너머 정동적 지평까지를 가리킨다.

「냉전의 감정 동원」에서 첸페이전은 냉전 초기 각종 지식의 구축 과정에서 ‘모성애’가 아동 발달과 가족 화합에 미치는 영향이 전에 없이 높은 주목을 받고 있음을 발견한다. ‘어머니의 책임’으로 촉발된 일련의 논의가 ‘모성애’ 및 ‘정서적 성숙’과 ‘민주적 질서의 안정’ 간에 연결 관계를 구축하는 ‘과학적 모성애’로 발전하였다는 논의는 ‘싸우다’의 어펙트가 맞서야 할 대항정치의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 보인다.


시대의 불안과 끊임없이 ‘싸우는’ 여성들의 다양한 실천


4부 <능동인 수동, 수동인 능동: 몸 둘 바(處身)와 어펙트>는 시대의 불안과 싸우는 여성들의 실천을 다양한 맥락에서 검토한다. 최이숙의 「팬데믹 시대, 그녀들은 왜 새벽에 일어났을까?」는 2022년 1월 ‘김미경과 함께하는 514챌린지’에 참여했던 3040 여성들의 경험에 주목한다. 새벽 기상 프로젝트는 자기계발 담론의 실천적 방법으로서, 이 담론이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였다는 것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변동을 결국 개인이 감당해야 했음을 보여준다.

박언주의 「가정폭력맥락에서의 빚과 빚짐에 대한 시론」은 빚에 대한 미시경제적 관점을 거시경제적 관점으로 옮겨 파악하고, 금융자본의 경제적 착취가 여성에 대한 정동적 억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이 글에서 주목을 요하는 대목은 경제적 착취와 강탈을 의미하는 부채 속박으로서의 빚짐과 상호의존과 유대로서의 빚짐을 대비시킴으로써 금융자본주의하에서의 빚의 작동방식과 양면성을 고려한다는 데 있다.

이소영의 「페미니즘은 그 이름이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는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 담긴 동시대적 시간성을 ‘적대’라는 정동의 추이를 통해 살펴본다. 소설 속 인물 강민주가 적대의 행동을 완결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끝내 젠더폭력의 피해자로 남은 것은 공적 시스템 자체에 남성과 여성 간의 성차에 기반한 비대칭적인 관계가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첫 문장                                                            

‘AI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책 속으로                                                          

P. 30

기훈이 믿을 만한 가부장으로 재생하는 과정은 단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자본(신용)’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 신뢰자본 획득 과정에 여성들은 그 누구도 포함되지 않는다. 즉 이러한 서사 속 결국 파산 상태에서 믿을 만한 가부장으로 재생한 기훈의 성장은 신용회복이라고 하는 투기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자본을 획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과정이 ‘돈’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의 문제라는 점을 메시지로 강조하면서 수용자에게 윤리적인 불편함을 소거시키면서 투기자본주의 게임을 도덕화된 감정으로 수용하도록 만든다. 또 이 게임 서사는 사실상 남성만이 접근 가능한 신뢰자본의 세계를 정당화하면서 여성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젠더화된 신뢰자본을 도덕화해 정당화하는 기능을 한다.

_권명아, 「<오징어 게임> 어펙트, 마주침의 윤리와 연결성의 에톨로지」 


p. 111 

식물은 오늘날 또 다른 컨테이너 테크놀로지의 매개를 거치는 과정에서 탈물질화되어 그 조형성만을 추상적으로 남기기도 한다. 오늘날 SNS로 일컬어지는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배경화된 식물을 다시 한번 형상으로 출현시킨다. 식물은 SNS를 통해 복제되고 증식했다. SNS 가운데서도 인스타그램은 식물을 인간에게 한층 가깝게 접근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식물이라는 컨테이너 테크놀로지는 인스타그램의 격자 프레임이라는 디지털 컨테이너에 재매개됨으로써 배경 또는 용기로서의 비가시적 특징 대신 개체화된 형상으로서의 조형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비닐 온실이 식물에게 부가한 것이 바로 이러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조형성이다. 그것은 특히 식물과 이질적인 존재로서 실내의 각종 사물들과의 어울림 속에서 포착되고 강조되었다.

_권두현, 「‘실내 우주’의 SF 에톨로지」


P. 114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신필름에서 제작한 농인 소재 영화들은 장애를 무력하고 의존적이며 열등한 것으로 낙인찍거나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우세했던 1960년대 당시의 시대적 한계 안에 있다. 그러나 농인과 청각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배어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만종〉이 수어 영화로서 다시 위치되어 ‘농인의 영화’를 탐색하는 길잡이가 되는 것처럼, 영화가 재현하는 삶의 이야기 못지않게 영화가 삶을 전달하는 방법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장애 중심적인 사회에서 관행적으로 제작되어온 영화를 장애의 렌즈를 통해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텍스트 안에 존재하는 ‘불구’를 확인하고 그 영화의 재현이 얼마나 장애 차별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특정한 신체와 감각, 인지력을 ‘정상적인 것’으로 생산해온 권력의 역학을 그동안 영화 산업과 영화 연구가 도외시해왔음을 문제 삼고, 제작 현장과 관람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더 나은 영화 연구’48로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_이화진, 「‘데프(Deaf)의 영화’를 찾아서」


P. 255   

장애를 수치로 여겼던 그녀의 삶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노근리사건 진상규명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노근리사건의 피해를 말하며 장애를 설명할 언어를 획득한 그녀는 노근리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지지를 얻게 되자 주눅들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그간의 고통이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경험한다. 이제 의안을 끼지 않고도 시내에 나갈 수 있는 당당함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변화에서 트라우마적 기억의 표현은 그 자체가 고통을 수반하지만 사회적 지지를 동반할 때 그것은 치유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아가 개인의 피해가 역사적 피해의 증거로서 의미화되는 과정에서 그녀의 노근리대책위원회 활동 및 구술증언 행위는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누락된 고통의 기억을 복원하여 공식적인 역사 기억으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전쟁의 일방적인 피해자에서 전쟁에 대해 ‘말하는’ 주체, 즉 역사적 주체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는 그간 여성을 전쟁의 희생자로서만 기억해 온 틀을 벗어나는 것으로 전쟁과 여성의 관계를 새롭게 사고할 시야를 열어준다.

_소현숙, 「신체에 각인된 전쟁」


P. 348-349

여성 팀 스포츠 프로그램인 〈골때녀〉의 가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속해서 변화하고 확장되었다. TV는 ‘문화적 공론장’ 역할을 한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 중 하나인 TV가 다양한 가치와 관점, 의미들을 제시하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전달하는 토론의 장이 된다는 것이다. 즉, TV 텍스트는 기존의 관점을 지원하거나 시험하면서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거나 변형한다. 때문에 〈골때녀〉의 시도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가진다. 마수미에 따르면 ‘계속 비판만 하고 제대로 된 접근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바로 뛰어들어 실험하고 네트워킹’ 해야 한다.

특히 〈골때녀〉가 시사나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웃음은 일종의 “난입”이자 문턱을 넘어 경계를 해체할 힘이다. 웃음은 극단에 놓인 가치를 껴안으며 변화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웃음의 전복성은 미하일 바흐친(Михаи́л Миха́йлович Бахти́н)이 프랑수아 라블레(François Rabelais) 작품 분석에서 말한 ‘웃음을 통해 거지가 왕이 되고 왕이 거지가 되는 카니발(carnival)’에서 발견된다. 웃음은 지배 의식으로부터 일시적 해방을 맞이하게 하고, 타자의 마주침을 통한 순간의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 순간을 만든다. 시청자들은 편안하게 웃으면서 변화한 여성 주체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_김은진, 「미디어 속 여성 스포츠의 서사와 재현」


P. 219-220

사실 페미니즘에 대한 반지성주의적 태도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7 이는 1990년대 여성운동의 주체들도 겪었던 문제였다. 반지성주의를 백래시(backlash)의 일종으로 파악할 때, 1990년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성희롱 등에 관한 법제화 운동은 백래시와 상호 견인하며 이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는 “창녀들을 여성해방운동의 전위세력”으로 간주하고, “성을 거래하는 시장과 유통구조가 더욱 정교하고 다양해져야 한다”면서 “모든 여성이 ‘창녀 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주장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였던 시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미니스트들은 “도전받는 부분에 응수”하면서 페미니즘과 페미니즘이 아닌 것을 구분 지어야만 했다. 이렇듯 “페미니즘이 어디에 와 있는지 조사하는 일”12이 더욱 긴요했던 것은 그 당시 ‘여성학’이 제도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총여학생회의 요구로 대학 내 교양과목으로서 ‘여성학’이 신설되었으며 학내 여성연구소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이르면 여성학은 급속도로 성장하는데, 학위 과정으로서의 여성학 프로그램과 학과 개설이 전국 단위로 확산되었으며, 타 분과학문에서도 ‘젠더’ 연구가 태동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페미니즘을 표방하며 출간된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에 페미니스트들이 우려를 표했던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_이소영, 「페미니즘은 그 이름이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저자 소개                                                          

* 젠더·어펙트연구소

젠더·어펙트연구소는 정동(情動, affect)과 젠더의 연구방법을 결합하여 주체와 몸, 삶과 죽음, 질병, 장애, 소수자, 포스트휴먼 등에 대한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며 ‘연결’과 ‘의존’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의제를 발굴·연구하고 있다.

www.genderaffect.net


권명아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젠더·어펙트연구소장. 근현대 문학과 젠더 이론, 정동 연구, 문화 이론 등 학문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와 함께 지역의 문화적 실천에도 주력해왔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반헤이트 스피치 운동과 이론에 대한 비교 고찰」, 「증강 현실적 신체를 기반으로 한 대안기념 정치 구상」 등의 논문을 썼으며, 주요 저서로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부대낌과 상호 작용의 정치』(갈무리, 2018),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 한국 사회의 정동을 묻다』(갈무리, 2012) 등이 있다.


권두현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동국대에서 강의한다. 미디어와 한국 현대문학/문화의 관계, 특히 드라마 및 각종 대중문화를 대상으로 언표 너머에서 몸이 하는 다양한 일들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관계론적 존재론’의 정동학-텔레비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타난 연결과 의존의 문제」, 「물질적-존재론적 지도 그리기-드라마 한류의 텔레-공화국 또는 수용소 체제」, 「가소성의 생명정치와 몸짓의 정동적 순환 또는 변환: ‘몸짓 산업’ 어셈블리지의 ‘키네틱 애니매시’에 관한 카르토그라피」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강성숙 

인제대학교 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2018년부터 ‘잘 읽고 잘 쓰는 연구소’를 만들어 함께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구비문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구비문학, 여성, 생태, 공동체, 사회적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보살핌의 윤리로 본 바리 신화 연구-전라도 전승본의 ‘구약 거부’와 ‘언니 옷 입기’ 모티프를 중심으로」, 「집안 여성을 기억하는 방식-연경재 성해응의 여성 기록을 중심으로」 등의 논문을 발표했고, 공저로는 『경계에 선 유교 지식인의 여성 담론』(월인, 2017), 『19세기 20세기 초 여성 생활사 자료집』(보고사, 2013) 등이 있다. 


이화진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글로벌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의 영화와 극장 문화에 대해 연구해왔다. 주요 논문으로 「가난은 어떻게 견딜 만한 것이 되는가-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와 빈곤 재현의 문화 정치학」, 「‘더 많은’ 모두를 위한 영화-배리어프리 영상과 문화적 시민권」, 「할리우드에서 온 ‘왜색영화’-<8월 15야(夜)의 찻집>과 탈식민 냉전 한국의 영화 검열」 등이 있다. 저서로 『소리의 정치』(현실문화, 2016), 『조선 영화』(책세상, 2005)가 있고 공저로 『조선영화와 할리우드』(소명출판, 2014), 『조선영화란 하(何)오』(창비, 2016), 『할리우드 프리즘』(소명출판, 2017), 『원본 없는 판타지』(후마니타스, 2020) 등이 있다.


소현숙 

젠더·어펙트연구소 조교수. 한국 근현대 가족사, 사회사, 젠더사, 마이너리티 역사를 전공했다. 주요 논문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불구자’ 개념의 형성과 그 성격」, 「전쟁고아들이 겪은 전후: 1950년대 전쟁고아 실태와 사회적 대책」, 「마이너리티 역사, 민중사의 새로운 혁신인가 해체인가?」 등이 있으며, 저서로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근대적 이혼제도의 도입과 젠더』(역사비평사, 2017), 공저로 『日韓民衆史硏究の最前線』(有志舍, 2015), 『從臺灣與朝鮮 反思日本的殖民統治』(中央硏究院臺灣史硏究所, 2021) 등이 있다.


김이진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강사. 히토쓰바시대학에서 「한국계 해외입양인의 영상표현을 통해 보는 생모찾기의 표상(韓国系国際養子の映像表現にみる生母探しの表象)」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주로 해외입양인에 대한/의한 표상에 주목하여 문화연구를 하고 있다. 근대 이후의 가족 제도와 관념으로 인해 소외된 여성이나 아동, 혼혈인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해외입양인의 가족찾기의 표상(韓国における国際養子と家族探しの表象)」, 「대중영화 속 여성 표상과 초국적페미니즘 연대의 전망-영화 <박열>에 나타난 가네코 후미코의 표상을 중심으로」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나이토 치즈코(内藤千珠子) 

일본 오오쓰마대학(大妻大学) 문학부 교수. 일본 근대문학연구자로 일본 근현대소설과 미디어 전반을 젠더와 내셔널리즘을 테마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에 『愛国的無関心ーー「見えない他者」と物語の暴力』(新曜社, 2015), 『小説の恋愛感触』(みすず書房, 2010), 『帝国と暗殺 ジェンダーからみる近代日本のメディア編成』(新曜社, 2005, 2008年女性史学賞受賞)가 있고, 공저로 『<戦後文学>の現在形』(平凡社, 2020), 『21世紀日本文学ガイドブック7田村俊子』(ひつじ書房, 2014), 『文化のなかのテクスト カルチュラル・リーディングへの招待』(双文社出版, 2005) 등이 있다.


김은진 

부산대학교 강사. 미디어, 젠더, 대중문화, 소셜미디어 광고, PR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증언과 저널리즘: <JTBC 뉴스룸>의 성폭력 피해자 생방송 인터뷰 분석」(2019), 「노인들의 SNS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카카오톡을 중심으로」(2019)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미디어 격차』(한울, 2021), 『한국 에로비디오의 사회사-애마부인에서 소라넷까지』(컬처룩, 2018), 『여성학 강의-일곱 번째 이야기』(신정, 2019) 등이 있다.


첸페이전(陳佩甄) 

타이완 국립정치대학 타이완문학연구소 조교수. 코넬대학교 아시아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후속 프로젝트로 식민주의의 유산과 전후 대만과 한국의 젠더 규범화의 냉전 이데올로기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酷兒化「檔案」: 臺韓酷兒檔案庫與創作轉譯」, 「Queering History, Archiving the Future: In Search of Taiwanese Lesbian History」, 「Theorizing untranslatability: Temporalities and ambivalence in colonial literature of Taiwan and Korea」 등의 논문을 썼다. 서양과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한 대만과 한국의 역사적 반응을 상호참조하면서 근대적 섹슈얼리티와 사랑의 정치학에 대한 저서를 준비 중이다.


최이숙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주로 페미니즘 시각의 문화연구, 저널리즘 연구를 해왔으며, 최근에는 팬데믹 이후 언택트로의 전환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팬데믹 시기 한국사회는 아이들을 잘 돌봐왔는가?: 초등 돌봄 제도와 원격 교육을 중심으로」(공저), 「“우리는 더디지만 나아가고 있다”: 미투 운동(#Metoo) 이후 성평등 보도를 위한 한국 언론의 실천과 과제」(공저), 「미투 운동(#Metoo) 이후 젠더 이슈 보도의 성과와 한계」(공저), 「1960~1970년대 한국 신문의 상업화와 여성가정란의 젠더 정치」(2015) 등이 있다. 공저 단행본으로는 『MBC 60년 영광과 도전』(한울, 2021), 『다시 보는 미디어와 젠더』(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3), 『한국신문의 사회문화사』(한국언론진흥재단, 2013) 등이 있다.


박언주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요 교육 분야는 사회복지실천, 노인복지, 사회복지와 문화다양성, 질적연구방법론 등이다.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연구와 여성노인의 구술생애사 연구를 수행해왔다. 주요 논문으로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자립경험에 관한 연구」, 「The influence of informal support on battered women’s use of formal services」 등이 있다. 공저로 『‘조국 근대화’의 젠더정치』(아르케, 2015), 『가족과 친밀성의 사회학(제2판)』(다산출판사, 2023)이 있다.


이소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사. 정동 이론이 지닌 정치적 힘에 주목하면서 현대문학 및 문화를 역사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여성의 몸과 노동, 그리고 민주주의-1970년대 수기와 소설에 드러난 정동을 중심으로」, 「민주화 이후 검열과 적대: 마광수와 장정일의 필화사건을 중심으로」, 「1990년대 포르노그래피 장르화를 둘러싼 페미니스트들의 정동과 그 의미」 등을 썼다. 공저로 『혁명을 쓰다』(소명출판, 2018)가 있다.


목차                                                             

서문: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젠더·어펙트 연구는 무슨 일을 하는가 


1부 서사의 역사와 아상블라주: 마주침의 어펙트

<오징어 게임> 어펙트, 마주침의 윤리와 연결성의 에톨로지 (권명아)

‘실내 우주’의 SF 에톨로지 (권두현)

연결성의 에톨로지로 본 ‘새끼 서 발’ (강성숙) 


2부 귀와 눈과 피: 전체와 부분 너머의 신체적 연결성과 어펙트

‘데프(Deaf)의 영화’를 찾아서 (이화진)

신체에 각인된 전쟁 (소현숙)

해외입양인의 가족 찾기 표상 (김이진)


3부 ‘ 싸우다’의 어펙트: 전쟁, 냉전, 스포츠 속에서 부대끼는 여자들

‘아이돌’과 전쟁의 정동 (나이토 치즈코)

미디어 속 여성 스포츠의 서사와 재현 (김은진)

냉전의 감정 동원 (첸페이전)


4부 능동인 수동, 수동인 능동: 몸 둘 바(處身)와 어펙트

팬데믹 시대, 그녀들은 왜 새벽에 일어났을까? (최이숙)

가정폭력맥락에서의 빚과 빚짐에 대한 시론 (박언주)

페미니즘은 그 이름이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이소영)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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