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요리의 정신

박영봉 지음
쪽수
224쪽
판형
148*210
ISBN
979-11-6861-129-0 0381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23년 2월 20일
분류
음식에세이

책소개

요리부터 식문화까지, 

요리의 세계를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다

요리의 가치를 찾는 이야기


우리 음식과 요리 문화가 가야 할 길


우리 요리가 가야 할 길을 찾는 『요리의 정신』이 나왔다.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금. 한류는 영화, 드라마를 넘어 음식과 요리에도 닿았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2022년 농수산식품 수출액이 이를 입증한다. 현재 우리 요리는 세계화의 길목에 서 있다.

한국 요리에 대한 세계의 높아진 관심을 배경으로 책의 저자 박영봉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우리 음식과 요리 문화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김치, 된장 등 우수한 한국의 식재료는 물론이고 먹방, 상차림, 요리인, 문학 등 요리를 둘러싼 문화를 살펴본다. 저자에게 요리는 단순히 먹고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요리의 진정한 가치를 탐구했다. 


요리 그 너머, 요리의 정신을 구하다


요리는 인류가 진일보하는 과정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는 식재료를 익혀 먹었고, 이는 인류의 뇌 용량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역사는 항상 요리와 함께했고 요리를 빼고는 인간을 논하기 힘들다. 이런 요리가 단순히 생명 유지나 잠깐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요리를 그렇게 간단히 설명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채소 한 잎, 과일 하나, 농부의 시간, 도예가의 그릇. 이것들의 존재 이유는 모두 요리로 귀결된다. 요리는 결정체이며 종합체다. 요리를 그저 먹고 맛보는 것으로 간주하기보다 그 너머를 바라볼 때, 요리에는 정신이 깃들고 우리 요리가 세계인들을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요리의 정신은 궁극의 세계를 추구하는 마음이자 손님을 향한 절대적 집중,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K-먹방, K-맛집, 한국의 요리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먹방’(mukbang)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단어다. 다른 나라의 사전에 오를 단어가 된 만큼, 먹방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식문화를 넘어 세계인의 문화가 되었다. 요리를 즐기는 새로운 문화인 먹방은 요리의 본질을 잘 반영하고 있을까? 저자는 우리 방송이 송출하는 먹방에 음식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결여되어 있음을 우려한다. 지금의 먹방은 요리의 질과 미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듯하다. 음식을 한가득 쌓아 놓고 빠르게 많이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한 출연자들이 고기를 손에 쥐고 무자비하게 뜯어먹는 모습은 육식동물의 섭취를 떠올리게 한다. 쇼킹한 장면을 연출해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이 주목적인 것 같다. 

대한민국은 맛집 포화 상태다.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무수한 정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렇지만 어느 맛집엘 가도 플라스틱, 멜라민수지 양념통 같은 비슷한 그릇을 사용한다. 손님에게 보는 맛을 제공해주기보다는 빠른 회전율이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 멋진 그릇으로 상차림에 멋을 더해 맛집이 아니라 ‘멋집’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 손님을 위한 길이 아닐까?

우리 요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지금, 요리 문화를 되돌아봐야 한다. 먹거리의 소중함과 요리 속의 정신을 일깨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추구한 요리인들


이 책에서는 로산진과 임지호 요리사의 요리 정신에 대한 일화도 소개한다.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임지호 요리사가 2021년 별세했다. 임지호 요리사와 시 모임을 함께하고, 식사 대접을 받기도 했던 저자는 고인을 추억한다. 요리를 통해 임지호 요리사는 가족과 이웃, 사랑과 정 등 철학을 이야기했다.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 가지고도 최고의 음식을 만들 수 있음을 설파한 그의 정신을 저자는 받든다. “임지호 요리사의 요리에 대한 사유는 넓고 깊으며 그는 음식의 의미를 철학적 바탕으로 풀어냈다.” 

기타오지 로산진은 일본 현대요리의 혁명을 이끈 요리사다. 그는 요리로 세상을 인식하고, 요리를 예술을 추구한 인물이다. 그는 식재료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끊임없이 연구했고 스스로 도예의 길을 걸으며 요리의 아름다운 옷을 만들었다. 미각과 후각뿐 아니라 시각 촉각, 그릇들의 소리를 더한 청각까지 오감의 식사를 목표로 요리의 도를 추구했다.

자신만의 요리 세계를 추구한 임지호, 로산진 요리사를 통해 저자는 요리인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문학으로 음미하는 요리


『요리의 정신』은 요리를 새로운 방식으로 음미한다. 바로 문학이다.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은 장계향 선생이 후손들을 위해 일흔이 넘어서 지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음식의 미래와 요리인들이 새길 만한 정신을 배울 수 있다. 문호, 소동파의 시 「식저육」은 훗날 자신의 이름이 붙게 되는 음식 둥포러우(동파육)를 노래한다. 그의 시에는 요리를 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구절이 담겨 있다. 『메밀꽃 필 무렵』에 담긴 아름다운 메밀밭 풍경은 메밀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메밀묵, 메밀전병, 메밀묵채, 메밀싹 비빔밥 등 메밀 요리를 생각하게 한다. 노래 <명태>는 이제는 우리 바다에서 자취를 감춘 명태를 불러낸다. 한·중·일 세 나라의 문학 속에 담긴 음식의 향기, 음식에 담긴 정신을 탐미하는 즐거움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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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0  요리는 결정체이며 종합체이다. 인간은 요리를 빼고는 무엇도 논할 수 없다. 


p35  지고의 맛은 단정할 수 없다. 미각은 절대적일지 모르지만 인간이 느끼는 맛이란 상황과 정신이다.


p60  요리, 그 너머에서 찾아야 할, 상대를 지극하게 맞는 정신이 요리의 대전제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p91  요리의 격조를 높이려면 그릇을 제대로 선택해야 합니다. 요리와 그릇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p113  미식이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먹는 것이다


p137  『음식디미방』은 그것만으로도 한국음식의 미래였고, 지금의 요리인들이 새길 만한 정신의 기록이다.


p162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베풂이다. 생색내기는 베푸는 것이 아니다. 조금 내어주고 더 큰 것을 얻으려는 욕심이다.


p189  요리인이 요리를 통해 하나씩 헤아려가는 것은 수행자가 삶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p201  요리 또한 허와 실을 꿰뚫어 보는 힘이 있어야 한다. 결국 요리도 학문과 수양의 문제로 귀결되므로 요리사 스스로를 갈고 닦는 데 경주하는 길 외에는 없다.



저자 소개                                                          

박영봉


조선도자기의 산 증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와 인연이 닿아 소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필명 박봉)을 출간했다. 그 때문에 일본을 드나들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서 참으로 독특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일본현대요리 영웅이라 불리는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인데, 그와 일본 요리문화의 얽힘이 나를 그냥 두지 않았다. 우리 요리의 현실을 소환하게 되었고 그렇게 10년이 넘었다.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요리의 길을 묻다 로산진』, 『로산진 평전』은 그 결과물이었다. 사실 집필 작업에서 로산진은 덤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거기에 내 흔적이 많이도 묻어 있다. 이 글도 그 연장에 있다.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국문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고등학교 교사로 살았다. 시동인 〈ᄎᆞ말사람들〉에서 시작 활동을, 시 전문계간지 『주변인과 詩』, 종합문예지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먹방’ 유감 그리고 K-푸드, 김치

‘먹방’ 유감

‘맛집’ 방송의 단골 메뉴

맛에 대한 나의 편견

김치, K-푸드를 말한다


2장 요리, 그 너머

요리인의 자격

고故 임지호 요리사를 추억한다

요리, 그 너머

요리의 봄은 언제 오는가

그릇이 가벼우면 요리도 가볍다

그릇에 대한 예의

기타오지 로산진의 그릇 강연

식기의 영역

주객은 없다

공간도 그릇이다

커피가 ‘한 사발’이라니요?

미식, ‘맛있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요리의 완성, 재료

요리에서 조화 혹은 궁합


3장 문학으로 음미하는 요리

위대한 유산으로 남은 고전 하나,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맛있는 집을 순례한 원조, 어느 소설가의 가치

일본 다도의 완성자, 센노 리큐의 요리

시인 소동파로 공감하는 요리인의 정신

생명력 질긴 서민의 음식, 메밀꽃 다시 피다

우동 한 그릇 그리고 반인분의 음식

국민 식재료 명태,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던 그리움


4장 로산진의 요리 정신 훑어보기

로산진과 다도

로산진, 은어를 미식하다

로산진의 맥주 사랑


에필로그


부록

일본 요리의 요점, 로산진이 신입 요리사들에게 들려주는 요리철학

로산진의 마지막 제자 쓰지 요시카즈가 전하는 이야기

요리를 담은 그릇, 그릇에 담긴 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