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글 위를 걷는 아이들

강도희, 김보경, 걸음글방 아이들 지음
쪽수
272쪽
판형
145*210
ISBN
978-89-98079-70-3 (03000)
가격
16,000원
발행일
2023년 1월 31일
분류
글쓰기

책소개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어떤 글을 썼을까?

느리게 갈수록 더 빠른 학교 밖 글방 이야기



코로나 뚫고 글 위를 걷는 아이들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알파세대’라고 한다. 알파세대는 문자보다는 이미지와 음성, 영상에 친숙함을 느낀다. 책보다 유튜브가 친숙하고, 검색을 할 때도 AI 음성 인식을 사용하는 아이들. 코로나19는 아이들의 영상 친화적 성향을 더욱 강화시켰다. 비대면 수업이라는 유례없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교실이 아닌 각자의 집에서, 화면 너머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났다. 

이런 흐름 사이에서 걸음글방이 열렸다. 문학 비평을 전공한 두 여성 청년이 아이들이 글과 친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연 글쓰기 교육터였다. 글방에 모인 일곱 아이들은 매주 한 편의 글을 썼고 서로의 글을 함께 읽었다. 학교 수업마저도 영상으로 했던 아이들은 점차 문자와 친해졌다. 글을 쓰기 위해 머릿속과 종이 위의 문자와 씨름했고, 글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선생님이 된 두 청년은 검열관보다는 친구가 되어, 글 잘 쓰는 법이 아닌 즐겁게 쓰는 법을 알려줬다. 아이들에게 글 위에서 느리게 걷는 법을. 


활자 밖으로 톡톡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개성


걸음글방 아이들은 매주 공통된 주제로 글을 써 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 또는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서 글을 써 내려갔다. 같은 주제로 써 온 글이지만, 아이들은 제각기 다채로운 생각을 펼쳐냈다. 

엄마가 손을 꽉 쥐며 장난칠 때 사랑을 느낀다는 세연. 계획은 껍데기고 실천이 알맹이라는 진호. 말을 안 듣는 동생이 귀여운 모습을 보일 때면 안아주고 싶다는 민서. 웹툰작가가 되어 사람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주고 싶다는 예영.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생각은 활자 밖으로 톡톡 튀어 나와 웃음을 터뜨리게도 하고 감탄하게도 한다. 우리의 어릴 적 모습과 같은 듯 다른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감상문, 편지, 만화… 다양한 글쓰기를 경험하다


걸음글방의 글쓰기 수업은 나를 관찰하는 글쓰기로 시작했다. 아이들은 나를 관찰하며 글의 주체에 대한 고민을 했다. 가족을 관찰하고 친구를 인터뷰하며 나의 주변으로 시선을 확장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가 되어 그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았다. 

영화를 함께 본 후 감상문을 써보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정보를 출처와 함께 썼다. 또 현실의 제약을 뛰어넘어 상상 속의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친구들끼리 함께 모여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글쓰기를 접하며 아이들은 자신과 세상을 알아갔다. 말만으로는 알 수 없던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다름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은 왜 글쓰기를 배워야 할까?


글쓰기는 엉덩이를 꼼짝없이 붙이고 앉아서 혼자 하는 일이다. 그래서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자극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더욱 어렵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배고픔, 옆에 앉은 친구, 기발한 상상 등 여러 자극과 싸워야만 한다. 

글쓰기는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대사회와는 동떨어진 행위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느리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걸음글방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글쓰기를 배우길 바랐다. 조급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느리게 걸어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고, 느리게 걷는 시간을 미워하지 않는 법을 배우길 바랐다.

글이 주는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낀 아이들은 글 쓰는 기쁨을 깨달았다. 걸음글방 아이들은 커서도 글을 쓰는 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확장된 교육의 한 모습으로서의 글쓰기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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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6 아이들의 글쓰기에는 기다림 뒤의 기쁨을 충분히 만끽하도록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글을 쓰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 누군가가 내 글을 읽을 때의 즐거움, 다른 이야기도 써보고 싶은 호기심이 무럭무럭 솟아야 아이는 제 손으로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된다.


p28 근대에 와서 정립된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을 어린이는 학교와 동화, 만화, 광고 등을 통해 무수히 접한다. 이것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글쓰기 때문에 어린이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p34 엄마는 손을 꽉 쥐며 장난친다. 그래서 조금 아프지만 이럴 때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다. 왜냐하면 장난은 보통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기 때문이다.


p49 ‘보다’라는 동사를 민서는 ‘눈으로 대상을 즐기거나 감상하다’가 아니라 ‘맡아서 보살피거나 지키다’라는 뜻으로 썼네. 동물원은 두 가지 행동이 다 일어나는 곳이지. 관객은 철장 안의 동물들을 멀리서 몇 초 정도 보고 신기해하지만, 사육사는 내가 맡은 동물을 보살피며 오래도록 그 성장을 함께하는 사람이지. 민서의 글을 읽어보고 선생님은 생각해봐. 인간은 동물을 눈으로 ‘보는(see)’ 사람이어야 할까, 맡아서 ‘보는(care)’ 사람이어야 할까.


p78 여러 가지를 여쭈어보면서 할머니를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나와 나이만 다르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도 느꼈어요. 할머니 사랑해요.


p106 누군가의 작은 일상이 재밌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이래서 자신의 일상을 글로 쓰는가 싶다.


p131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지안이의 마음을 나는 느낄 수 있다. 오래오래 함께 영어학원에 다니면서 지금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지안이에게 나도 좋은 친구로 영원히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p174 훌륭한 인터뷰어는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게 질문을 던지면서 ‘진실’을 밝혀내는 사람이다.


p204 글방에서는 현실과 관련된 글쓰기를 할 때가 많지만, 상상 글쓰기를 소홀히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현실에서 여러 제약을 받는 어린이는 현실 바깥에서 그 제약을 뛰어넘고자 한다.


p248 소중한 글방 아이들 진호, 선우, 세연, 예영, 민서, 시율, 율아! 너희들의 기억 한편에 걸음글방이 작게나마 자리하기를 바라. 과거는 단지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이렇게 그리워하는 마음을 통해, 그리워하는 마음을 적은 글을 통해 계속 우리 안에 생생히 살아 있을 수 있는 것 같아. 우리 이제 각자의 글 위를 걸어가다, 또 만나자.



저자 소개                                                          

강도희

1995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초등학생들과 함께 글을 쓰고, 고등학생들과 함께 문학을 읽는 수업을 가끔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림책 『엄마 사용 설명서』(2018)가 있다.



김보경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학과 문학을 전공했다. 비평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문학 비평을 가르친다. 공저로 『한국에서 박사하기』(2022)가 있다.


걸음글방 아이들(곽진호·김선우·김세연·김예영·박민서·유시율·조율)

당곡초등학교 4~6학년을 다니고 있다. 쉬는 시간엔 유튜브를 보거나 틱톡을 하며 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파와 싫어하는 파가 반반이다.



목차                                                             

들어가며

1.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2. 우리 가족의 버릇

3. 딱 하루만 일을 할 수 있다면

4. 나는 친구들과 상어게임을 했다

5. 할머니가 나만 했을 때

6. 상상은 현실이 된다

7. 영화 <콩나물>을 보고

8. 닿지 못할 편지

9. 내 친구를 칭찬합니다

10. 나는 왜 유튜브를 알아가지고

11. 고통을 참는 방법

12. 걸음 만화방

13. 친구의 비밀을 알아내는 법

14. 너 그거 먹어봤어?

15. 이야기 이어쓰기

16. 제발 내 말 좀 들어!

17. 내 몸과 친해지기

18.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19. 오늘 시후한테 전화 한번 해야겠다

20. 우리 글방을 소개합니다

나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