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학수 지음
쪽수 | 29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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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8-89-98079-71-0 93680 |
가격 | 28,000원 |
발행일 | 2023년 1월 18일 |
분류 | 예술문화총서 09 |
책소개
하이데거의 진리를 통한 미학적 탐구로
우리 춤의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다
조선무용 속에 정립된 하이데거의 진리
사자춤, 부채춤, 사물놀이… K팝 아이돌의 무대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전통 의상과 소품, 춤(선)들. 과연 우리는 우리 전통의 조선무용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을까? 한국의 전통무용을 철학적으로 바라보고 그 동작 속 진리를 파헤치는 배학수 교수는 『조선무용의 미학과 하이데거의 진리』를 통해 그간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정의되던 한국무용을 명확히 규정하고 규명하여 한국무용의 새로운 활로를 열고자 한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예술 창작은 작품에 진리를 건설하는 활동이며, 예술 감상은 작품에서 전개되는 진리를 깨닫는 활동이다. 예술은 형상을 통하여 존재의 진리를 진술한다. 존재의 진리는 눈에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지만 작품 속에 은폐된 진리가 드러나고 감상자가 그 존재의 진리를 발견할 때에 예술 작품의 가치가 드러난다. 저자는 이러한 하이데거의 예술론을 기반으로 개별 무용 작품을 파헤쳐 조선무용의 동작 속에 담긴 미학과 진리를 독자들이 직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통무용을 ‘조선무용’이라고 부르자
간장도 전통식 간장을 한국간장이라고 하지 않고 조선간장이라고 부른다. 토종 무도 조선무라고 하지 한국무라고 하지 않는다. 전통이나 토종을 가리킬 때는 그것이 살아 있었던 시대의 국호인 조선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16쪽)
저자는 우리 전통무용에 대한 구체적 논의에 앞서, 다의적인 뜻을 함축하고 있던 한국무용이라는 용어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단어 사용을 제시한다. 한국무용이라는 단어는 한국의 전통무용, 한국적 무용, 한국인이 공연하는 무용 등 그 뜻이 넓고 방대하다. 그는 한국의 전통무용에 대한 논의를 위해 우선 전통무용을 1910년 이전 조선이 멸망하기 전까지 조선 반도에서 창작된 무용으로 한정하고, ‘조선무용’이라고 바꾸어 부르자고 이야기한다. 이와 더불어 전통의 요소를 담고 있는 신무용 또한 조선무용에 포함시키고, 조선무용의 특징인 정중동, 음양의 순환, 맺고 풀기의 교대 등의 용어를 설명하고 해설하며 조선무용의 뜻을 확고히 한다.
조선무용에 대한 해석의 오류를 바로잡다
저자는 조선무용에 내재해 있는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등 춤의 이름에 담긴 뜻을 밝히고, 춤이 연행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해당 조선무용이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주로 공연을 하였는지, 어떤 무용수가 어떤 장단에 맞춰 팔을 뻗었는지, 누가 그 춤을 계승하였는지 등 조선무용의 성립과 발전을 상세히 기술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해석의 오류도 바로잡는다. 살풀이는 사실 한을 풀기 위해 연행된 것이 아니라 자유의 신명을 표현하는 춤이었음을, 태평무를 춘 것은 조선의 왕과 왕비가 아니었다는 것을, “호남은 소리, 영남은 춤.”이라 말하지만 호남에는 없는 춤이 영남에 특별히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꼼꼼한 사료 분석과 논리적 추론을 통해 밝혀낸다. 동작에 담긴 의미와 그 상징까지 드러내며 과거와 현재에 담긴 대중의 정서까지 파악하는 저자는 동해안별신굿, 동래고무, 지전무 등 지역의 조선무용에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춤사위에 의미를 담아
만약 무용가의 개별성에 차이가 없다면 지역 무용은 조선무용과 같을 것이다. 그러나 무용수는 각자 개성적 인간이기 때문에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형식과 내용을 통합하는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21세기 지역 무용이란 향토무용이 아니라 지역 무용가의 개성이 담겨 있는 조선무용인 것이다. (277쪽)
저자는 조선무용의 기원과 그 변천과정을 해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춤에 담긴 미학과 상징 등을 기술하며 하이데거의 예술론에 기반하여 조선무용을 해설한다. 그러나 저자는 모든 동작이 고정된 하나의 의미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른 무용들에 비해서 조선무용은 유독 그 동작의 의미가 고정되어 있다. 조선무용의 안무자나 무용수 그리고 연구자들이 동작을 폐쇄적 방식으로만 바라보고 해석해왔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와 현대에 연행되는 조선무용의 의미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무용을 행하는 사람도 무용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도 자신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그 존재의 진리를 다르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조선무용의 고정화된 의미를 넘어서 존재의 진리를 탐구한다.
책 속으로
p.28~29 만약 누구나 쉽게 존재의 진리를 직관할 수 있다면 예술은 그렇게 가치 있는 영역이 아닐 것이다. 예술 창작의 본질은 진리를 작품 속에 건설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존재의 진리를 알고 있다면 그것을 작품 속에 표출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와 인간의 진리를 우리는 자주 망각한다. (…) 예술 작품은 존재의 진리를 개현하여 인간이 실존의 방식으로 살도록 도와준다.
p.33 예술은 창작과 감상의 두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창작은 작품의 형상 속에 존재의 진리를 건설하는 활동이고, 감상은 그 진리를 구성하여 직관하는 활동이다. 예술가가 작품에 진리를 건립하지 않았거나 서툴게 건설했다면 그것은 훌륭한 예술 작품이 아니다. 그리고 아무리 작품이 훌륭하더라도 감상자가 진리를 구성하여 직관할 수 없다면 예술품은 아직 완성되지 않는다. 예술가의 진리 건설과 감상자의 진리 직관이 성공을 거둘 때 예술 작품은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p.140 무용의 동작은 언어로 서술하기가 참 어려운데 춘앵전 무보에는 시적 묘사가 가득하다. 화전태(花前態)는 꽃 앞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짓는다는 뜻이다. 실제 춤에서는 무용수가 양손을 등 뒤로 돌려놓고 생글생글 웃으며 이리저리 움직인다. 화전태는 춘앵전에서 가장 우아하면서도 매혹적 동작이다. 과교선(過橋仙)은 선녀가 다리를 건넌다는 뜻인데, 실제 춤에서는 무용수가 양팔을 일자로 벌리고 좌우로 세 바퀴 돈다. 과교선은 매우 황홀하다.
p.192 동해안별신굿을 예술무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춤이 단조롭고 무용수의 기교도 훌륭하지 않다. 그런데 굿춤의 목적은 예술무용처럼 감정을 표현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형식미를 표출하여 관객을 감동케 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무녀의 신체를 성스럽게 만들어 신이 현현하도록 만드는 목적으로 추는 것이다. 그러니 굿춤이 예술무용처럼 고난도의 다채로운 사위를 구사할 필요가 없다.
p.248 승무에서 위로 옷자락을 던지는 사위가 반드시 구도의 염원일 필요는 없다. 현대에서 승무를 추는 무용수는 아무도 불교의 진리를 탐구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마음대로 동작에 의미를 부여하여 춤을 출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선무용의 동작에는 전통적으로 특정한 의미가 고착되어 있어서 무용수가 춤을 출 때나 관객이 감상할 때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무용수가 자신의 해석을 전통 춤에 부여할 수 없어서, 누가 추든 비슷비슷해져 버린다. 전통무용 공연이 인기가 없는 이유는 무용수의 개성이 춤에 반영되지 않아서 어떤 공연을 보러 가든 한 사람이 추는 듯 천편일률이기 때문이다.
저자 소개
배학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전통적 존재론의 한 해체 작업으로서의 하이데거의 칸트해석」(1992)을 쓴 후, 대학 시절 민속 가면극회의 활동 경험과 하이데거의 예술 사상을 토대로 무용철학 논문 2편, 「무용작품의 세계와 진리」(2000), 「동작 속의 진리-하이데거와 무용」(2002)을 철학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2001년부터 <부산일보>와 예술잡지 『예술부산』에 무용 칼럼을 다수 기고했다. 저서로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강의』 읽기-의식과 무의식의 변증법』(2020), 『퇴근길 글쓰기 수업-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글쓰기 비법』(2019), 『프로이트의 문명변증법-에로스와 타나토스의 투쟁』(2018), 『누구나 쉽게 따라 하는 글쓰기 교실』(2011)이 있다. 현재 경성대학교 교수이다.
목차
서문
1부 조선무용의 본질과 가치
한국무용과 조선무용
무용의 본질과 가치
조선무용의 변화와 발전
2부 전국적 조선무용
승무
살풀이춤
태평무
한량무
입무(立舞)
신무용
정재(呈才)
교방무(敎坊舞)
검무(劍舞)
3부 지역적 조선무용
동해안별신굿
동래고무(東萊鼓舞)
동래야류
수영야류
지전무(紙錢舞)
동래학춤
지신밟기
에필로그
부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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