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만화 형식의 역사

오혁진 지음
쪽수
224쪽
판형
150*225
ISBN
978-89-98079-56-7 0365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22년 11월 4일
분류
만화비평/만화이론

책소개

서양 근대만화에서 현대만화로의 만화 형식의 역사, 궤적을 그리다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든 만화. 캐리커처, 말풍선, 칸의 나눔과 변주…. 우리에게 익숙한 만화의 형식은 언제, 어떻게 이뤄졌을까? 윌리엄 호가스에서 장 자크 상페까지 서양 만화 작가의 작품세계를 분석한 『만화 형식의 역사』는 독자들의 만화 보는 재미를 한 단계 올려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목표를 이루고자 했다. 첫째, 서양 만화 역사의 결정적 지점을 다루면서 근대만화에서 현대만화로 이어지는 궤적을 그리는 것. 둘째, 이 과정에서 만화 형식이 어떠한 맥락으로 등장하고 변화하는지를 조망함으로써 만화 형식의 본질에 관해 탐구하는 것. 

만화는 기호화/연속언어의 블록을 창조한다. 달리 말해 캐리커처, 기호화, 칸, 간격, 연속언어 같은 일련의 만화 형식을 창조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현재 만화 평론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론이란 예술작품, 정신의 산물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역사 속에 위치시키고, 형식의 역사 속에서 그 중요성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의미 있는 만화 평론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 만화 평론을 한다고 하면 가장 쉬운 선택은 만화의 서사를 논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만화의 서사를 분석하는 것은 매혹적이지만 만화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만화 서사 분석은 우리의 시각을 매혹시키는 2차원 평면의 이미지를 아우르는 만화의 형식에 관해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의 출발점은 어디서부터일까


예술을 정의하기 위해 작품들의 관계를 거듭해 올라가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이전 작품에 기대지 않는 “최초의 예술”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하는 난제가 생긴다. 하지만, 만화는 기원을 가늠할 수 없는 회화, 조각, 음악과 달리 근대적 형식의 예술이기 때문에 그 기원을 가늠할 수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만화의 정의는 “의도된 순서로 병렬된 그림 및 기타 형상들”이다. 그렇다면 이 정의와 함께 만화의 역사를 시작한 선구자는 누구일까. 저자는 서양 만화가들을 통해 만화의 형식과 역사를 짚는다.

만화의 “최초의 원형체계 집합”을 대표하는 작가로는 윌리엄 호가스(William Hogarth)이다. 그는 만화의 선구자로 알려졌으며, 후대의 여러 만화가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일찍이 많은 만화가들에 앞서 도덕적 통속판화라는 엄격한 틀 안에서 모순적인 운동 이미지를 결합하여 새로운 만화적 가능성을 창출했다.

“현대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돌프 퇴퍼는 만화 그 자체를 발명하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만화를 독자적 예술 형식으로 인식한 작가다. 캐리커처를 통해 추의 미학이 확산된 그의 시대에 자연을 이상적으로 모방하는 원칙을 흔들었다. 


『옐로 키드』는 과연 만화의 기원인가


모든 예술 분야가 그렇듯, 그것의 기원에 대한 논쟁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만화 또한 기원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그 중심에는 리처드 펠튼 아웃코트(Richard Felton Outcault)의 『옐로 키드』가 있다. 이 작품은 독창적인 말풍선의 도입, 신문 연재를 통한 대중매체로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만화사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것이 만화의 시초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픽 노블의 기원으로 알려진 ‘워드리스 노블’은 글 없는 목판화 이미지로 구성된 이야기이다. 워드리스 노블은 20세기 초에 등장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진 형식으로, 엄밀히 말해 만화는 아니지만 만화의 계보에서 빼놓을 수는 없다. 연속언어의 관점에서 워드리스 노블은 여전히 만화에 대한 풍부한 함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초기 만화의 흐름에서 여성 미술가의 위치


미국 초기 만화의 정전에서 여성작가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다. 미국 사회에서는 작가, 편집자 같은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남성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억압적인 사회구조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성 일러스트 작가, 여성 미술가가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러스트가 급격히 수요가 증가한 것과, 여성 예술가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기여한 예술 교육기관이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19세기 여성 미술가는 남성 미술가와 달리 매우 제한된 주제만 다뤄왔는데, 주로 사소한 장르로 치부된 초상화, 정물화, 풍속화를 그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남성이 규정한 경계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품 주제의 범위를 꾸준히 넓혀갔으며, 흑인 여성의 경멸적인 캐리커처에 도전하며 자신의 독립적인 주인공으로 노동, 교육, 불평등 같은 사회적 의제를 논평하며 작품 속 여성의 성격과 역할까지 변화시켜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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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30-32

유기적 선과 기하학적 선, 초월론적 포즈와 움직이지 않는 단면을 포괄하는 호가스의 이원론적 체계. 이것은 경쟁자들을 “뿌리 뽑기” 위한 형식적 선택으로, 동시대 유사한 주제와 형식을 공유한 통속판화와 달리 윌리엄 호가스가 “문학의 도살장”에서 살아남아 만화 정전으로 선택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다. (…) 이쯤해서 윌리엄 호가스의 전후로 어떠한 만화적 경계선을 그어보자. 내가 이해하는 한 그 경계선은 윌리엄 호가스의 유산 중 이원론적 기호/의미 체계와 겹쳐볼 때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시점의 우리로선 쉽게 인지할 수 없는, 그리하여 오해되거나 또는 망각되어져 버린 만화의 역사적 지층이다. 

_1장 통속판화의 도살장에서 살아남기 중에서


P.66-67

과거의 말풍선은 발화자가 아닌 전지적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또한 변화하는 동적인 세계가 아닌 무시간적 상징 세계를 재현했다. 하지만 새로이 출현한 말풍선은 더 이상 세계 외부에 머물지 않고 세계 내부의 시공간으로 진입한다. 소리를 시각화하고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연결하며 더 나아가 세계의 시공간까지 조직한다. 이것이 다름 아닌 옐로우저널리즘 시대의 만화가들이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대비해 2차원 평면에 오디오비주얼 세계를 구축한 방식이다. 

_3장 옐로우저널리즘 무대에 쏘아 올린 풍선 중에서


P.109-110

이처럼 『크레이지 캣』은 무해한 카툰 캐릭터로 급진성을 누그러뜨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성별이분법과 이성애주의로 환원되지 않는 상상력을 함의하고 있다. 더욱이 남성 혹은 여성인지를 묻는 질문은 시의적으로 다음과 같이 대신할 수 있다. 크레이지 캣은 헤테로,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아니면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할까? (…) 크레이지는 젠더는 수행되는 만큼 실재하는 것이기에 따라서 “나(me)”라고 답한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인종적 흔적인 곱슬머리를 가리려 모자를 깊숙이 눌러써야 했던 조지 헤리먼 또한 그 누구도 아닌 나라고 되뇌인다. 

_5장 미국적 미국 만화, 『크레이지 캣』 중에서


P.145

이와 같이 콜라주 소설의 글은 그림의 의미를 규정한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선 안 되는 건 콜라주 소설은 이름에서 명시적으로 가리키듯 ‘소설’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콜라주 소설이 연속된 사건 즉 연속된 그림으로 구성된 서사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콜라주의 글은 개개의 그림의 의미를 지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속으로 나열된 그림으로까지 통합적 의미를 부여한다. 

_7장 초현실주의의 만화적 경이, 콜라주 소설 중에서


p.216-217

프랑스식 드로잉으로 그려진 장 자크 상페의 세계는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하다. 프랑스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건 이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세계는 어딘가 이상하다.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뛰어놀지만 그 안에서 여자아이들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어른들의 세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이렇게 여성이 배제된 장 자크 상페의 세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작가의 여성관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결과라 할 수 있을 텐데, 이에 관련하여 그는 “여성은 남자들에겐 거대한 수수께끼이며 예나 지금이나 여성성은 나를 눈부시게 만드는 수수께끼”라고 답한다. 

_11장 장 자크 상페의 드로잉, 풍경, 신화 중에서



저자 소개                                                          

오혁진

만화평론가. 크리틱 M 만화평론,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비평 공모전을 수상했으며, 이후 <크리틱 M>, <유어마나>, <크리틱-칼>, <콜리그>, 『지금, 만화』, <만화 규장각>, 『그래픽노블』, 『오늘의 문예비평』 등에 기고했다. 만화 평론 중 만화의 역사와 만화의 형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차례                                                              

머리말


1. 통속판화의 도살장에서 살아남기

- 만화의 선구자, 윌리엄 호가스(1679~1764)


2. 낭만주의의 명령, 만화를 융합하라

- 현대 만화의 아버지, 로돌프 퇴퍼(1799~1846)


3 옐로우저널리즘 무대에 쏘아올린 풍선

- 리처드 펠튼 아웃코트(1863~1928)의 『옐로 키드』


4. 시카고 만국 박람회에서 만나요

- 윈저 맥케이(1866~1934)의 『리틀 네모』


5. 미국적 미국 만화, 『크레이지 캣』

- 조지 헤리먼(1880~1944)의 『크레이지 캣』


6. 침묵의 장르, 워드리스 노블

- 독일 표현주의의 글 없는 그림 이야기


7. 초현실주의의 만화적 경이, 콜라주 소설

- 막스 에른스트(1891~1976)의 콜라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


8. 위대한 미국 여성 만화가는 누구일까

- 20세기 초 여성 일러스트 작가부터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여성 만화가까지


9. 만화의 재발명, 그래픽 노블

- 윌 아이스너(1917~2005)의 『스피릿』, 『신과의 계약』


10. 명료한 선으로 연역된 추상적 세계

- 에르제(1907~1983)의 『땡땡의 모험』


11. 장 자크 상페의 드로잉, 풍경, 신화

- 장 자크 상페(1932~2022)의 『꼬마 니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