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혜 지음
쪽수 | 37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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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9-11-6861-028-6 93830 |
가격 | 32,000원 |
발행일 | 2022년 4월 30일 |
분류 | 아시아총서 43 |
*2022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도서
책소개
동아시아 한문학에서 소외되었던 오키나와, 유구를 바라보다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 한문학의 지평을 넓힐 『유구 한문학』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현재의 오키나와, 예전 류큐왕국으로 불린 독립국 유구의 한문학 생성과 발전과정, 특히 조선과 조선 문인과의 교류를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한문학의 연구 영역은 조선과 중국, 일본 본토로 한정적이었다. 오키나와에 관한 연구는 민속학과 역사학에만 치중되어 있었다. 저자는 동아시아 한문학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유구 한문학의 전반적인 이해를 시도했다. 이러한 노력은 감춰진 중국 한문학 수용 국가를 드러내는 동시에 한반도의 새로운 상호교류사를 만들었다.
유구 한문학에 대한 연구는 ‘동아시아 한문학’이란 시각에서 필요하다. 우리 한문학계는 중국 한문학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는 종주국으로서의 중국이라는 당위성이 있지만 진정한 동아시아 한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으며, 유구 한문학도 그중의 하나이다. 또 유구는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퍼즐조각이지만, 그동안 소외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_「1장 유구 한문학의 성립 배경」 중에서
저자는 유구 한문학의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조선 전반으로 연구 시기를 확장시키고 다양한 문헌을 참고했다. 또한 서화, 시, 전(傳), 문화 표상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저자만의 견해를 만들었다.
책의 이름이 ‘오키나와 한문학’이 아닌 ‘유구 한문학’인 이유는 1879년 일본에 의해 합병되기 전 독립 왕국이었던 유구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책의 구성은 1부 유구 한문학의 배경, 2부 유구 한문학의 인물과 사상, 3부 조선 문인과 유구 문인의 만남이다.
유구 한문학을 이끈 인물들
(정순칙은) 66세 때에는 나고간절(현재 나고시 서부)의 총지두에 임명되어 나고친방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나고성인’으로 불렸다. _「7장 정순칙의 「중산동원팔경시」로 본 유구의 경관」 중에서
유구의 문인인 채온은 상경왕이 취임한 1712년부터 상경왕이 타계한 1752년까지 근 40여 년 동안 유구왕국의 최고 권력자였다. _「8장 유구 문인 채온의 유·불·도에 대한 사유」 중에서
그(자료)는 문헌이 전하는 한에서 유구 최초의 화가이다. 이런 점에서 조선과 다른 유구의 서화제도를 일별할 수 있다. _「6장 유구의 천재 화가 자료」 중에서
『유구 한문학』은 낯선 유구의 한문학을 인물을 통해 쉽게 설명한다. 자료(自了), 정순칙, 채온은 모두 유구 문화를 이끌어가는 인물이었다. 이들의 사유는 곧 유구의 사유이며 이는 동아시아 사상의 흐름 속에서 유구만의 색을 겸비하며 형성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삶과 사상을 보는 것은 비교학적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하며 당시 동아시아 사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6장에서 보여주는 자료의 ‘전(傳)’은 유구 화가의 전이 우리 학계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자료로도 의미 있다.
유구와 조선의 교류, 조선 문인과 유구 문인의 만남
(유구 사신의) 시와 글에는 조선과 신숙주에 대한 일방적 칭송이 담겨 있는 반면, 신숙주는 조선에 대한 강한 자부를 먼저 드러내고, 동자단의 시적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 이승소는 유구 사신들이 험한 바닷길을 헤치고 조선에 옴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행간에 살짝 깔고, 동자단의 작시와 다도의 높은 실력을 칭송하면서도 선방에 있어야 할 승려가 속세의 정치 현장을 바쁘게 다님에 대해 슬쩍 찌르고 있다. _「10장 조선 전기 조선 문인과 유구 사신 동자단의 증답시」 중에서
이 책의 3부는 조선 문인과 유구 문인의 교류를 소재로 하여 고려부터 시작된 한반도와 유구의 외교 관계를 다룬다. 학계의 무관심 속에 조선 전기 유구 사신과 주고받은 한시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시를 통한 외교는 중세 외교의 특징이며 여기에는 상투적인 수사를 넘어선 정치적, 외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은 분석을 위해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유구 역사서를 면밀히 살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선 후기 중국에서 이루어진 우회 외교도 조명한다. 이러한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연구는 유구와 조선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한문학을 넘어 중세 외교사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해강 김규진의 제자 자하나 운세키
오키나와 서도계에서 운세키의 역할과 영향 및 비중은 매우 크다. 그는 … 오키나와의 서도부활에 힘을 쏟아 오키나와 미술전람회 서도부의 운영위원을 역임하는 등, 사실상 오키나와 서도계를 이끌었다._「12장 유구로 전파된 해강 김규진의 서예」 중에서
오키나와 근대 서예의 뿌리인 자하나 운세키가 해강 김규진의 제자였다는 사실은 우리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다. 오키나와는 운세키가 해강 김규진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사실을 지역 자료에 빼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되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과 오키나와는 조선과 유구 서화를 함께 바라볼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저자는 일본 서예와 달리 한국과 중국의 서풍을 따른 자하나 운세키의 역할과 영향을 밝히며 오키나와 서화계의 김규진, 조선인의 영향력을 확인한다.
조선에 망명한 승찰도의 정체는?
저자는 지난 6년 간 유구 한문학 연구에 몰두하며 기존의 학설과는 다른 두 가지의 답을 내놓았다. 그 첫 번째는 조선에 망명한 유구 산남왕 승찰도의 정체이다. 이는 조선과 유구의 관계 해명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아울러 동아시아의 관계사를 엿볼 수 있는 열쇠이다. 현재 전해지는 자료는 매우 적으나 이를 다양한 방향으로 분석하며 적극적으로 승찰도의 정체를 규명했다. 저자는 승찰도를 유구로 건너가 산남 지역에서 거주하던 고려 삼별초 잔존 세력의 후손으로 유추했다. 이러한 유추에 따르면 유구에서 입지가 위험해진 승찰도가 고향인 한반도로 망명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두 번째는 오키나와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 표상인 시사(獅子, シーサー)의 정체이다. 시사는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이나 관공서 벽화로 활용되며 오키나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사의 정체를 정확하게 밝힌 사람은 없다. 일부 학자들은 이름 그대로 사자(獅, lion)로 보고 현상학적인 의미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시사의 정체를 유구왕국시대의 백택(白澤)으로 보는 의견을 개진한다. 백택은 덕이 높은 임금의 치세에 나타난다고 하는 상상의 신령한 동물로, 사자의 모습을 하고 아홉 개의 눈이 있으며 사람의 말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견은 시사에 유구왕국의 통치철학인 군주의 덕치와 1879년 일본에 합병된 유구 백성의 슬픔이라는 두 가지의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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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6 오키나와 아니 그 이전 유구왕국의 역사와 지명, 인물들의 이름이 생전 처음 혹은 낯선 발음으로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낯선 처음을 견디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쯤은 잘 안다. 또한 당시 유구는 역사적·정치적·지리적으로 조선과 매우 유사하거나 가까웠다. 우리가 현재의 내 삶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할 때, 예컨대 조선의 역사는 조선만으로 구성되지 않으며,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그러므로 당시 조선의 이웃나라였던 유구와의 관계 및 유구 그 자체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부를 통해 내부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6-7 조선과 유구, 혹은 한국과 오키나와는 일제식민지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자의든 타의든 서로 복잡하게 엉킨 가슴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근대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서로에 대한 중세사를 알 필요가 있다. 또한 어떤 대상을 하나의 장르 혹은 시각으로만 바라보면 그 대상의 평면적 모습밖에 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장르와 여러 각도에서 대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즉, 유구 혹은 오키나와에 대해 역사학·인류학·여성학을 넘어 한문학이라는 시각으로도 볼 것을 제안한다.
p.61 유구 한문학에 있어 관인 문학 전성기는 이전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문학다운 문학, 즉 한시와 한문 문장이 다수 창작된 시기이다. 뿐만 아니라 그 창작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관료 문인과 학자이다. 그 양에 있어서는 예컨대 조선과는 비교하기 어렵겠으나 그렇다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유구는 조선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조공했던 독립왕국으로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 속했던 나라이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한문학이라는 시각에서 유구 한문학을 다룰 필요가 있다.
저자 소개
이성혜 李聖惠
부산대학교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초기에 조선 후기 서화가의 삶과 예술에 골몰하여 『조선의 화가 조희룡』(한길아트, 2005)을 출간하였다. 이후 이들 조선 후기 서화가들이 중세가 해체된 근대전환기에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한 연구로 『근대전환기 서화의 생산과 유통』(해피북미디어, 2014)을 발간하였다.
최근에는 유구(琉球)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은 일본 오키나와 현이지만 100여 년 전에는 독립왕국이었던 유구는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조각이지만, 그동안 소외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연구에 대한 첫 번째 결과물이 『유구 한시선(琉球漢詩選)』(소명출판, 2019)이고, 이 책은 그 두 번째 결과물이다.
현재,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전임연구원,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강사, (사)퇴계학부산연구원 상덕문화대학 부학장, 한류문화연구소(韓琉文化硏究所) 소장으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1부 유구 한문학의 배경
1장 유구 한문학의 성립 배경
1. 유구왕국의 탄생과 명明의 초유招諭
2. 일본 승려의 도래와 한문학
3. 민인閩人 36성의 이주와 한문학
4. 사츠마번의 침입과 유가사상의 정착
2장 유구 한문학의 시대별 특징
1. 한문학 도래기: 이주인移住人과 도래인渡來人에 의한 외교문서와 종명鍾銘
2. 승려 문사 활약기: 승려에 의한 비기碑記와 종명鍾銘
3. 관인 문학 전성기: 관료 문인에 의한 한시와 한문
3장 유구의 공자묘 창건과 명륜당 건립
1. 석전의 시작과 공자묘 창건
2. 최초의 학교 명륜당 건립
3. 공자묘 및 명륜당 건립의 의미
4장 유구 유학의 계보와 학통
1. 명明의 지원으로 시작된 유구 유학
2. 구메무라 계보와 학통
3. 수리왕부首里王府 계보와 학통
2부 유구 한문학의 인물과 사상
5장 조선에 망명한 유구 산남왕 승찰도承察度
1.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승찰도 관련 기사
2. 『명사明史』에 기록된 승찰도 관련 기사
3. 유구 문헌에 기록된 승찰도 관련 기사
4. 승찰도는 삼별초의 후예인가
6장 유구의 천재 화가 자료自了
1. 유구의 회사繪師와 패접봉행소貝摺奉行所
2. 「중산자료전中山自了傳」 분석
3. 자료의 그림 「백택지도白澤之圖」
7장 정순칙의 「중산동원팔경시」로 본 유구의 경관
1. 정순칙의 생애
2. 동원東苑의 위치와 기능
3. 팔경시의 연원과 유구 팔경시 현황
4. 「중산동원팔경시」로 본 유구의 경관
8장 유구 문인 채온蔡溫의 유·불·도에 대한 사유
1. 채온의 생애
2. 채온과 사옹의 거리
3. 『사옹편언』에 함의된 유·불·도에 대한 사유
9장 오키나와의 상징인 시사(シーサー)의 정체正體
1. 오키나와의 상징인 시사獅子
2. 시사獅子의 정체는 백택白澤
3. 백택이 사자가 된 배경
3부 조선 문인과 유구 문인의 만남
10장 조선 전기 조선 문인과 유구 사신 동자단東自端의 증답시贈答詩
1. 유구 사신 동혼東渾과 동자단東自端
2. 세조 13년(1467)의 전별시餞別詩
3. 성종 2년(1471)의 증답시贈答詩
11장 북경에서 만난 조선과 유구 사신
1. 해강서화연구회
2. 중세 동아시아 외교 무대로서의 북경
3. 문답을 통한 정보 교환
4. 시를 통한 우호 증진
12장 유구로 전파된 해강 김규진의 서예
1. 해강서화연구회
2. 김규진의 제자 자하나 운세키
3. 자하나 운세키의 서예술
4. 오키나와 서도계에 미친 운세키의 영향
13장 조선 지식인의 유구 체험과 인식
1. 조선에 온 유구 사신, 유구로 간 조선 사신
2. 북경에서 만난 조선과 유구 사신
3. 조선에 표착한 유구인, 유구에 표착한 조선인
4. 유구는 작은 조선
후기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 용어 /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