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일본의 각성

오카쿠라 텐신 지음 | 정천구 옮김
쪽수
320쪽
판형
148*210
ISBN
978-89-6545-767-1 93910
가격
25,000원
발행일
2021년 12월 14일
분류
아시아총서 42

책소개

메이지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일본의 모순된 인식, 그 근원을 살펴보다


메이지시대에 학자, 미술비평가로서 활동했던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 오카쿠라 텐신이 동양 문명, 특히 일본을 서구에 알리기 위해 집필한 저서. 텐신의 저서 『동양의 이상』은 1903년에, 『일본의 각성』은 1904년에, 『차의 책』은 1906년에 각각 출판되었고 모두 서구인들을 겨냥해 영어로 저술하여 서로 긴밀하게 이어져 있다. 오카쿠라 텐신은 『일본의 각성』을 통해 서구인들에게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알렸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우월하고 독창적이라는 인식을 서구에 심어주었다. 

백여 년 전에 발간된 이 책에서 우리는 당시 서양인들을 매료시킨 근대 일본 사회의 문화와 사상 등을 엿볼 수 있으며,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일본인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왜 ‘아시아’가 아닌 ‘일본’의 각성인가


『일본의 각성』은 일본인 저자인 오카쿠라 텐신이 영어로 쓴 저서이다. 오카쿠라는 서양의 미술과 양식을 무차별적으로 도입하는 일에 반대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다. 텐신은 이 책을 통해 당시 일본 예술의 찬미자들이 품고 있던 “근대 일본의 성공이 예부터 전해온 그 독특한 예술을 상실하게 만들지 않을까?”에 관한 질문에 답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전 역사를 개략적으로 서술하고, 특히 외교의 문을 연 페리 제독, 미카도[천황]의 복권, 새로운 체제, 1904년의 전쟁 등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였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에 갑작스런 발전을 이룩했다. 일본을 중시하지 않았던 서양 세계에서 일종의 위협으로 느낄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던 것이다. 반면 다른 나라들, 오래도록 일본보다 앞섰던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했고, 중국도 과거의 낡은 족쇄에 묶인 채 서구 열강의 압박에 무너지고 있었다. 아시아에 일본과 견줄 만한 나라나 민족이 없어진 셈이었다. 그러므로 텐신은 ‘아시아’의 각성이 아닌 ‘일본’의 각성이라 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서양인을 매료시킨 일본의 역사와 문화


일본의 갑작스런 발전이 외국의 관찰자들에게는 대체로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일본은 꽃들과 철갑의 나라, 돌진하는 영웅적 행위와 우아한 찻잔의 나라이며, 신세계와 구세계의 여명기에 기묘한 그림자가 서로 교차하는 이상한 경계의 땅이다. 최근까지 서양은 일본을 중시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민족들 사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이룬 그런 성공이 현재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기독교 세계에 대한 일종의 위협으로 보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21쪽)

텐신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표현된 미술들을 통해서 고대부터 근대까지 일본의 역사를 이해했던 마술사가다. 때문에 그는 일본의 역사와 함께 시대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그 시대상을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은 텐신의 다른 저서들과 함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서구인들의 인식을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묘오, 사무라이, 계급 체계 등 일본이라는 섬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매력적으로 설명하고, 자국에 대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상세히 서술한다. 동양의 문화를 처음 접해보는 서양에게 갑작스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미지의 국가 일본은 더욱 매력적으로 비추어졌을 것이다. 


어긋난 ‘일본의 각성’


『일본의 각성』에 내재해 있는 모순된 인식, 특히 왜곡된 역사 인식은 저자인 텐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텐신을 낳은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본인들이 대체로 공유하는 인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인식은 중세의 통치자들과 지배층이 구성하기 시작했고, 지식인들 특히 에도 시대의 사상가들이 그 근거를 마련하여 뒷받침했으며, 메이지 시대를 전후해서 ‘일본의 각성’을 외친 사상가들과 혁명가들을 통해 일본 사회 내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꾸준히 구축되어온 인식이었으므로 그 모순을 간파하기란 매우 어렵다. 

『일본의 각성』은 서구 열강을 향해 “일본은 이제 각성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저술된 책이다. 전범국가인 일본이 자신들의 침략은 망각한 채 당당하게 서구인들을 향해 일침을 가한다. 자국민 모두 이에 대한 성찰과 반성 없이 ‘일본의 각성’이라는 선전포고만 날린다면,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과 일본은 서로 부정적인 국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인한 일본 불매 운동으로 직접적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그렇기에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모순을 살펴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일제강점기를 지나온 한국에게 이 책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친일잔재와 일본에 의해 세뇌되어 왔던 인식에 대해 올바른 길을 제시해줄 것이다. 오카쿠라 텐신이 일본을 옹호하고 선전하기 위해 쓴 『일본의 각성』이라는 저서가, 100년이 지난 현재 서양과 한국의 뇌리에 깊게 새겨놓은 잘못된 역사의 근원을 바로잡아주길 기대한다.



책속으로

p.26 

일본의 갑작스런 발전이 외국의 관찰자들에게는 대체로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일본은 꽃들과 철갑의 나라, 돌진하는 영웅적 행위와 우아한 찻잔의 나라이며, 신세계와 구세계의 여명기에 기묘한 그림자가 서로 교차하는 이상한 경계의 땅이다. 최근까지 서양은 일본을 중시하지 않았다. 한 무리의 민족들 사이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이룬 그런 성공이 현재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기독교 세계에 대한 일종의 위협으로 보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p.242 
조선반도는 아마도 원래는 선사시대 동안에 우리의 식민지였을 것이다. 조선에 남아 있는 고고학적 유물은 우리의 원시시대 고인돌에서 발견된 것들과 정확하게 똑같은 유형이다. 조선의 언어는 오늘날까지도 모든 아시아의 언어들 가운데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계통에 속한다. (…) 3세기에는 우리의 진구우(神功) 황후가 조선반도를 침략하는 군대를 이끌었는데, 그것은 [조선반도에서] 수많은 독립된 소국들이 일어나면서 위협받게 된 우리의 통치권을 재확립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연대기들에는 8세기까지 우리가 식민지를 보호했다는 기사들이 가득하다.


p. 247 

조선과 만주의 독립은 우리의 종족 보존을 위해서 경제적으로 필요하다. 경작지가 빈약한 이들 나라에서 만약 합법적인 출구를 빼앗겨버린다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우리 인구를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러시아인들이 이 영토들에 손을 뻗치고 있는데, 우리 외에는 누구도 이에 저항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고대에 우리의 영역 안에 있었던 조선을 우리 국민의 합법적인 방어선 안에 둘 것을 고려하고 있다. 1894년에 중국이 조선반도의 독립을 위협했을 때, 우리는 중국과 전쟁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04년에 우리가 러시아와 싸웠던 것도 마찬가지로 이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였다.



저자 소개

저자 오카쿠라 텐신 

메이지(明治)시대의 미술사가이자 미술교육자. 요코하마(橫浜)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이름은 카쿠조오(覺三)이다. 도쿄대학(東京大學)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면서 미국인 훼놀로사의 감화를 받아 일본 미술에 깊이 빠졌다. 졸업 후에는 문부성(文部省)에 들어가 일본의 고찰과 신사 등에 소장되어 있는 고미술품을 조사하면서 일본화(日本畵)의 쇄신에 힘썼다. 1886년, 미국과 유럽을 시찰하고 귀국해서 동경미술학교를 설립하는 데 참여하여 교장직을 맡았고, 1898년에 교장직을 사퇴한 뒤에는 일본 미술원을 창설하였다. 1904년부터는 보스턴미술관 동양부장을 맡았다. 그는 『동양의 이상』 『일본의 각성』 『차의 책』 등 영문으로 쓴 저서에서 독자적인 문명관을 피력하였다. 사후에는 헤이본샤(平凡社)에서 그의 전집 9권을 내놓았다.

                                                                       

역자 정천구

1967년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사상 등을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학 밖에서 ‘바까데미아(바깥+아카데미아)’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저서로 『논어, 그 일상의 정치』 『맹자독설』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중용, 어울림의 길』 『맹자, 시대를 찌르다』 『한비자』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 『대학, 정치를 배우다』 등이 있고, 역서로 『차의 책』 『동양의 이상』 『밝은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 『원형석서』 『일본영이기』 『삼교지귀』 등이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발행인(영문판)의 서문


1장 아시아의 밤

2장 숙면기

3장 불교와 유교

4장 내면의 목소리

5장 백색 재앙

6장 토쿠가와 내각과 내실

7장 추이

8장 복고와 유신

9장 재생

10장 일본과 평화


연표

해제 1 이상한 ‘동양의 이상’

해제 2 어긋난 ‘일본의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