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일본 이데올로기론

도사카 준 지음 | 윤인로 옮김
쪽수
552쪽
판형
127*200
ISBN
978-89-6545-666-7 94150
978-89-6545-665-0 (세트)
가격
35,000원
발행일
2020년 8월 17일
분류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총서 8

책소개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총서 출간


‘산지니’는 비평가 윤인로의 총괄 기획으로 제국 일본의 정치 혹은 통치를 이해할 수 있는 교두보로서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메이지 헌법’에서 ‘법의 궁극’까지>라는 이름의 총서를 출간한다. 여기서 테오-크라시는 ‘신정-정치’에 의한 정치적인 것의 인도, 조달, 조절, 관리 상태를 함축하여 표현한 가설적 격자이다. 한동안 우리 사회는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를 나름대로 정의하려고 했다. 이는 우익에서 넷우익까지, 좌익에서 극좌주의까지 현대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에 기인한다. 이번 총서는 현대 일본 사회 형성에 중요한 시기였던 위로부터의 개혁에서 패전 직전까지 일본의 시대적 고민이 담긴 텍스트를 제공하여 독자 나름의 시각으로 일본을 독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기획했다.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총서는 대일본제국헌법의 제정 및 해석으로부터 쇼와 10년대(1935~1944)까지 상호 접촉이 가능하고 관계화가 가능한 일본의 시대적 고민이 담긴 계사(繫絲)의 텍스트로 구성된다. 이에 근대 일본의 제도·사상 발전사라는 시계열적인 순서를 따르기보다 24권의 총서 텍스트 중에서 “유일하게 유물론적인 힘의 발현 조건을 비평하고” 있는『일본 이데올로기론』(총서8)을 먼저 출간했다. 이 책은 일본 제국주의의 팽창적 침략주의가 강화되던 1930년대,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던 일본 학계의 사상적 모순을 벗겨내고 그 문제를 날것으로 드러낸 마크르스주의 사상가 도사카 준의 일본 사상 비평집으로, 이후 출간될 책과 상호 접촉이 가능하고 관계화가 가능한 총서의 중심적 텍스트다.
향후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총서에서는 근대 일본과 현재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는 데 유용한 텍스트 출간을 위해 제국 일본의 탄생과 패망 이전까지의 법과 사상적 논의를 담은 문제적 저작을 번역·소개할 예정이다.


도사카 준, 상식 상실의 시대 근대 일본 지성계의 사상 문제를 논하다


도사카 준은 다양한 저술활동을 통해서 일본인의 사회의식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근대 일본의 국가와 사회의 성숙과 미성숙 사이의 합리성과 비합리성을 분석했다. 도사카 준은 제국주의 공세가 강화되던 시기 치안유지법에 의해 체포되어 패전 직전인 1945년 8월 9일 나가노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도사카 준의 대표적인 저작인 『일본 이데올로기론』은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아 기획했으며, 파시즘화되어가는 일본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합리성과 비합리성(혹은 반합리성)을 유동하는 형태에 대하여 논했다. 그는 책에서 당시 문학과 문학비평에 팽배한 자유주의, 일본주의의 이론 구성에서 모순을 지적하고, 일본 마르크스주의 비판자의 논리에 반박하며 행동철학으로서 유물론의 유용함을 주장했다.
그의 논의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은 새로운 행동 철학을 정립하지 못했고, 오히려 구성상 모순으로 파시즘을 강화했던 1930년대 자유주의와 일본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도사카 준의 『일본 이데올로기론』은 현재 일본을 이해할 수 있는 필독서다.


이데올로기 논리적 오류의 철저한 분석


『일본 이데올로기론』은 자유주의, 농본주의, 교토학파, 니체, 하이데거 등 문헌학적 철학이 파시즘 강화에 기여했던 1930년대 일본 학계의 문제를 유물론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 가운데 윤리학자 와츠지 테츠로에 대한 비판적 논의는 주목할 만하다. 도사카 준은 와츠지 테츠로가『인간의 학문으로서의 윤리학』에서 윤리, 인간, 존재라는 언어적 해석만을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와츠지 테츠로의 논의는 개인보다 공동체가 우선하는 일본인의 생활을 정당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른 학자의 논의와 마찬가지로 당시 일본 학계는 현실의 모순에 주목하기보다는 문헌 해석에 충실했으며,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얻기 위해 고전을 인용하는 데 몰두했다. 학문과 사상이 고전 해석에 치우친 나머지 사물, 실제를 설명하지 못하고 관념화신성화됐다. 이 같은 일본 학계 조류는 일본 제국주의적 논리를 강화했다. 도사카 준은 문헌학주의의 관념론 대부분은 언어의 해석으로 민족, 시대의 정신과 체험을 분석하는 문학주의와 해석철학에 몰두하여 진성(性) 일본파시즘 사상으로 귀착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일본의 사상 구성의 모순을 지적하고 당시 학계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쇠퇴했다는 지배적인 주장에 반박했다.

쇼와대공황으로 사회경제적 모순이 심화되면서 1920년대 말에서 1930년대 초반 일본에서 활발하게 전개됐던 사회주의 운동은 1930년대 중엽에 들어서면서 힘을 잃어갔다. 일본 학계는 이런 상황을 놓고 마르크스주의가 쇠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마르크스주의적 정당 및 세력이 분쇄되고 그들의 문화적, 정치적 활동조직이 파괴된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도사카 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좌익사상범은 부르주아 신문지면에서 더 이상 아무런 영웅도 아니게 됐으며 도둑이나 폭력단과 같은 부류로 대우받기 시작한다. 오늘날의 영웅은 우익단체적 혹은 일본주의적 <패거리>이다.” 이러한 당시 상황에 논리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일본정신주의, 일본농본주의, 일본아시아주의였다. 1930년대 중엽, 일본 아시아주의에 기반한 폭력적 팽창정책은 상식이 되는 시대가 됐다. 도사카 준은 자신의 생애에 걸쳐서 일본의 지배적인 이론의 구성 문제를 논리적이고,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마르크스주의가 퇴조했다는 당시 학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행동철학으로서의 유물론


이 책에서는 일본 자유주의, 일본주의, 파시즘의 이론 구성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일본 문학과 문학비평에 팽배한 자유주의와 철학에서 일본의 고유성과 전통을 신성시하는 일본주의가 아시아주의로 귀결되고 이는 전쟁을 정당화하는 파시즘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도사카 준은 천황제적 일본주의라는 형태로 파시즘화한 일본의 국가의 반합리주의적 퇴행과 동시에 파시즘 아래서 상식을 상실하고 있는 유약한 근대 일본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다. 그 대안이 바로 행동철학인 유물론이었다.
1930년대 팽창적 침략주의에 경도된 일본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도도하게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도사카 준의 주장은, 패전에도 불구하고 파시즘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 일본 사회를 독해하는 저작으로 유의미한 가치를 가진 텍스트다.



첫 문장

이 저작에서 나는 현대일본의 일본주의와 자유주의를 다양한 시각에서, 그러나 결국엔 유물론의 관점에서 검토하고자 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4장 「계몽론」
예컨대 전체성·체험·게마인샤프트[공동(체)사회] 같은 ‘철학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범주들에 대한 거의 모든 강조는 그렇게 겸양을 갖춘 연구가나 반성가나 불안가 자신의 입에서 새어나온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현대적 신비주의 및 현대적 몽매주의의 현학적인 기초공사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8장 「복고 현상의 분석」
그런 사회심리를 움직이는 논리란 결국 신비주의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없다. 신비주의는 한편으로 비합리주의 혹은 반이성주의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탈혼奪魂(엑스터시)적이고 즉육肉的인 험일 것이다. […] 가족주의적·씨족주의적·민족주의적인 경신敬神사상은 일본의 사회 속에서는 정치적 대상에 다름 아니다. 가족주의적 신비주의에서 유래하는 종교정서는 더 이상 단순히 개인의 사적인 일로 귀착하는 정서가 아니라 사회의 가족주의적 종교제도로 귀착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된다.


10장 「일본주의의 귀추」
소시민적 중간층에서 의식의 원시화는 반기술주의·반기계주의·반유물사상(?)·반이성주의 기타 등등의 이름 아래 정신주의가 되어 나타난다. 의식의 종교적 눈속임[속임수]이거나 신비주의, 치료나 길흉화복에 결부된 신념 등, 무릇 그러한 원시적인 인식작용의 근대적인 형태가 오늘날의 소시민적 중간층에서 드러나는 의식의 동요를 포착한다. 신비주의란 원래 중간층의 사회의식, 곧 중간층 안에 주로 그 사회층을 갖고 있는 평화적 인텔리겐치아의 사회의식, 그들의 일본주의적 파시즘 아래에서의 사회의식인 것이다.


11장 「위장한 근대적 관념론」
유의해야 하는 것은 해석철학=형이상학 역시도 어쨌든 하나의 철학이기 위해선 일정한 범주체계를 조직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세계를 해석하기 위해서만 전적으로 도움이 될 뿐인 범주이자 범주조직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세계 해석을 위한 이론에서 가장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것으로 유대교·그리스도교적 세계창조설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은 없다. 창조설은 세계의 질서를 모조리 조립하고 남김없이 해석한다. 그 창조의 시작과 이후의 코스와 그 끝[따라서, 시원-종말론]을 설명할 수 있다면, 사물의 ‘해석’은 더 이상의 완전한 준비를 바랄 게 없을 터이다. 세계는 신의 선의지善意志에 의해 계획적으로 창조되고 계획적으로 역사발전하는 것이며 최후심판의 날이 올 때 그런 신의 세계계획은 그 실현이 끝나는 것이다. 이리하여 현실의 세계가 실제로 겪어왔던 귀중한 시간상의 자연적 질서는 관대한 천제天帝가 낭비하는 은총의 질서로 치환된다. 이 변심한 신질서 위에 해석의 형이상학이 갖는 범주성좌範疇星座가 분포되는 것이다. 나는 일찍이 그런 종류의 범주를 신학적 범주라고 명명했다.


20장 「현대일본의 사상계와 사상가」
그것이야말로 해석의 철학, 세계를 단지 해석하는 철학이며, 무의 논리[니시다 기타로]는 그런 해석철학의 세계해석(그것이 곧 관념론적으로 사고된 ‘사상’이라는 것이다) 가운데 아마도 가장 철저한 논리조직일 것이다. 현실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처리·변경하는 일에 상응하는 긴요한 사상의 엑츄얼리티[실제성·현행성]는 빠져버린 채, 단지 그 엑츄얼리티를 포장하는 이데[이념·주의]의 질서, 의미의 질서를 설립하는 것이 그 형이상학의 특색을 이루고 있다. […] [이는] 땅위의 질서를 대신하여 그것을 천상의 질서로 처리하여 맞추는 사상의 메커니즘이기에 일반적으로 신학적인 사상이라고 이름 붙여도 무방한 것이다.


보론 「현재 눈앞의 진보와 반동이 갖는 의의」
암구호라는 것은 극히 아슬아슬한[외설스러운] 것이다. 예컨대 거국일挙国一致라고 하면, 적敵도 자기편味方도 그 거국일치라는 말을 암구호로 삼는다. 그러고는 어느 쪽이 진정한 거국일치인지를 두고 거국일치 쌍방비교를 시작한다. 이어 그러한 짜임새로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진보적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암구호로서의 진보는 지금 당장 누구에게도 이용될 수 있는 관념이 되고 있다.


보론 「대중의 재검토」
그 대중은 소위 무산無産정당이라는 것이 신관료나 군부적 색채를 가진 자와 결합된 것임을 상상해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무산정당 그 자체가 사회파시스트적(일종의 국가사회주의적) 준비를 갖춘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데모크라시적으로 표현되는 한에서의 그 대중이란 어쩌면 반영구적으로 그런 사정을 깨달을 기회를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 즉 그것은 결국 결정적인 시기에 다름 아닌 파스시트적 데마고기에 의해 끌려 다니게 될 대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 소개

저자 도사카 준(潤, 1900~1945)


메이지 33년 도쿄 출생. 제1고등학교, 교토대 문학부 철학과, 동 대학원. 1925년 포병으로 징병되었고, 교토의 대학들에서 강사생활을 하면서 1929년 이후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매진했다. 1932년 동료들과 함께 <유물론 연구회>를 결성해 기관지 『유물론 연구』를 펴냈고, 3차에 걸친 『유물론전서』를 기획했다. 이 연구회 활동으로 1938년 치안유지법·특별고등경찰에 의해 검속됐으며 패전 직전까지 투옥, 도쿄 공습을 피해 나가노 형무소로 이감된 직후 영양실조로 옥사했다(1945년 8월 9일). 첫 저작 『과학방법론』 『일본 이데올로기론』을 필두로 한 일련의 이데올로기론 저작들, 『기술의 철학』 『현대 유물론 강화』 『사상과 풍속』 『세계의 일환으로서의 일본』 이외의 여러 책들을 통해 비판철학, 이데올로기 이론, 기술론, 통일적 과학론을 펼쳤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의지의 자유』(빌헬름 빈델반트, 1925) 『자연철학 원리』(임마누엘 칸트, 1928)가 있다. 사후 『도사카 준 선집』(전8권, 1946~1949) 『도사카 준 전집』(전5권, 1966~1967)이 나왔다.

 

역자 윤인로(尹仁魯, 1978~)

 독립출판 ‘파루시아’ 편집주간, 총서 <신적인 것과 게발트[Theo-Gewaltologie]>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기획자. 『신정-정치』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을 썼고, 『국가와 종교』(근간) 『이단론 단편』 『파스칼의 인간 연구』 『선(善)의 연구』 『정전(正戰)과 내전』 『사상적 지진』 『유동론』 『윤리 21』(공역) 등을 옮겼다.



차례

서문
증보판 서문/ 증보판 2판 서문

서론
1. 현대일본 사상에서의 문제들


제1편 일본주의 비판과 그 원칙
2. ‘문헌학’적 철학에 대한 비판/ 3. ‘상식’의 분석/ 4. 계몽론/ 5. 문화의 과학적 비판/ 6. 닛폰 이데올로기/ 7. 일본윤리학과 인간학/ 8. 복고 현상의 분석/ 9. 문화통제의 본질/ 10. 일본주의의 귀추


제2편 자유주의 비판과 그 원칙
11. 위장한 근대적 관념론/ 12. ‘무의 논리’는 논리인가/ 13. ‘전체’의 마술/ 14. 반동기의 문학과 철학/ 15. ‘문학적 자유주의’의 특질/ 16. 인텔리 의식과 인텔리 계급설/ 17. 인텔리겐치아론에 대한 의문/ 18. 인텔리겐치아론과 기술론/ 19. 자유주의철학과 유물론


결론
20. 현대일본의 사상계와 사상가


보론
1. 현재 눈앞의 진보와 반동이 갖는 의의/ 2. 대중의 재검토/ 3. 자유주의파시즘사회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