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

서광덕 지음
쪽수
376쪽
판형
152*225
ISBN
978-89-6545-511-0 94150
가격
28,000원
발행일
2018년 6월 28일
분류
아시아총서 26

책소개

포스트 동아시아와 도래하는 루쉰
국내 루쉰 연구자가 조망하는 동아시아의 미래


동아시아 근대성에 천착하여 루쉰 문학을 독해하며 관련 번역서를 소개하고, 루쉰 전집번역위원회 소속으로 전집 발간에 참여한 저자 서광덕의 첫 저서가 출간됐다. 그간의 연구 이력의 집대성이기도 한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 대문호 루쉰의 삶과 사유를 경유하여 동아시아 지역내 갈등과 연대, 세계시민으로서의 동아시아인의 주체성에 대해 본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최근 루쉰 전집 20권이 완간되면서 국내에서도 루쉰의 사유를 폭넓게 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루쉰을 독해하고, 루쉰을 거점으로 동아시아의 미래를 조망하는 이 책은 루쉰 읽기의 중요성과 더불어 어떻게 루쉰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해준다. 저자는 루쉰의 글쓰기 행위와 정신에 담긴 ‘사상’적 측면을 전면화하여 동아시아 사유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는 한국 지성계에서 제기된 동아시아론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되, 근대 경험을 체화한 루쉰이라는 인물을 통해 동시대 동아시아 발화의 인식론적 위상을 재점검한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자국의 역사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제기했던 지식인들의 루쉰 수용사를 정리한다. 후반부에서는 루쉰의 집필・번역 활동 이력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동시대 동아시아 사유의 유산으로서 루쉰의 근대 경험을 도출해낸다.


한국발 동아시아론의 과제와 루쉰의 만남
근현대를 관통하는‘사상’이라는 접점


저자 서광덕은 아시아 지역에서 제기된 동아시아론의 배경과 형성 과정을 개괄하고 담론에 내재한 문제의식을 재점검하며 책의 서론을 연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타이완, 일본 각지에서 동아시아에 대한 학술적 사유는 지역 내부의 근대를 성찰하는 계기로서 촉발되었다. 각국의 학인들은 서구중심의 근대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아시아를 모색하는 공통과제를 공유하면서도 각국의 사상과제를 일순위로 삼을 수밖에 없는 모순에 부딪혔다. 동아시아를 말하는 것만큼 발화 주체의 중심화・위계화 문제 극복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저자는 한국발 동아시아론이 안은 민족적 과제 내부에서 평화와 안정이라는 세계사적 과제를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공동으로 검토하고, 각국의 사상과제를 공동의 문제로 공유하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살아가는 인민들의 시민적 연대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루쉰은 바로 이와 같은 사상적 과제를 학술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사유의 거점으로서 소환된다. 루쉰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사상화된 작가’(리어우판), ‘일의적인 문학가’(첸리췬), ‘혁명가・사상가・문학가 삼위일체로서의 루쉰’(마오쩌둥), ‘저항정신’(리영희)의 본령 등으로 호명되었다. 저자는 서구 근대작가와는 다른 전통의 세계 인식을 보여준 루쉰의 사상가로서의 면모에 주목하여, 그의 근대 경험을 열린 공간으로서의 동아시아를 말하기 위한 사유의 격전지로 삼았다.


루쉰학, 사상적 관점에서 정리한 루쉰 연구사


근대 동아시아 역사 즉, 동아시아 100여 년의 경험을 어떻게 사상화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에 이어 1부에서는 동아시아 각국에서 성립된 루쉰 수용사를 다룬다. 저자가 ‘사상의 번역’이라고 재차 강조하듯, 동아시아 지역학에서 루쉰은 문학과 집필 이력을 통한 연구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근대적 비판 지성의 전형으로서 근현대를 관통하는 사상 자원으로 호출된다. 전전(戰前), 전후(戰後)를 기점으로 동아시아 지식인들에 의해 사상사적 차원에서 전유된 루쉰은 각국에서 이루어진 학문의 성립과 교류 현장, 동아시아 역내 학적 구도와 성과를 가늠하는 준거점으로 작용한다.
1부의 전반부에서는 전전 시기 중국, 일본, 식민지 조선, 타이완 내에서의 루쉰 수용사가 펼쳐진다. 중국에서는 국민국가 건설 시기와 대중적 출판 시장의 형성이라는 시대상이, 동아시아 역내에서는 전통적인 학문 체계에서 근대지로의 전환이라는 지적 체계의 지각 변동이 루쉰 수용의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루쉰 수용을 정점으로 활기를 띠었던 1920, 30년대 동아시아 지식인 교류 현장에 주목하여, 번역 행위를 통해 수용된 루쉰의 비판 정신이 문화 혁명과 세계 혁명, 약소 민족의 해방이라는 가치로 공유됨으로써 이후 수용사의 초석으로 작용했음을 강조한다. 이어 냉전체제로 대변되는 전후 동아시아 내 루쉰 수용사를 다루는데, 여기서 저자는 특별히 각 장을 할애하여 다케우치 요시미와 마오쩌둥에 의해 해석된 루쉰을 자세히 언급한다. 다케우치 요시미의 현대 중국 연구와 사회주의 중국 내 마오쩌둥의 루쉰 평가를 구체적으로 진술하며, 서구의 근대와 대면한 동아시아 근대를 사유하는 계기로 루쉰을 발견한 논자들의 선구성을 이끌어내는 대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루쉰의 문학, 번역 그리고 시민-되기,
루쉰의 사상적 삶에 배태된 동아시아 시민형성의 길


2부에서는 루쉰이 생전에 보여준 사상적 행보를 순차적으로 따라감으로써 그의 문학과 사상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일본유학시절을 포함한 루쉰의 청년기에서부터 ‘잡문’의 형식으로 글쓰기를 의식화했던 말년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루쉰 사상의 원형을 들여다볼 수 있는「인간의 역사」「과학사교편(科學史敎扁)」「문화편향론(文化偏至論)」「마라시력설(摩羅詩力說)」「파악성론(破惡聲論)」등의 초기 저작에서부터 논쟁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했던 후기의 잡문들을 적극 인용하고 해석하여 ‘악성 타파’로 정식화된 루쉰의 ‘국민국가 비판’, ‘문명 비판’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번역가・문학가로서 루쉰이 보여준 이례성에 주목하여 시기별 번역 활동과 문론(文論)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루쉰의 삶과 글쓰기에 배태된 동아시아 근대 사상사의 기원을 확인하고, 그 사상의 원점을 글쓰기라는 문예 행위에서 발견해나가는 2부는 오랫동안 루쉰의 충실한 독자이자 번역자였던 저자의 날카로운 루쉰 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20세기 동아시아 루쉰학의 계보를 계승하되 루쉰의 사상을 거울 삼아 학술 작업을 개진하는 동시대 연구자의 성찰의 무게이다. ‘주체적 개인’이 모인 ‘동아시아 시민학’ 정립을 재차 도달 목표로 다짐하고 그 과정에서 끝내 루쉰의 아Q를 소환한다. 저자가 다다른 결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일 것이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5-6 아무튼 21세기에도 루쉰은 여전히 우리 옆에 있다. 그것은 언젠가 자신의 글이 사라져서 흔적으로만 남길 바랐던 루쉰의 희망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즉 지금도 여전히 20세기 인물 루쉰이 부딪혔던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말한다.

「책을 펴내며」부분


p.45-46 근대 동아시아 역사를 사상화하는 작업은 구체적으로는 각국의 자국학의 성립 그리고 동아시아 각국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속하는 국가에 대한 학문, 즉 외국학의 역사와 상황을 검토하는 일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것을 한국에 대입해볼 경우, 한국학의 성립 그리고 중국학이나 일본학의 역사와 상황을 각각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상호 대비해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이며, 타이완이나 홍콩 그리고 오키나와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 책의 1부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루쉰이 동아시아 지식인들에 의해 어떻게 전유되었는지를 검토하여, 동아시아 지역에서 사상의 연대가 전개되는 과정을 살피고 나아가서는 동아시아 근대사상사의 형성이 가능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1부 ‘루쉰’이란 사상: 동아시아 근대사상의 계보학」부분


p.181 루쉰은 일본에서 그 서구가 자랑하는 ‘문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의학 공부를 뿌리치면서까지 탐구해 들어갔다. 이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자 했던 루쉰은 도쿄대학 주변과 간다(神田)의 서점을 매일같이 돌아다녔던 것이다. 일본어로 번역되었거나 아니면 서양어(특히 독일어)로 된 원서를 구입해서 읽고 정리하면서 루쉰 자신만의 서구에 대한 식견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의 결과로 나온 것이 「인간의 역사」 「과학사교편(科學史敎扁)」 「문화편향론(文化偏至論)」 「마라시력설(摩羅詩力說)」 「파악성론(破惡聲論)」이었다. 루쉰이 일생동안 이만큼 분명하게 자신의 사고를 적은 적도 없었던 듯하다. 그런 점에서 청년기에 발표한 이 글들은 루쉰 사상의 형성에 있어 원형들이며, 또 향후 자신의 글쓰기를 만들어가는 기반이기도 했다.

「2부 루쉰 안의 ‘근대’: 반근대와 근대」부분


p.346 현재 동아시아는 탈국가화라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게 더욱 국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국가주의는 자연스럽게 국민과 인민개념을 강화할 것이고, 이는 국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이에 각성한 동아시아 시민의 성장과 그 시민들 간 연대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 시민과 시민활동을 점검하고 나아가 진정 각성한 시민의 양성을 위해 루쉰 정신을 다시 조망할 필요는 충분히 제기된다. 자유와 연대와 참여를 시민 개념의 핵심으로 삼을 때, 루쉰이 보여준 행위는 바로 각성한 시민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루쉰은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하나의 각성한 시민으로서 중국과 중국인의 진정한 변화를 희망했다.

「맺는 글」부분



저자 / 역자 소개

서광덕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동아시아 근대성과 魯迅: 일본의 魯迅 연구를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중국 현대문학과의 만남』(공저, 2006)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루쉰』(2003), 『일본과 아시아』(공역, 2004), 『중국의 충격』(공역, 2009), 『수사라는 사상』(공역, 2013), 『방법으로서의 중국』(공역, 2016) 등이 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여는 글

1부 ‘루쉰’이란 사상: 동아시아 근대사상의 계보학

1장 동아시아에서의 루쉰 번역
1.1 전전(戰前)의 루쉰 수용
1.2 전후(戰後)의 루쉰 수용

2장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의 루쉰론
2.1 현대 중국에 대한 관심
2.2 현대 중국 연구의 시작
2.3 『루쉰』의 탄생

3장 루쉰과 마오쩌둥(毛澤東)
3.1 개혁개방 이후 루쉰 평가
3.2 사회주의 중국과 루쉰
3.3 마오쩌둥 사상과 루쉰

4장 한국의 루쉰 수용과 연구
4.1 한국에서 루쉰 작품의 번역과 연구
4.2 한국근대사상사에서 루쉰의 그림자


2부 루쉰 안의 ‘근대’: 반근대와 근대

5장 청년 루쉰이 본 서구 근대
5.1 서구 근대의 양면(兩面)
5.2 입인(立人)을 향해: 니체, 문학, 신화

6장 루쉰의 국민국가 비판: 악성 타파 1
6.1 반(反)‘국민 만들기’
6.2 반(反)‘세계인이 되라’
6.3 지식인과 대중의 관계
6.4 계몽의 의미

7장 루쉰의 문명 비판: 악성 타파 2
7.1 오사 전후의 ‘악성 타파’
7.2 1927년 이후 루쉰의 ‘악성 타파’

8장 번역하는 루쉰
8.1 왜 ‘근대 초기’인가?
8.2 루쉰에게 번역의 의미
8.3 루쉰 번역의 줄기: 러시아 문예의 수용

9장 루쉰의 문론(文論): 문학과 정치
9.1 문학론: 용(用)과 무용(無用)
9.2 창작론: 소설과 잡문
9.3 ‘사상’의 원점

맺는 글: 루쉰의 미래성(동아시아 시민의 형성)
저자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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