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 지음
쪽수 | 25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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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6545-343-7 04150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16년 3월 21일 |
분류 | 고전오디세이 07 |
책소개
한비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바라보다
『맹자』를 통해 이 시대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했던 『맹자독설』의 저자 정천구 선생이 이번엔 『한비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진단한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를 출간했다.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통치 원칙을 구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한비자』는 오늘날까지도 치열한 경쟁과 인간의 갖가지 행태를 예리하게 분석한 유익한 고전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 책은 『한비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며 깊이 있는 비판과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 시대의 문제들에 대해 『한비자』를 맹목적으로 답습하기보다는 현재를 보는 꼬투리로 삼으며 재해석하여 이 시대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왜 난세의 시대에 한비자가 필요한가?
춘추전국시대는 난세 중의 난세였다. 한비는 이 어지러운 시대에 생존을 위한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마주했고 인간의 온갖 속성을 파악해 난세의 리더십을 주장했다. 그는 형명과 법술을 익히고 황로학을 받아들여 법가의 학문을 집대성했고, 한비가 죽은 뒤 그를 숭배하는 학자들은 그의 작품을 하나의 책으로 정리해 『한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진(秦)나라 왕은 누군가가 진나라에 퍼뜨린 「고분(孤憤)」과
「오두(五?)」 두 편의 글을 읽고는 이렇게 탄식했다.
“아, 과인이 이 글을 쓴 사람을 만나 사귈 수만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다!”
그때 곁에 있던 이사(李斯)가 말했다.
“이는 한비(韓非)가 지은 글입니다.”
이에 진나라 왕은 서둘러 한(韓)나라를 쳤다.
- 「한비, 그는 누구인가」 중에서실제로 한비 때문에 진나라의 왕이 한나라를 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진나라 왕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한비의 글이 널리 퍼져 있었고 또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였다는 사실이다. 『한비자』는 기본과 원칙, 엄정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작게는 부국강병을 이루고 크게는 통일 제국을 이루기 위한 넉넉한 식견과 책략을 지녔다. 다시 말해 오늘날 선진국을 지척에 두고서 갖가지 병폐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제시하기에 『한비자』만큼 좋은 고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춘추전국시대 못지않은 난세에 놓여 있다.
제국을 꿈꿨던 대한제국, 그리고 새로운 제국의 길을 가야하는 대한민국
우리의 역사에서도 제국을 꿈꾼 적이 있었다. 바로 ‘대한제국(大韓帝國, 1887~1910)’ 시대가 그 증거이다. 대한제국은 제국임을 선언하고 칭제하였지만 비루함은 조금도 떨쳐내지 못했는데, 정천구 선생은 이에 대해 “진정한 제국을 이룩하고 칭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패배하여 실질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끊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더구나 대한제국은 국민주권체제와는 거리가 먼 황제권의 전제화를 지향했다. 하지만 고종은 황제가 되었어도 권력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근대적 개혁을 추진하려고 해도 이를 맡길 만한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은 조선을 호시탐탐 노리던 일본에 침략 기회를 제공해주는 구실을 했고,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후 국제사회는 일본에 우호적이었다. 힘의 정치가 지배하는 세계, 더구나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백 년이 지난 지금, 한국과 세계의 상황은 과연 달려졌다고 할 수 있을까? 정천구 선생은 “무엇보다 백 년 전처럼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제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버둥질하면서 허둥대고 있다”고 답한다. G2로 성장한 중국,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 거기에 미국과 러시아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제국들이 엄연한 지금, 우리는 백 년 전 그때와는 다른 ‘제국’의 길을 가야한다. 우리가『한비자』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정부패, 제국의 길을 막다
『한비자』외저설 우하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노나라의 재상 공의휴(公儀休)는 생선을 좋아해 온 나라 사람들이 그에게 생선을 사다 바쳤다. 하지만 공의휴는 생선을 받지 않았고, 이를 본 아우가 그 까닭을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참으로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는 것이다. 내가 생선을 받게 되면 반드시 남에게 나를 낮추는 기색을 하게 될 것이다. 남에게 나를 낮추는 기색을 하게 되면 법령을 어기게 될 것이다. 법령을 어기면 재상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록 생선을 좋아할지라도 아무도 나에게 생선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나 또한 스스로 생선을 사 먹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부정부패로부터 결코 깨끗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 2015년, 우리는 성완종 뇌물 사태를 지켜보며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수많은 정계의 인사들이 부정부패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았다. 뇌물은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야 할 일에서 사사로운 이익을 앞세우면서 주고받는 물건으로,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국가를 위태롭게 만드는 부정부패의 근원이다. 이에 저자 정천구 선생은 “지금 부국강병을 이루고자 하는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이 부정부패다. 이 부정부패를 그대로 두고서 제국을 꿈꾼다면, 그건 한낱 백일몽일 뿐이다”라고 전한다.
대한민국, 새로운 제국을 말하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민족주의가 대두됨에 따라 폭압적인 제국과 제국주의가 사라지는 듯했으나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 상업, 투자, 이민 등이 팽창되면서 국가나 국경의 경계를 넘나드는 힘에 또 다른 제국, 제국주의가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패권주의적인 제국이 아니라 새로운 제국을 구상해야 한다. 정천구 선생은 이를 ‘열린 제국’이라 일컫는데, 열린 제국은 인종이나 민족, 이념이나 빈부 등의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관용과 평등,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이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를 위해서 개인, 정부, 민족, 국가의 낡은 관념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데 여기서 유가적 사유, 특히 성리학적 관념으로부터 대담한 일탈을 시도하고 다양한 사상과 사유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비자, 제국을 말하다』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모색하는 불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소개
정천구
1967년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국유사를 연구의 축으로 삼아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학과 사상 등을 비교 연구하고 있으며, 현재는 대학 밖에서 ‘바까데미아(바깥+아카데미아)’라는 이름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저서로는 『논어, 그 일상의 정치』, 『맹자, 시대를 찌르다』, 『맹자독설』,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중용, 어울림의 길』등이 있고, 역서로 『차의 책』, 『동양의 이상』, 『밝은 마음을 비추는 보배로운 거울』, 『원형석서』, 『일본영이기』, 『삼교지귀』 등이 있다.
차례
머 리 말
1. 한비, 그는 누구인가
2. 왜 지금 제국을 말하는가
3. 강병의 길을 가고 있는가
4. 진정한 우방은 있는가
5. 지금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
6. 누구를 위하여 법을 만드나
7. 첩만 사랑하여 처를 구박하는 경찰
8. 제국의 길을 가로막는 부정부패
9. 그들도 강국을 꿈꾸고 있을까
10. 잔혹한 교육이 낳은 잔혹 동시
11. 제국의 시대를 열 재상을 찾으라
12. 인재가 인재를 추천한다
13.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14. 인재가 없는 시대가 아니건만
15. 제국은 책임 위에서 굳건해진다
16. 사람을 모르는데 제국을 이루랴
17. 제국이여, 풍자가 아니면 몰락이다
18. 민주주의도 제국도 법치다
19. 법치는 변혁과 실행의 합주다
20. 사면, 대권의 활용인가 남용인가
21. 재벌은 불평등 소유의 마루지다
22. 강자의 외교와 약자의 외교
23. 누구에게 대권을 물려줄 것인가
24. 상대를 읽고 나를 숨기는 것이 외교다
25. 통일의 숨은 힘은 외교다
26. 제국의 미덕은 포용과 관용이다
27. 새로운 제국을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