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 정상천 옮김
쪽수
384쪽
판형
148*220
ISBN
978-89-6545-741-1 03300
가격
22,000원
발행일
2021년 8월 27일
분류
문명/문화사

책소개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30년
세상은 더 평화로워졌는가?


개방적이고 경계가 없으며 국가들이 상호 연결된 세계의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는 이제 초강대국의 경쟁, 포퓰리스트 지도자의 부상 및 초국가주의의 부상으로 인해 세계가 파멸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는 비관주의로 대체되었다.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는 급변하는 현대의 세계정세 흐름을 현실주의와 지정학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외교관이자 지정학자인 저자 아이만 라쉬단 웡은 세상의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 ‘권력, 지리 그리고 정체성’이라는 변수에 기초한 세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국가 간의 갈등과 협력의 원인을 사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가 말레이시아 국적의 지정학 연구자라는 사실에는 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지정학과 국제 관계는 대개 서구의 관점에서 논의되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제3세계의 시각으로 세계정세를 분석한다. 이는 독자에게 기존의 논의와는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기회를 선사한다.


현실주의자가 세계분쟁을 읽는 세 가지 열쇠
권력, 지리, 정체성


저자는 자신을 현실주의자라고 정의하며 기존의 세계정치 분위기를 이끌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자유주의는 이상주의와 연결되어 있지만 2010년대 이래로 세계경제의 침체를 탈피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고, 대중은 그들의 이상에 대한 희망을 잃었다.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들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진 것이 요즘의 세계정세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키워드로 권력과 지리, 정체성을 제시한다.
첫 번째, 권력이다. 왜 국가들은 권력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쏟는가? 권력은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고, 강자의 존재에서 오는 불안정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안위를 보전할 목적으로 권력을 추구할 동기를 부여한다. 강자가 되는 데 실패한 국가들은 그들의 안전을 위해 힘의 균형에 의지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을 발전시켜 국력을 기르거나 주변 국가와 동맹을 맺는다는 당연한 이치이다. 예를 들어 북한은 강대국들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집요하게 핵무기를 개발한다. 이것은 언뜻 선악의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현실주의자들은 이를 단호히 부정한다.
두 번째, 지리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모든 국가는 육지나 수역을 포함하는 영토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벽이 없는 세상에서도 지리학은 무시할 수 없다. 평지가 있고 고지대로 보호되지 않는 국가는 고지대에 위치한 국가보다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것과 같은 지리적 한계를 파악해야 세계가 더욱 뚜렷이 보인다.
세 번째, 정체성이다. 국가가 개인으로 구성되는 이상, 인간의 정체성은 국가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포퓰리즘이 존재감을 과시하는 요즘, 국가들은 정체성 혼돈에 직면함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정체성을 인정받기 원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여전한 앙숙이고 영국은 EU에서 탈퇴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칠 때, 홍콩은 피를 흘리고 있다. 앞으로의 세계정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국과 그 속의 개인이 정의하는 정체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새롭게 떠오르는 현실의 발현
우주, 사이버, 증오, 환경의 정치학


저자는 이 책에서 국제문제에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정치학을 전한다. 언급하고 있는 것은 우주 정치학, 사이버 정치학, 증오 정치학, 환경 정치학의 네 가지이지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영원히 확장될 국제문제와 새로운 정치학에 대해 생각해봄 직하다.
우주 정치학은 우주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패권다툼과 관계된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냉전시기의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을 만들고 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보냈으며, 미국은 달에 깃발을 꽂았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재정의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우주경쟁은 이미 자를 대고 줄을 긋기 시작한 지정학의 연장선에 있다.
사이버 정치학은 사이버 공포증에서 비롯된다. 정치와 국가의 안보에 있어 정보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에 모든 국가는 사이버 스파이에 대해 매우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2019년을 기점으로 미국·호주·뉴질랜드·일본·대만 등 중국의 적으로 볼 수 있는 국가들이 화웨이를 차단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증오 정치학은 대개 우파 포퓰리즘과 관련이 있다. 우파 포퓰리즘은 정체성을 지키려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이민에 대항한다. 현대의 사람들은 테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할 만큼, 증오는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환경 정치학의 가장 큰 쟁점은 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책임 배분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 유엔은 일찍이 1992년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제정하며 온실가스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목했지만 강대국 간의 상대적 이해득실에 대한 문제는 이 의제가 구현되기 어렵게 만든다.


한 권으로 읽는 세계정세의 현주소
말레이시아 국제 전문가가 지리학으로 읽어내는 40여 개 나라 이야기


아이만 라쉬단 웡은 현재의 세계정세와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누구나 읽기 쉽게 풀어낸다. 사진 자료나 지도 또한 풍부하게 활용하여 이해를 돕는다. 서술의 공간적 범위는 전 세계 40여 개국을 아우르고, 그 내용은 전쟁과 분쟁, 국가안보, 군사력, 강대국 간 경쟁, 육상 및 해상 분쟁과 같은 하이폴리틱스(high politics)부터 무역 및 투자, 인프라와 연계성, 사상과 문화, 대중문화와 소프트파워, 인권과 개인의 안전 등의 로폴리틱스(low politics)까지 모두 포함한다.
이 책은 세계정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면서도 각 장이 대개 한 나라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내용을 골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국제 정치사에 입문하고 싶거나 어렵지 않은 책을 찾고 있다면 『지리로 보는 세계정세』를 추천한다.




책 속으로

P. 74 초국가주의 모델은 보다 단결된 유럽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국가의 정체성을 대체할 초국가적 정체성을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P. 82 “우리에게는 영원한 동맹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 우리의 이익만이 영원하고 영속적인 것이며, 그 이익을 따라가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라는 말은, 특히 영국의 파머스턴(Palmerston) 백작이 1848년에 한 말이다. EU를 떠나기로 한 영국의 행동은 다시 한번 영국의 실용주의를 입증하였다.


P. 121 “우크라이나”와 “리틀 러시아” 사이의 정체성 충돌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지정학에서 그 흔적을 계속 남길 것이다.


P. 203 하지만 이 힘의 게임에서 항상 지는 쪽에 있는 사람은 대중들일 것이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바리스가 말한 바와 같이, “고귀한 영주들이 왕위 계승권을 행사할 때, 왜 항상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죄 없는 사람들인가?”라는 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P. 260 말로는 중화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모두 ‘중국 민족’을 건설하고 싶어 하지만, ‘중국’이라는 발상은 이를 둘러싼 다른 민족들에 대한 한족의 패권주의다. 이러한 현실이 다른 민족들로 하여금 분리를 위한 투쟁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고 있다.


P. 361 현대 자유주의의 맥락에서 자유는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차이를 고려한다. 어떤 사람에게 더 이상 비밀이 없으면, 그에게는 더 이상 사생활이 없다. 이러한 상황은 미래주의자들이 많이 두려워하는 전체주의 통치를 가능하게 한다.



저자 소개

지은이


아이만 라쉬단 웡Ayman Rashdan Wong


말레이시아 국립대 국제관계학과에서 학사과정을, 말레이 대학 전략 및 방위 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한 이후 열정적으로 지정학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는 2021년 7월 현재 17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지정학적 관점에서 시사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비록 연방정부를 위해 일하는 행정관료이자 외교관으로 잘 알려 있지만, 조지 프리드먼이나 로버트 캐플란처럼 인문학 분야에 대해 논평을 하는 독립된 지정학 분석가로 알려지기를 더 선호한다. 지정학 외에도, 다양한 언어에 대한 애호가이다.


옮긴이


정상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1대학(팡테옹소르본느)에서 역사학 석사(DEA)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상공부와 통상산업부에서 근무했고 1998년부터 외교통상부에서 15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한국과 프랑스 관계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다시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일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아시아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불통상 관계』(파리 출간), 『불교 신자가 쓴 어느 프랑스 신부의 삶』, 『나폴레옹도 모르는 한-프랑스 이야기』, 『한국과 프랑스, 130년간의 교류』,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가 있고, 역서로 『벽이 없는 세계』, 『15세기 동남아 무역왕국 말라카』가 있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서문


1.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30년
2. 권력
3. 지리
4. 정체성
5. 미국
6. 멕시코
7. 유럽
8. 영국
9.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10. 스페인
11. 이탈리아
12. 러시아
13. 우크라이나
14. 중동
15. 이스라엘
16. 이집트
17. 사우디아라비아
18. 이란
19. 터키
20. 리비아
21. 수단
22. 북동아프리카(Horn of Africa)
23. 예멘
24. 시리아
25. 쿠르디스탄
26. 레바논
27. 이라크
28. 오만
29. 아프가니스탄
30. 인도와 파키스탄
31. 중국
32. 신장
33. 홍콩
34. 대만
35. 일본
36. 인도-태평양
37. 한국
38. 북한
39. 남미
40. 아프리카
41. 동남아시아
42. 미얀마
43. 필리핀
44. 태국
45. 인도네시아
46. 말레이시아
47. 우주정치학(Astropolitics)
48. 사이버 정치학
49. 증오 정치학
50. 환경 정치학


저자 인터뷰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