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과학과 인생관

천두슈 외 19명 지음 | 한성구 옮김
쪽수
620쪽
판형
152*225
ISBN
978-89-6545-334-5 94150
978-89-6545-329-1(세트)
가격
35000원
발행일
2016년 02월 01일
분류
중국근현대사상총서 003

책소개

20세기 초 중국문화와 서양문화의 충돌로 빚어진 ‘과학과 인생관’ 논쟁
논쟁 이후 달라진 중국근현대사상을 살펴보다.


역사는 연속성을 가지고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 중국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 중국은 밖으로는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열강의 침략이 잦았고 안으로는 태평천국의 난과 의화단의 난으로 국내 정세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청말 지식인들은 부강해진 서양의 원인을 발전된 과학혁명과 기술에서 찾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베이징대학 교수 장쥔마이가 1923년 2월 14일 칭화대학에서 ‘인생관’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청년들에게 과학을 기초로 한 인생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서양의 과학문화와 물질문화를 통해 중국을 개혁하려는 지식인들의 반격이 일어났고, 당대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논쟁에 대거 참여함으로써 ‘과학’과 ‘인생관’ 논쟁이 본격화된다. 첨예했던 이 논쟁은 1년 넘게 지속되었다. 논쟁 이후 중국 문화운동은 과학적 세계관을 중시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이 책은 1923년 중국 사상계에서 첨예하게 벌어졌던 ‘과학과 인생관 논전(科學與人生觀論戰)’ 혹은 ‘과학과 현학 논전(科學與玄學論戰)’에 참가했던 각 분야 지식인들의 논문 29편을 모아 펴낸 책이다. 천두슈(陳獨秀)와 후스(胡適)가 서문을 썼으며, 1923년 11월 상하이의 아동도서관(亞東圖書館)에서 출판했다. 중국에서 출간된 이후 지식계의 엄청난 호응을 얻으며 1926년까지 네 번이나 재판 인쇄되었다. 이 책을 통해 20세기 초 중국 근대 사회의 문화적 정치적 상황을 살펴보고,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고찰해본다.


부강해진 서양문명과 참혹했던 1차 세계대전 사상적 혼란을 겪은 중국

격변하는 정치상황 속에서 서양 문화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대응은 정치운동 또는 문화운동으로 이어졌다. 서양문물을 수용해 근대화를 이룩하려고 했던 양무운동, 제도적으로 변화를 모색한 유신변법운동, 유가사상을 비판하고 서양의 과학과 민주를 기치로 내걸었던 신문화운동. 이 세 가지 운동으로 중국의 지식인들은 서양 과학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나갔고, 개혁주의자들은 과학의 보편화와 대중화야말로 중국이 근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과학기술로 무장해 강력해 보였던 유럽은 1차 세계대전으로 근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성과 과학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에 회의를 갖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서양문명보다 동양의 정신문명이 우월하다는 지식인들과 과학문화를 통해 중국을 개혁하려는 지식인들의 충돌이 예고되었고, ‘과학과 인생관’ 논쟁은 그 충돌의 불씨가 되었다.

마르크스주의 철학이 중국화되는 데 기초적인 틀 마련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던 ‘과학과 인생관’ 논쟁은 대체적으로 과학적 인생관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과학적 인생관의 승리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논쟁 이후 중국 지식인들에게 마르크스주의 철학이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유물론을 운용하여 사회 역사 현상을 관찰, 분석하는 과학으로 인식되어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중국화하는 데 있어 기초적인 틀을 마련했다.


근대에 들어와 수많은 지식인들을 첨예한 사상 논쟁의 장(場) 속으로 끌어들였던 “과현논전”은 정치적 상황의 특수성 가운데에서 ‘과학적 인생관’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서구 열강에 맞서는 민족국가의 설립과 중국의 근대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다수의 중국 지식인들이 이러한 과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된 과학적 세계관인 마르크시즘을 받아들였기 때문이지 과학과 인생관에 대한 철저한 이론적 검토에 기반을 둔 것은 아니었다. _「해제」 중에서

현대에도 유효한 논쟁, 토론 보듯이 흥미롭게 읽힌다.

오늘날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현대문명을 발전시키기도 하고 위협하기도 한다. 만약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우리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그런 의미로 20세기 초에 벌어진 이 논쟁은 지금도 유효하다. 논쟁은 대체적으로 장쥔마이와 량치차오를 대표로 하는 ‘현학파’, 딩원지앙과 후스, 우쯔후이를 대표로 하는 ‘과학파’, 천두슈와 취치우바이를 대표로 하는 ‘유물사관파’로 나눠졌다. 상대방의 논의를 강하게 반박하거나 과열된 논쟁을 진정시키는 등 격렬했던 이 논쟁은 마치 토론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고 흥미롭게 읽힌다.


“과학이 왜 인생관을 지배할 수 없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여러 가지 그럴듯한 증거들을 내어놓았지만, 딩원지앙 등은 “과학이 어떻게 인생관을 지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하나의 증거도 내어놓지 못했으니, 내가 볼 때 이 전쟁은 승리는 고사하고 갑옷과 투구마저 잃어버린 대패전이다.
_천두슈,『과학과 인생관』서문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단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즉 “유물(경제)사관은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천두슈는 나에게 “백척간두에서 한 발짝 더 나갔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그 한 발짝을 나 갈 수 없다.
_후스, 『과학과 인생관』서문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천두슈 외 19명

천두슈(陳獨秀), 후스(胡適), 장쥔마이(張君勱), 딩원지앙(丁文江), 량치차오(梁啓超), 런슈용(任叔永), 쑨푸위엔(孫伏圓), 장옌춘(章演存), 주징농(朱經農), 린자이핑(林宰平), 탕위에(唐鉞), 장둥쑨(張東蓀), 쥐농(菊農), 루즈웨이(陸志韋), 왕싱공(王星拱), 무(穆), 송가오(頌皐), 왕핑링(王平陵), 우쯔후이(吳稚暉), 판셔우캉(范壽康)


역자: 한성구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였다. 베이징대학 철학과에서 「펑유란 <신이학> 사상연구(馮友蘭 <新理學>思想硏究)」로 석사학위를, 「중국 근현대 ‘과학’에 대한 인식과 사상변화(中國近現代對‘科學’的認識與思想演變)」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근대의 과학과 철학, 과학문화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대학에서 중국철학, 중국 근대 과학문화, 예술사상사, 중국영화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차례

01 『과학과 인생관』 서문 - 천두슈
02 『과학과 인생관』 서문 - 후스
03 인생관 - 장쥔마이
04 현학과 과학 - 장쥔마이의 「인생관」을 평함 - 딩원지앙
05 인생관과 과학을 다시 논함, 아울러 딩원지앙에게 답함 - 장쥔마이
06 현학과 과학 논전에 관한 “전시국제공법(戰時國際公法)” - 량치차오
07 손오공과 장쥔마이 - 후스
08 인생관적 과학 혹은 과학적 인생관 - 런슈용
09 현학과 과학 논전 잡담 - 쑨푸위엔
10 인생관과 과학 - 량치차오
11 인생관과 과학의 다섯 가지 차이에 대한 장쥔마이의 주장 - 장옌춘
12 인생관과 과학에 대한 장쥔마이의 글 두 편을 읽고 생긴 의문 - 주징농
13 딩원지앙 선생의 「현학과 과학」을 읽고 - 린자이핑
14 현학과 과학 - 장쥔마이에 답함 - 딩원지앙
15 심리현상과 인과법칙 - 탕위에
16 과학에 대한 평가 - 딩원지앙
17 노력은 하였으되 공(功)이 없다 - 장둥쑨
18 인격과 교육 - 쥐농
19 “개 같은” 심리학 - 루즈웨이
20 현학과 과학 토론의 여흥 - 딩원지앙
21 “현학과 과학” 논쟁이 주는 시사점 - 탕위에
22 어리석은 사람의 잠꼬대 - 감성은 정말 초과학적인 것인가? - 탕위에
23 과학과 인생관 - 왕싱공
24 과학의 범위 - 탕위에
25 방관자의 말 - 무
26 현학상의 문제 - 송가오
27 “과학과 철학 논전”의 에필로그 - 왕핑링
28 양팔고(洋八股)화 되어버린 이학(理學)을 경계함 - 우쯔후이
29 소위 “과학과 현학 논쟁”을 평함 - 판셔우캉
30 「“과학과 현학논쟁”을 평함」을 읽고 - 탕위에
31 신(新) 신앙의 우주관과 인생관 - 우쯔후이


해제 - 한성구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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