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인학

담사동 지음 | 임형석 옮김
쪽수
320쪽
판형
152*225
ISBN
978-89-6545-332-1 94150
978-89-6545-329-1(세트)
가격
25000원
발행일
2016년 02월 01일
분류
중국근현대사상총서 001

책소개

소용돌이치는 시대를 타파하기 위한 담사동의 ‘인(仁)의 학(學)’

『인학』은 담사동이 집필한 논변의 글로, 서구의 근대체제를 소개하고 중국 전통적인 덕목과 연결시켜 새로운 도덕적 가치를 보여준다. 왕양명(王陽明)과 황종희(黃宗羲)의 사상에 영향을 받았고, 전통적 유가에 화엄종과 유식불교, 그리고 묵자의 사상이 바탕이 되어 있다. 여기에 종교적으로는 서구의 기독교, 학문적으로는 물리학, 수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근대학문의 성과를 반영했다. 또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는 데에 중국 전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더불어 이를 실천의 덕목으로 제시했다. 이것은 지식을 아는 것을 넘어서 행동으로 나서기 위한 도덕적·정신적 깨우침이며 도덕적 이상의 깨달음과 실천을 우선시하는 중국 근대 계몽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인학’을 ‘인의 학’의 의미로 다가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한 담사동의 능동성을 보여준다. 복잡다단한 동서 종교와 학문의 통합과 평등한 세계로의 제시, 그리고 이를 이끌어가기 위한 도덕 정신의 고양을 주문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 근대 계몽의 성격을 보여주는 담사동의 개혁과 도덕적 이상

담사동은 어릴 때부터 유가 경전, 사적, 시사고문 등을 학습하고 관원이었던 부친을 따라 중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위기에 처한 중국의 현실을 목도했다. 또한 개항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서구 문물을 직접 볼 수 있었고, 번역된 외국 서적들을 학습하며 성장했다. 한편 갑오년 청일전쟁의 패배는 그에게 사상뿐 아니라 정치적 실천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낡은 질서와 청(淸) 정부의 무능함은 중국의 위기를 심화시켰고 담사동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와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개혁을 실현할 인간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고자 했다. 새로운 사상과 지식을 소개하고 새로운 도덕과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사람들 사이에 변화의 관념을 확산시키고 이의 실현을 위한 실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담사동의 개혁 방안은 1) 사상의 개혁, 즉 과학, 정치학, 경제학 등 서학의 도입과 중국의 전통학문과의 융합, 2) 유신을 통한 정치적 제도의 개혁, 3) 실천을 위한 정신의 개혁과 새로운 실천 도덕의 수립으로 정리할 수 있다. 1896년부터 1897년 사이에 집필된 『인학』은 이러한 그의 개혁사상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다. 담사동은 『인학』을 통해 만물과 세계는 하나라는 관점에서 ‘평등’과 ‘통일’을 지향했다. 일원론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중국 전통의 유교, 서구의 자연과학, 정치학, 경제학을 더했으며, 동서를 아우르는 사상적 증명을 이루고자 불교를 가져왔다. 여기서 ‘인(仁)’은 가장 최상위 개념으로 쓰이는데, 낡은 봉건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이념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의 근대 세계를 설명하는 이념으로 ‘자유’와 ‘평등’ 그 자체였고, 이를 실천하는 도덕의 의미를 내포한다.


천지 사이에는 역시 인밖에 없다. 부처는 이렇게 말한다. ‘수백, 수천, 수만, 수억의 갠지스 강 모래알 숫자만큼 많은 세계에서 자그마한 존재인 중생(衆生)이 하나의 생각을 일으키더라도 나는 그것을 안다. 비록 빗방울 하나만큼 미세한 것이라도 그 숫자를 알 수 있다.’ 부처의 말에 무슨 신기할 것이 있겠는가? 인이 완전해지면 저절로 모르는 것이 없어진다. (…) 사실 모든 것이 통해서 한 몸이 되는 상태에 도달하고 모르는 것이 없다고 말하더라도 이상한 것은 절대 없다. 아느냐 모르느냐의 구분도 인이냐 인이 아니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한다. 천지 사이에 역시 인만 있을 뿐이지 지혜라고 따로 말할 만한 것은 없다. (36~37쪽)

인학, 제목에 담긴 메시지와 가치

보통 제목에는 저자의 의도나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인학』역시 제목을 제대로 이해해야 담사동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데, 흔히들 『인학』의 ‘인’과 ‘학’을 쪼개서 이해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임형석 교수는 해제를 통해 그것은 “오해”라고 말한다.


‘인학’은 실상 ‘인’과 ‘학’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다. 차라리 ‘인의 학’으로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중국의 중체서용, 일본의 화혼양재나 조선의 동도서기처럼 ‘인학’이 그저 ‘인’과 ‘학’의 결합일 뿐이라면 수동성의 굴레, 곧 ‘어쩔 수 없는 현실’주의에서 담사동도 벗어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인의 학’으로 ‘인학’을 이해하는 것이 담사동이 생각한 능동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길이라고 힘껏 말하고자 한다. 적어도 담사동의 생각을 변증법이라고 여길 때이다. (283~284쪽)

『인학』의 ‘인’은 전통의 속박을 넘어 인간을 비롯하여 만물의 평등을 실현하고 생명을 살리는 길이라는 의미를 더한다. 즉 담사동은 중국 전통의 개념인 ‘인’을 차용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것이다. 이에 새로운 ‘학’, 즉 서양의 신학문인 과학을 통해 ‘인’의 정당성을 구축해나간다.


소통과 평등에서 찾은 근대적 가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유가(儒家)의 인(仁)
담사동은 유가적 덕목인 인을 끌어와 통상의 원리와 그 안에 내재한 상호 이익의 가능성, 그리고 더 나아가 평등의 가능성을 보았다. 인은 각자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소통시키려는 실천 자체이며, 그것으로 이루어지는 상태, 즉 평등 그 자체이다. 그는 이러한 세계를 공천하(公天下)로 제시하며 이와 대비시켜 중국의 봉건체제를 사천하(私天下)로 지적하는데, 이러한 모습을 통해 『인학』이 단순히 근대적 가치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제약을 뚫고서 평등한 사회체제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정신과 실천을 담고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담사동

담사동(譚嗣同, 1865~1898)은 자가 복생(復生), 호가 장비(壯飛)이다. 중국 호남성 류양(瀏陽) 출신인 아버지 담계순(譚繼洵)이 베이징에 근무할 때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열한 살 때 류양회관으로 이사하고 스승 구양중곡(歐陽中鵠)을 만나 학문을 익히기 시작한다. 열두 살 때 디프테리아가 돌았고 어머니, 형, 누나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담사동도 지독한 돌림병에 걸렸지만 사흘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복생이란 이름을 얻은 것도 이 사건 때문이지만 트라우마를 가지게 된 것도 이 사건 탓이다.
십대 초반부터 담사동은 호남성 출신의 대학자 왕부지를 사숙하게 되는데 기학과 민족주의에 눈 뜨게 된다. 또한 당시 협객으로 명성이 자자한 왕오에게 칼 쓰기를 배우기도 했다. 아버지의 벼슬길을 따라 감숙이나 신강 등 서북 지역부터 강남 곳곳과 대만까지 중국 각지를 여행하다가 스물아홉 살 때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서양의 과학, 문화, 사회에 관한 번역서들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서른 살 때 청일전쟁이 터지고 이듬해 시모노세키조약을 맺자 격분한 담사동은 그 원인을 생각하고 청나라에 더 이상 희망을 걸지 않게 된다. 이후 호남성에서 신정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서른두 살 때 여행 도중 강유위의 문하생 양계초 등과 만나고 이듬해 봄 남경에서 『인학』을 쓰게 된다. 『인학』을 탈고한 담사동은 신정운동에 다시 합류했다가 강유위의 추천으로 광서제를 알현하고 1898년 무술변법에 주역이 된다. 무술변법이 백일 남짓 추진되었을 때, 서태후를 중심으로 한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실패하게 된다. 망명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혁명에 헌신하게 된다. 그는 서른넷의 나이에 동지 다섯 명과 함께 베이징에서 처형당했다.


역자: 임형석

1969년 부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1992년 부산대 철학과에서 학사학위를, 1997년 중국 칭화대 사상문화연구소에서 사상사 연구로 석사학위를, 2001년 베이징대 철학계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부산과 인근의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 및 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 경성대학교 문과대학 중국학과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 『한자견문록』이 있고 번역서로 『잃어버린 고리』, 『문사통의』, 『문사통의교주』, 『주역의 리더십』 등이 있다.


 

차례

저자 서문


인학의 정의
인학 1
인학 2


옮긴이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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