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오사카: 도시의 기억을 발굴하다

가토 마사히로 지음 | 곽규환, 진효아 옮김
쪽수
256쪽
판형
148*220
ISBN
978-89-6545-739-8 0391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21년 8월 31일
분류
아시아총서 40

책소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해외 도시, 오사카를 다시 걷다
지리학자가 본 근현대 오사카의 모습


오사카가 현대 도시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선택을 검토하고, 이 선택으로 인해 탈락된 장소들에 대해 서술한 책 『오사카, 도시의 기억을 발굴하다』가 출간됐다. 모습은 어떻게 형상화되는 것일까? 우리가 보고 듣고, 또 경험하는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한 사건의 선택과 탈락으로 인해 만들어진다. 도시 또한 마찬가지다.
오사카는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도시이다. 그만큼 한국에 출판된 관련 서적 역시 많다. 이 다양한 오사카 관련 도서의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선택된 오사카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책은 도시의 선택보다 이가 자아낸 탈락에 더 많은 시선을 보낸다.
저자 가토 마사히로는 도시사회지리학적 관점으로 오사카의 선택과 탈락을 엮고 그려낸다. 한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오사카의 장소 변천과 관련 인물의 서사가 도시의 숨겨진 풍경을 펼쳐낸다. 새롭지만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오사카가 독자를 기다린다.


잊혀가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히 되살리다
사료와 문학을 통한 오사카의 재구성


이 책은 관광지로서 오사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사카라는 도시에 숨은 역사를 발굴한다. 흔히 들어봤을 법한 오사카의 가장 큰 번화가 ‘기타’(우메다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오사카역과 사철의 종점이 몰려 있는 터미널. 메이지 시대부터 새로이 형성된 번화가)와 ‘미나미’(난바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예부터 유흥의 중심이었던 오사카의 전통적인 번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저자는 ‘모두가 알지만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장면을 보여준다.


1장에서는 오사카의 공간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을 제시한다. 오사카의 두 핵인 기타와 미나미, 즉 우메다와 난바의 성립 과정을 설명하고 두 번화가 사이의 대조적인 면을 강조한다. 특히 이 두 핵심 지역을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가 지하상가의 존재인데 2장에서는 이 지하상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3장에서는 상인들이 모여 사는 동업자 거리의 변화상과 새로운 소비 공간의 발생 과정을 설명하며 상업 도시로서의 오사카를 보여준다. 4장에서는 근대 시기 오사카의 임해 중공업 지대를 ‘갈대 지방’이라고 호칭한 시인 오노 도자부로의 장소 감각을 빌려 그 시기의 오사카를 도시사회학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이후 5장에서도 오노 도자부로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미나미의 심층 공간을 파악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2025년 개최가 결정된 국제만국박람회를 언급하며 1990년대 일본 도시 정부가 추진한 도시계획 테크노포트 오사카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오사카라는 장소의 의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부각한다.


저자는 학술과 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탐구자로 책을 서술하는 내내 다양한 종류의 사료를 풍부히 인용한다. 특히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장소 감각 및 공간 경험 관련 서술을 인용하여 장소와 공간을 고찰하는 방식이 눈에 띈다. 또한 과거와 현대를 망라하고 그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듯 묘사하는 서술이 오사카라는 도시를 경험해 본 독자에게는 반가움을, 잘 알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즐거운 상상을 선사할 것이다.


장소 감각으로 걷는 새로운 도시 산책
역사와 기억의 교차로 도시의 지층을 들여다보다


한국인은 도시를 산다.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의 도시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90%에 달한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한국인의 삶은 도시와 분리시킬 수 없다. 지금 이 시점, 한국인에게 도시 산책은 삶을 산책하는 일과 같다.
저자는 도시 산책의 대가다. 그는 도시의 표면과 지층을 동시에 감각할 때 훨씬 더 풍부한 도시 산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역설한다. 책은 도시의 표면과 도시의 지층이 만나는 접점인 '장소'에 주목한다. 저자는 도시의 선택, 즉 도시의 확장과 공간의 개발은 역사적 검토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도시의 탈락, 즉 장소의 강제적 변천 및 소멸과 사회의 정서는 기억의 검토를 중심으로 펼쳐낸다. 이러한 저자의 오사카 산책은 도시를 살아가는 한국의 독자에게도 많은 공감을 끌어낸다.
도시의 확장 과정에서 권력과 자본은 체계적인 의도의 구현이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위해 종종 사람과 사회의 일상과 의미가 녹아 있는 장소를 부수고 새로 세우려 한다. 하지만 도시의 표면과 지층을 아우르며 걷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도시의 확장과 장소의 흔적은 상충하면서 서로를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 책은 독자에게 알려준다.
도시의 확장 과정에서 우리는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 저마다의 일상과 감정이 녹아 있는 장소를 권력과 자본에 의해 상실하곤 한다. 하지만 도시의 표면과 지층을 아우르며 걷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이상, 장소의 흔적은 기억으로 남아 역사를 새길 것이다.



책 속으로

P. 28-29 이처럼 최근 많은 상업 공간 내부에는 재현을 통해 생성된 다양한 규모의 요코초가 존재한다. 하지만 화재 이후 특별 보전사업이 시행된 호젠지 요코초를 제외하면, 시가지 내의 요코초나 로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쓰모리 하수처리장의 펌프실 상층부에 재현됐던 로지 공간도 마찬가지다. 목조 나가야를 부수고 주차장을 겸비한 단독 주택으로 신축하는 사회공간적인 지구 개발이 착실히 진행 중이다. 조만간 우노 고지나 오다 사쿠노스케가 묘사한 로지는 소멸할 확률이 높다. 요코초나 골목들은 이상화된 ‘~스러움’ 같은 분위기 연출에 필요한 장치로서 수요와 소비의 대상이 되고야 말았다. 그 누구도 그들의 실재를 원하지 않는다. 이상이 실체를 초월했다.


P. 126-127 미도스지를 넘어 서쪽으로 아메리카무라. 요츠바시스지를 넘어 서쪽으로 미나미호리에. 나가호리도리를 넘어 북쪽으로 미나미센바. 그리고 신마치. 미나미 고유의 환락적 요소를 소거하면서의 기존의 경계선을 넘어 확산되는 스타일리시한 소비 공간 미나미. 도시에는 반드시 에어 포켓 같은 공간이나 틈새가 있다. 그리고 개척자는 입지 선택을 통해 장소에 새로운 가치를 항상 (재)창조한다. 요즘은 우라난바 등, ‘뒤’라고 불리는 공간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에 탄생할 거리는 어디일까


P. 202 근세 오사카 남쪽 끝의 유곽-묘지-간이숙소, 세 공간의 조합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근대 오사카 남쪽 교외로 옮겨갔다. 과거 자신의 기능을 온전하게 재현하면서 말이다. 주변성을 띤 공간은 기존 시가지의 근교로 이동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 이 배치에서 우리는 위생과 도덕에 얽힌 도시지리적 역학(=공간적 배제)의 작동을 감지할 수 있다.


P. 239 도시에는 보이는/보이지 않는 다양한 분단선이 있다. 개방성과 절도 있는 관용을 전제로 하면서 상상력을 펼쳐 근접/원격상관 없이 공간을 교차시킨다면, 장소를 하나의 가치나 기능으로 축소할 수 없는 지역의 새로운 모습도 보일 것이다. 오사카라는 현실의 도시는, 몰/탈장소화하기 쉬운 공간 구상에 ‘장소’를 다시 자리매김하는 방향을 이미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 소개

지은이


가토 마사히로加藤政洋


1972년생으로 나가노현 신슈 출신이다. 도야마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오사카시립대학교 문학연구과에서 석사와 박사(문학)를 마쳤다. 현재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 대학원 문학연구과 교수로, 일본 인문지리학회 회원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문 지리, 역사 지리, 도시사都市史이다. ‘도시적인 장소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해서 근대 이후 도시형성과 그 과정에서 태어난 주변적 공간을 연구한다. 도시를 불문하고 번화가, 슬럼, 유곽 등 도시 내 이공간異空間에 눈길을 둔다. 최근에는 앙리 르페브르와 데이비드 하비의 이론을 활용해 자본주의 제도와 도시의 식민성에 관한 오키나와 사례를 연구 중이다. 도시의 물리적경제적문화적 중심과 주변의 관계, 이 관계가 공간과 장소에 투영되는 동학動學과 결과와 의미를 추적하고 서술하는 학자이자, 스스로 학술과 문학의 경계에 서 있으려 애쓰는 탐구자다.

저서로 『오사카 슬럼과 번화가』, 『하나마치花街』, 『교토의 하나마치 이야기』, 『패전과 아카센』, 『나하 전후의 도시 부흥과 환락가』 등이 있다.

 

옮긴이


곽규환


사람과 사회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하고 옮기려 한다. 저마다의 누항陋巷에 관심이 많다. 『현대 타이베이의 탄생』(공역) 등을 옮겼다.


진효아


중국 푸단대학교 행정관리과를 졸업하고 일본 나라여자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석사를 마쳤다. 현재 나라여자대학 인간문화연구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도시공간 및 마이너리티를 연구한다. 번역한 책으로는 『폴리아모리: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공역)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_로지와 요코초의 도시 공간

1. 하수처리장의 거주 공간
2. 공간 표상 ‘요코초’


1장 오사카 ‘미나미/기타’ 고찰
1. 우메다의 도시 경관
2. 역과 유곽
3. 역 앞의 다이아몬드
4. 상극의 ‘미나미/기타’
5. 내일을 꿈꾸는 기타, 어제를 회상하는 미나미


2장 미로, 지하상가
1. 우메다의 이질적 공간
2. 배제의 공간
3. 또 다른 도시


3장 상업 도시의 토폴로지
1. 다시 일어서는 오사카
2. 동업자 거리의 변동
3. 새 소비공간의 등장


4장 갈대의 지방으로
1. 중공업 지대의 테마파크
2. 개척지의 풍경
3. 양석일의 착각


5장 미나미의 심층 공간–보이지 않는 실을 더듬다
1. 돌에 새겨진 역사
2. ‘도비타신치’에서 ‘신세카이’까지
3. 하나마치 신세카이
4. 가마가사키와 구로몬 시장
5. ‘미나미’-연결되는 장소들의 소우주


6장 오사카 1990-미래도시의 30년
1. 오사카만의 신도심
2. 다이나믹 오사카와 ‘부의 유산’
3. 도시의 공간구상과 ‘장소’


에필로그_지역의 해체


저자 후기
역자의 말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