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요성 지음
쪽수 | 38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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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52*225 |
ISBN | 978-89-6545-323-9 93100 |
가격 | 28,000원 |
발행일 | 2015년 12월 15일 |
분류 | 뇌과학/인지심리학 |
*러시아 저작권 수출 *2016 세종도서 우수학술도서 *2016 한국과학기술도서상 저술상 수상도서
책소개
현대 뇌과학과 스피노자 철학, 영화 <매트릭스>를 넘나들며
뇌와 정신의 상관성을 해명한다
‘의식의 요람’이라 불리는 뇌, 그리고 ‘의식의 지향점’인 정신. 이 둘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인간을 동물과 구별해주는 결정적 요소로 여겨져온 정신은 신경세포들의 전기화학적 활동만으로 설명되는가? 이러한 근원적 질문에 도전하는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물질과 정신의 긴장된 관계 속에서 축적된 여러 담론을 융합한다.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은 현대 뇌과학은 물론 플라톤, 데카르트, 헤겔, 스피노자 철학, 그리고 고전문학과 영화 <매트릭스>까지 넘나들며 뇌와 정신에 대한 세기에 걸친 사유를 독자의 삶 가까이로 끌어오는 연구서이다. 이 책은 뇌과학 연구를 풀어쓰는 데 그치지 않고 학문의 역사적 변화를 추적하며, 정신에 대한 철학 이론을 과학적 발견과 연관해 새롭게 해석한다. 저자 서요성 교수는 철학적 망설임과 과학적 실증을 아우르는 새로운 뇌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인공지능과 스마트 기기가 생활 속으로 들어온 ‘가상현실 시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와 뇌라는 물질에 대한 필수 지식을 축적하고 이에 대한 신선한 사유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 거부하는 뇌를 인지하고
‘이원론자 데카르트’ 편견 깨는 융합적 함의를 발견하다
만물을 정신이나 물질, 두 가지 중 하나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세기에 걸쳐 이루어져왔다. 정신은 불가분하고 그 정체가 무한한 반면, 물질은 세포나 미립자 등의 요소들로 쪼개지면서 결정론적인 성향을 띤다. 이러한 이분법의 틈에서 의식 활동과 관련된 물질로 지목되어온 뇌는 사유와 지성의 장소로 여겨지고, 심지어 정신과 동일시되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뇌 담론을 종합하며, 저자는 뇌는 의식과 물질의 중간적 존재, 아니 정신의 자율성과 물질의 결정성의 특징을 모두 포함한 제3의 존재로 가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데카르트 철학의 재발견으로 이어진다. 데카르트는 이원론의 대표적 철학자로 비판받아왔지만, 저자는 데카르트가 영혼(정신)을 물질과 구분하면서도 정신과 신체를 연결하는 뇌의 송과선과 같은 매개 기관을 중요시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데카르트 철학을 평가할 때 항상 거론하는 이분법적 특징이란 세밀하지 않은 편의주의적인 틀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의 저서에서 이분법적 언급은 일관성을 띠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물질은 의식과 대립하지만, 이성과 신체(심장과 같은 기관), 정신과 뇌의 구분은 선명하지 않다. (…) 본 연구자는 신체와 뇌를 대립적인 정신이나 물질 범주로부터 따로 떼어냄으로써 이분법에 대한 성찰에 도달하려고 한다. 이를테면 만물을 영혼(정신), 물질, 신체(심장), 뇌로 구분해볼 수 있다. 여기서 신체(심장)와 뇌는 영혼과 물질 사이를 매개하는 항으로 보면 된다. 그러므로 데카르트 철학은 뉴턴 물리학보다 의식을 강조한 양자이론과 관련시킬 필요가 있다. (65~66쪽)
저자는 섬세한 독해를 통해 데카르트 철학이 현대 뇌과학에 가지는 함의를 발굴하고, 복합적 성격을 가진 뇌를 일원론 또는 이원론에 끼워 맞추기보다 새로운 사고방식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정신의 순수성에 도전한 19세기 생리학, 심리학
자유의지를 인정한 20세기 양자물리학
물질 결정론이 지배적이었던 17세기를 지나, 19세기에 생리학과 심리학은 철학적 이원론과 과학적 일원론 사이에 가교를 놓는다. 정신과 물질은 이제 고립된 실체가 아닌 상호관계에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생리학은 정신을 신체(물질)의 기능으로 이해한다. 심리학은 인간 행동에 대한 과학적 해명을 표방하며 행위의 근원이 영혼인지 무의식인지에 대한 논쟁을 일으킨다. 생리학자들이 신경학적 관점에서 뇌를 ‘영혼이 없는 기계’로 여기게 되면서, 인간의 행동은 신경계의 상호작용 결과뿐이라는 설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새로운 과학 분야가 등장하면서 뇌와 정신에 대한 분석은 좀 더 섬세해진다. 예를 들어, 양자물리학은 자연에 연속성이 아닌 불연속성이 있음을 발견하고, 실재를 객관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관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설정한다. 그렇다면 뇌의 심리 과정을 물리적 메커니즘으로 연구하더라도, 정신 활동의 주관적 성질이 있기 때문에 이를 물리학적 법칙 내에서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인과적 틀을 넘어서 물질과 의식의 관계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저자는 뉴런·인지·감정 신경과학과 같은 새로운 학문의 성과들을 서술하는데, 과학과 문학을 함께 다뤄 전문적 지식이 없는 독자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논의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감정 신경과학 연구를 엮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과학적 성과들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까?
물질을 초월하는 ‘정신’을 되새기다
블록버스터 영화 <매트릭스>는 인간의 뇌가 컴퓨터를 통해 조작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론의 교차 지점을 다룬 이 영화는, 뇌의 원리를 이해하면 인간 의식이나 외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제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로봇 등의 기술 발전은 공상을 실제로 만들고 있다. 컴퓨터 과학기술은 생물학적이고 시공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인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저자는 헤겔 철학의 ‘정신’ 개념을 되새긴다. 뇌에는 신경세포 40억 개가 모여 있고 이 세포들 사이에서는 물리학 법칙이 적용되지만, 헤겔에 따르면 뉴런 활동은 ‘의식’이지 ‘정신’은 아니다. 의식이 감각과 학습 활동을 지칭한다면 정신이란 자의식, 이성, 절대지라는 비물질적 영역이다.
뇌에 대한 연구는 갈수록 전문화되어 해당 학계 밖에서는 접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인문학과 뇌과학의 융합에 기여하는 『가상현실 시대의 뇌와 정신』이 더욱 가치 있는 연구서인 이유이다. 그동안 단순 인용 정도에서 그쳤던 학문 간 교류에 깊이가 더해진다면, 우리는 뇌와 정신의 실체에 접근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나 평등의 조건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서요성
한양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 유학하여 빌레펠트 대학교(Universität Bielefeld) 언어문예학과에서 독일현대연극 논문으로 박사학위(Ph.D)를 취득하였다. 귀국 후 2007년 9월부터 대구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5년 독일 마인츠대학 독일연구소(Deutsches Institut) 객원을 역임했고, 한국브레히트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연예술의 초대』, 공저로는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는 『도축장의 성 요한나』가 있다. 그밖에 연극과 문예학, 문화비평, 모더니티, 과학과 인문학의 상관성 등 학문의 통합적 이해와 관련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머리말
1. 정신과 물질에 대한 표상들
1.1 정신: 자유의지의 증거
1.2 물질: 결정론의 토대
2. 데카르트와 헤겔의 관념론
2.1 데카르트의 이분법
2.2 헤겔의 정신현상 분석
3. 19세기의 뇌: 정신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
3.1. 관념론 성찰
3.2 지양되는 고전물리학
3.3 뇌에 대한 생리학적, 심리학적 접근
3.4 뇌에 대한 정치적 간섭: 아인슈타인의 뇌는 남다르다?
4. 20세기의 뇌와 정신: 양자물리학+뉴런 신경과학+인지 신경과학+감정 신경과학
4.1 양자물리학: 자유의지를 인정하다
4.2 뉴런 신경과학: 뉴런, 활동전위, NCC가 의식을 설명하다
4.3 인지 신경과학: 내 안에서 다른 음성이 들리다
4.4 감정 신경과학: 감정은 생존의 다른 이름
5. 가상현실과 <매트릭스>, 그리고 뇌
5.1 포스트휴먼 시대가 오다
5.2 뇌 원리를 모방한 가상현실
5.3 저항: 정신의 참모습
5.4 컴퓨터의 미래: 정신을 지배한다면…
6. 정신, 물질의 지배를 넘는 초월성과 순수성
6.1 초월적 정신
6.2 순수기억과 순수지각
6.3 순수감정
6.4 이성적 자유인
6.5 헤겔의 ‘정신’을 되새기다
나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