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지중해의 영화

박은지 지음
쪽수
240쪽
판형
152*225
ISBN
978-89-6545-259-1 93680
가격
15,000원
발행일
2014년 6월 30일
분류
영화이야기

책 소개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공존의 세계, 지중해 영화를 들여다본다.


현재 세계 영화는 국경, 인종, 종교 등으로 대변되는 정체성 문제로 곧잘 엉켜 있다. 그러나 한국 영화를 비롯한 동아시아 영화,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지중해권의 영화를 접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아랍(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양한 문화권을 아우르는 지중해 지역의 영화를 책 한 권에 모았다. 영화의 창시자로 불리는 뤼미에르 형제가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를 찍기 위해 남프랑스의 지중해로 향한 것처럼, 지중해는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도구보다도 완벽한 빛을 영화사에 남긴 것이다. 영화의 탄생부터 전개되는 책의 구성은 지중해 영화의 역사와 함께, <아멜리에>, <증오>, <코뿔소의 계절>, <천국을 향하여>와 <오마르> 등 지중해 영화의 개괄적인 해설을 통하여 지중해 영화들의 다양한 면면을 살피고 있다.


지중해 영화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지중해는 끝없이 푸르른 바다와 흰 돌담의 이미지인 남부 유럽 지중해로 한정되어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지중해는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을 잇는 공존과 섞임, 갈등과 화해의 현장으로서 그 범위가 상당하다. 가히 문명의 바다라고 불리는 지중해의 무대에서 지금껏 수많은 영화들이 나왔으며 그중 일부는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이처럼 수많은 걸작의 배경에 지중해가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중해 영화’의 정체성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가령 같은 지중해권의 <아멜리에>(프랑스)와 <칠판>(이란)의 경우 같은 지리적 위치에 속해 있으나, 전자는 전형적인 유럽 이미지의 영화이며, 후자는 영토 없이 부유하는 쿠르드족에 관한 영화이다. 하지만 저자는 <아멜리에>가 오늘날 프랑스의 관점으로는 허상에 가까운 인종 청소를 감행한 나라로 비판을 받은 점과, <칠판>이 소수 민족 영화로서 국제관계에서 힘의 역학과 패권주의의 부산물로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로 다른 두 영화의 간격이 좁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처럼 광범위한 지중해의 영화를 한자리에 모아 이야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저자는 이 책이 ‘지중해의 영화’라는 친구를 사귀는 방법에 관한 하나의 가이드로서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네필의 고향 프랑스 영화의 변모: 실존에서 공존으로

프랑스 영화는 지금껏 미학적인 관점에서 세계 영화사를 선도해왔다. 감독이 자신이 만든 영화의 작가가 되어 모든 창조적 책임을 총괄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주창한 작가주의 이론의 누벨바그 감독 계보는 이제 시대를 거쳐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에 관한 고찰, 68혁명 당시의 젊은 세대의 반항을 대변했던 프랑스 영화가 현대에 와서는 이민자로 대변되는 타자에 대한 수용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프랑스 사회의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증오>, <바이 바이>, <생선 쿠스쿠스>, 그리고 최근 2014년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등의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대사 위주의 문학적으로 진행되는 기법과 심리적 사실주의, 실존주의로 대변되는 프랑스 영화의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공존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서서히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에서 벗어나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다문화, 다인종 시대를 맞이한 현재의 프랑스 영화들을 통해 고민해볼 수 있다. 전 지구화 현상과 노동 이주 등의 물결 속에 디아스포라의 진입이 더 가속화될 것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국에서도 한국 이주자 출신 또는 그 2세대 감독들의 작품을 보게 될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삶과 영화 간의 간극을 좁히려는 이란-쿠르드, 팔레스타인 영화들


2012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의 수상기념 축하행사는 이란 정부가 막아서는 바람에 열리지 못했다. 이처럼 영화인에 대한 정부에 탄압이 심한 이란에서는 많은 영화감독들이 해외에서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실정이다. 책의 2부에서는 30년이나 정치적으로 구금되었던 시인의 분노가 담긴 본격적인 정치영화 <코뿔소의 계절>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시인 사데그 카망가르의 시에 영상을 입혀낸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미학적 자유로움을 풀어내고 있으며, 기나긴 분쟁의 역사를 재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영화 <천국을 향하여>와 <오마르>를 통해 국가와 정치라는 거대담론을 떠나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났을 때 싸워야 할 명분을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진실을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가 설명하는 영화 보기란, 현실 속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상적 문제가 아닌 등장인물의 얼굴과 두 눈 사이의 미간으로 서서히 집요하게 파고드는 카메라의 클로즈업을 통한 섬세한 인물의 내면을 관객들로 하여금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에서 드러나는 성찰과 고민의 찰나를 집요하게 포착하면서 지중해 영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냈다.



글쓴이

박은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영화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지중해지역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리뷰집 『시선과 담론』에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The Politics of Friendship and Paternity: The Dardenne Brothers’ Rosetta(다르덴 형제의 <로제타(Rosetta)>와 우정의 정치학)」, 「브루노 뒤몽, 작가주의 그리고 오이디푸스적 역행」, 「1990년대 프랑스 작가영화에 나타나는 탈중심주의와 가족 구조」, 「뵈르, 영화, 공존」 등이 있다.

 

 

차례

제1부 지중해 영화의 역사


영화는 왜 탄생하였나?
마침내, 영화가 탄생하다
뤼미에르, 영화의 ‘아버지’ 그리고 영화관의 창시자
초기 프랑스 영화 (I) - 뤼미에르 VS 멜리에스
초기 프랑스 영화 (II) - 상업 영화 VS 예술 영화
초기 이탈리아 영화 - 스펙터클 역사물 VS 사실주의 멜로드라마
미국 할리우드 영화 VS 유럽 영화
지중해, ‘포토제닉’ 영화의 탄생지
지중해 영화의 가리워진 얼굴 - 아랍 영화, 이집트를 위주로 번성하다
마그렙 영화의 탄생과 발전
이탈리아 영화의 발전 - 네오 리얼리즘
이탈리아 모더니즘 영화와 그 이후
프랑스 영화의 발전 - 누벨바그
프랑스 영화의 포스트모더니즘과 그 이후
아랍 영화의 발전과 위기
뉴 아랍 시네마를 위하여

 

 

제2부 지중해영화들


<아멜리에>, 파리에 관한 예술 영화의 전형을 완성하다
파리, 프랑스 영화의 마케팅 전략
자아도취의 유아론적 세계관
환대를 둘러싼 프랑스의 경험과 결단, <증오>
가두는 공간, 타자성의 매혹
환대와 열림의 사운드
‘예술 영화’의 전형 뛰어넘는 새로운 프랑스 작가 영화
정치적 분노로서의 시 - 이미지: <코뿔소의 계절>
바흐만 고바디: 리얼리즘에서 초현실주의까지
정치적 분노, 시-이미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치영화는 없다. 그러므로 사적인 정치 영화 <천국을 향하여>와 <오마르>
<천국을 향하여>에서 <오마르>까지, 테러범의 ‘얼굴’이 보고 싶다
누구의 편에 서 있는가를 보여주는 정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