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자치분권 시대의 로컬미학

임성원 지음
쪽수
272쪽
판형
152*210
ISBN
978-89-6545-633-9 0360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19년 11월 8일
분류
언론학/미디어론

책소개

‘지방’과 ‘지역’이 ‘로컬’이 되기 위해
되찾아야 하는 가치, ‘자치’와 ‘분권’


『미학, 부산을 거닐다』에서 부산문화와 부산美를 그려냈던 부산일보 임성원 기자가 두 번째 저서 『자치분권 시대의 로컬미학』을 출간했다.
‘로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전 세계적으로 ‘로컬 푸드’, ‘로컬 페이퍼’, ‘로컬 정부’ 등 이른바 ‘로컬의 재발견’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로컬’은 어떠한가. 한국에는 로컬보다는 여전히 ‘지방’과 ‘지역’이라는 말이 배회하고 있다. 지방과 지역은 ‘지방소멸’, ‘지역감정’, ‘지역이기주의’ 등 부정적이고 가치 없는 것을 뜻하는 접두사로 흔히 쓰인다. 아직 뚜렷이 나타나는 ‘로컬’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지방과 지역이 ‘로컬’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치’와 ‘분권’을 제시한다. 분권이 중앙에 빼앗긴 권리를 찾는 복권(復權)이라면, 자치는 되찾은 권리를 바탕으로 삶을 책임져 나가는 주체성의 회복이다.


‘지금 여기’의 로컬미학
언론과 자치분권의 상관관계


1장에서 저자는 로컬을 ‘지금 여기’로 정의한다. ‘지금’이라는 시간성과 ‘여기’라는 장소성이 함께 작동하는 현재의 장소, 곧 현장(現場)이 로컬이라고 한다. 그는 특별히 국내에서 로컬이라는 말이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에 주목한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고, 세계화에 따른 식민성 문제로 지방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현상이 구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부산에서 로컬, 로컬리티, 로컬학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로컬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미학이 국내에 유입된 지 90년이 넘었지만 한국미학은 여전히 정립되지 않았으며, 지방과 지역의 미학은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며 문제 제기한다. 저자는 이제 지방미학·지역미학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국미학이 제대로 설 수 있다고 말한다. 부산미학, 광주미학, 제주미학 등 대한민국의 로컬미학을 제대로 쌓아 가면 한국미학이 완성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2장에서 저자는 언론과 자치분권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한다. 디지털 시대에 지방 혹은 지역언론은 어느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저자는 디지털 언론 환경에서 지방언론의 자치와 분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뉴스를 접하는 주요 포털에서 지역 언론사의 기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국내 디지털 뉴스 이용자의 77%가 포털을 통해 정보를 얻는 현실에서 한국 디지털 공론장은 서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 뉴스만이 활개를 치는 ‘기울어진 여론 운동장’인 셈이다.
저자는 지방자치제와 지방언론은 공동운명체라고 지칭하며 자치분권과 지방언론 자유가 완벽히 실현되려면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직 언론인이자 지역 언론의 일선에서 활동하는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의 언론과 자치분권의 관계와 문제 제기 그리고 날카로운 해결 방안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부산美와 기장美의 정체성, 그리고 고향을 삶터로 삼아 살아가는 로컬 이야기


3장과 4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저자가 발 딛고 살아가는 로컬, 부산과 기장의 美를 소개한다.
부산美의 정체성은 자연미, 예술미, 인간미, 도시미, 생활미로 드러난다. 부산의 자연 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드넓은 바다는 화통하고, 박력 있고, 개방적인 부산인의 기질과 연결된다. 귀족문화나 고급문화보다 기층문화나 대중문화가 발달한 부산의 예술미는 동래야류와 수영야류 등으로 대표되며, 부산의 인간미는 바다를 낀 숭고미에 영향을 받아 화통하며, 야성을 지녔다. 부산의 도시미는 산, 하천, 바다가 이루는 지형의 영향을 받아 고개와 언덕, 굽은 도로의 불규칙한 시가지 형태를 보이는 게 특징이다. 또한 부산은 바다를 통해 새로운 문화가 들어오는 교두보 역할을 했기에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타협하는 개방성과 유연성을 특징으로 하는 생활미를 지닌다.
‘기장의 美’에서는 ‘변방과 경계의 땅’, 기장의 美를 살펴본다. 임진왜란 중 기장 민중들이 펼쳤던 눈부신 의병활동과 일제강점기에 대거 등장한 항일독립운동가들에게서 기장의 저항성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또 기장의 문화는 고급하고 세련되기보다는 실질적인 생활문화로 발달했고, 모든 길이 통하는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기장 사람들의 감성은 개방적이고, 진취적이고, 모험적이다. 이에 기장의 미는 저항성, 역동성, 실질성, 개방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고향과, 고향을 삶터로 삼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에게 ‘지금 여기’는 부산, 그리고 기장이다. 그에게 기장과 부산이라는 로컬이 없었다면 세계도 없었다고 말한다. 고향과 삶터가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이 희귀한 일이 되어버린 오늘날. 고향과 삶터가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는 저자가 전하는 로컬 이야기에 귀 기울여봄 직하다.



첫 문장

‘지금 여기,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책속으로 / 밑줄긋기

p.5 한국은 어떠한가. 로컬은 아직 두렷하지 않다. 지방과 지역이 거리를 배회한다. 이들 말속에는 상처와 소외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방소멸’, ‘지방방송’, ‘지역감정’, ‘지역이기주의’ 등 부정적이고 가치 없는 것을 뜻하는 접두사로 전락하기도 한다. 오랜 식민의 역사 끝에 이제 지방과 지역은 소멸의 길로 치닫고 있다.


p.35 오늘날 미학은 감성으로, 삶터로 회귀하고 있다. 미와 예술과 감성이라는 창을 통해 ‘미적 삶’을 들여다보는 데 더 집중한다. 한때 미학은 예술을 중심에 놓았지만, 지금은 삶을 중심에 세우고 있다.


p.140 이처럼 부산문화에는 항구도시 특유의 부박함을 떠올리게 하는 단발성이 곧잘 작동한다. 소멸을 전제로 한 단발성은 부산 사람들이 지닌 슬픈 정조의 바탕이다. 단발성은 소멸이기도 하지만 쉼표, 휴식, 새로운 시작, 준비를 뜻하기에 이중적이다.


p.187 무릇 새로운 가능성은 변방에서 일어나는 법이다. 원효의 땅이었던 시절에 기장은 불국토라는 정토를 꿈꾼 곳이었다. 근현대에 들어와서는 독립국가를 소원하는 한편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 새로운 유토피아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고 스러진 땅이었다. 실로 기장은 변방과 경계의 땅이었다.



저자 소개

임성원


부산에서 나고 자라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일보에 들어갔다. 기자, 선임기자 등을 거쳐 현재는 논설위원으로 있다. 부산대학교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 협동과정에서 美學을 공부하였다(예술학 박사). 저서로는 『미학, 부산을 거닐다』(2008), 『자치분권 시대의 로컬미학』(2019), 논문으로는 「한국미학의 정초를 위한 예비적 고찰」(2007), 「한국미학의 이론체계와 로컬미학론」(2016)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1장 '지금 여기'의 美
나는 누구인가
‘지금 여기’라는 좌표
지방, 지역 그리고 지방자치제
아름다운 길(美路) 혹은 미로(迷路)
왜 로컬미학인가

2장 언론과 자치분권
모바일에서 사라진 지방지
디지털 시대의 지방언론
지방언론과 자치분권
로컬 푸드, 로컬 페이퍼
지방지·지방 소멸의 묵시록
그래도 ‘다이내믹 부산’?
제2 도시의 빛과 그림자
‘자치분권 개헌’의 길

3장 부산의 美
부산의 날줄과 씨줄
부산의 문화예술
영도다리의 장소성
‘대중문화 천국’ 부산
사라짐, 그 단발성의 문화
평화의 바다로 가는 부산
부산美의 정체

4장 기장의 美
기장의 날줄과 씨줄
기장의 문화예술
달음산의 장소성
변방과 경계의 땅
민중의 노래, 저항의 외침
원효의 길, 원효의 땅
일심·화쟁·무애의 유토피아
길은 바다로, 동해로 통한다
기장美의 정체

5장 고향 그리고 삶터
고향론
고향을 삶터로 삼는다는 것
조개잡이와 모래 아이스크림
상실과 치유의 바다
경계를 넘어서는 동해남부선

맺는말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