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현대 타이베이의 탄생 : 보이지 않는 타이베이와 볼 수 있는 타이베이

수숴빈 지음 | 곽규환, 남소라, 한철민 옮김
쪽수
400쪽
판형
145*212
ISBN
978-89-6545-641-4 94910
가격
25000원
발행일
2020년 2월 13일
분류
아시아총서 34

책소개

타이베이는 언제 제어 가능한 ‘도시’가 되었는가?
세 개의 거리가 하나의 도시가 되기까지
현대 타이베이 도시 형성사를 들여다보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대만의 타이베이가 고유한 의미의 ‘장소’에서 현대 도시 ‘공간’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담은 도서 『현대 타이베이의 탄생』이 출간됐다. 이 책은 현재 국립대만문학관 관장으로 대만문화사와 공간 비평에 관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쓴 수숴빈 교수가 집필하였으며, 제국주의와 공간에 대한 연구 중 대만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한 국내 최초 출간 도서라는 의의가 있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은 식민지의 장소를 간파하기 쉽고, 감시하기 좋고, 통과하기 편한 공간으로 형성시키는 작업에 몰두했다. 공간의 형성은 도시화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으나, 그 속에서 시민들이 삶의 의미를 쌓았던 장소는 자연스레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식민지 시대 획일적으로 형성된 타이베이의 건설 과정을 풍부한 지도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치밀하고 자세하게 보여주며, 도시 발전 결과의 명과 암을 공간 비평자의 눈으로 밝힌다.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보이는 공간으로의 탈바꿈
균질화와 시각화를 통한 통치 기술을 살피다


“국가는 ‘보이지 않았던’ 지역 사회를, 새로운 지식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이고 직선적이며 시선이 관통할 수 있는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했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공간시각화’ 논리다.” _「균질화와 시각화의 공간 논리」 중에서

하나의 완전한 현대 공간이 출현할 때, 특히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였던 공간들은 인구 증가나 시가지 확장 같은 자연적 현상의 결과로 탄생하지 않았다. 공간에서 작동하는 특정 현대 권력의 사회적 산물로 탄생했다.


타이베이의 경우, 역사적으로는 맹갑, 성내, 대도정이라는 세 거리가 있었다. 이 거리들은 연결되면서도 각자의 독자성이 있는 특수한 관계였다. 자율성을 가졌던 이 세 거리는 일제강점기 개정改正 계획을 통해 하나의 시 단위로 새로이 정비되고 결합했다. 식민지 시기 열강들은 왜 공간 형성에 힘썼을까? 제국주의 열강들의 눈에 비친 장소는 어지럽고 너저분했다. 이에 지배 논리를 펼치기 위한 균질화와 시각화 작업이 필요했다. 공간의 형성은 통치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이 책에서는 타이베이가 이러한 ‘편리한 통치’라는 목적 아래 형성된 과정을 살펴본다. 1장과 2장에서는 타이베이 지명의 의미 변천과 맹갑, 대도정, 성내로 이루어졌던 ‘세 개의 거리’가 ‘하나의 도시’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청말 지역사회의 통치제도와 건설 사업의 시작을 서술한다. 4장과 5장에서는 일치 시대에 접어든 타이베이의 새로운 공간 건설과 일본의 수학적 관리와 지도, 호구 조사, 통계를 통해 엄연한 현대 도시 공간으로 성립되는 타이베이를 살핀다. 6장에서는 타이베이를 새롭게 탄생한 사회적 구성물로 바라보며 정의한다.


공간은 곧 권력이다!
타이베이를 통해 고찰하는 근대 공간과 그 형성사


“인간의 장소감을 벗기고 계산과 계획을 덧대 시각화가 시작되는 순간, ‘현대’가 출발했다.” _「분류학과 통치술」 중에서

보이지 않는 청대 전통 통치는 고유한 의미를 가진 지역에 기반했다. 일본의 현대 통치는 바로 지역의 고유한 의미를 해체하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지역 해체 작업을 통해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결과적으로 이 ‘장소’에 새겨진 의미를 제거하고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변화에서 단점만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타이베이에 대한 일본의 통제, 통치, 계획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미래를 예견하는 안목과 공간을 꿰뚫어 보는 능력, 즉 과학적 이성에 기반한 우아한 권력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또한 일본 통치 중기 이후 추진한 도시 계획은 통계, 분석, 도표뿐 아니라 기대 가능한 전망과 그림까지 있었고, 이는 지금 평가하기에도 이상적 도시 계획의 본보기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대만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대해 호기심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충족시킬 서적의 양은 극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제국주의와 공간에 대한 연구 중 대만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여,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읽기 좋은 필치로 집필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타이베이 도시 공간의 출현 과정을 되돌아보며,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현대 공간의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6 이 책은 자연적 도시 확장의 결과로 보여지는 (하나의 도시가 된 타이베이) 현상이 사실은 근대 국가권력이 작용한 인위적 산물이며, 이 작용은 일본 통치 시기 중 특히 1900년에서 1910년 무렵에 진행됐다는 사실을 말하려 한다. 도시 확장, 공간 변화, 기술 증진의 배후에는 청 제국과 일본 제국주의의 다른 통치형태가 도사린다. 청말의 ‘세 개 거리’가 일본 통치 시대 ‘하나의 도시’로 전환됐다. 또한 ‘전근대 사회’가 종결됐고 ‘근대사회’가 도래한다. ‘지역사회’가 약화됐고 ‘공간 사회’가 부상했다.


p.186 실측 조사를 통한 상세 지도 제작은 곧 일본이 통치에 필요한 ‘시선’을 대만에 배치했다는 뜻이다. 나는 이 배치를 ‘시각화의 논리’라고 부른다. 권력자는 공간을 추상화 논리로 지배한다. ‘모든 사람’이 공간에 구축했던 장소를 지운다. 이후 공간은 특수한 내재적 법칙으로 발전하면서, 구체적인 인간의 존재를 무시한다. 인간의 장소감을 벗기고 계산과 계획을 덧대 시각화가 시작되는 순간, ‘현대’가 출발했다.


p.333 타이베이는 언제 제어 가능한 ‘하나의 도시’가 되었는가? 이 책은 타이베이가 제국 중국(청나라)이 아니라 일본 식민지 시기에 완성됐다는 사실을 설명하려 했다. 하나의 완전한 현대 타이베이시의 출현은 인구 증가나 시가지 확장 같은 ‘자연적’ 현상의 결과가 아니다. 오히려 공간에서 작동하는 특정한 현대 권력의 ‘사회적’ 산물에 가깝다. 타이베이시는 전통과 결별하고 현대로 나아갔다.


추천사

저자는 ‘공간균질화’와 ‘공간시각화’라는 두 개념을 제기하고, 이 개념들의 사회학적 함의를 정밀하게 논술했다. 매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학문적 공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타이베이 도시 발전에 필수적인 개념적 기초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

_예치정(세신대학世新大學 사회심리학과 강좌 교수)



저자는 지역사회와 모호한 통치를 기초로 하는 청조의 지방 운영과, 수학적 관리를 통한 균질화와 시각화에 기반하는 일본의 지방 운영을 비교·대조한다. 또한 이미 축적된 상당량의 대만사 연구 성과에 일단의 새로운 사료를 더했다. 거침없는 문장으로 역사적 사실과 개인의 관점을 명쾌하게 서술하고 있다.

_장잉화章英華(대만 중앙연구원 사회연구소 연구원)



이 책에는 일종의 ‘시대정신’이 내포됐다. 저자는 역사사회학적 시야로, ‘타이베이’가 취락에서 현대 도시로 변화하는 전체적인 맥락을 빼어난 묘사와 분석으로 풀어놓았다. 그의 책은 우리의 타이베이 인식과 상상을 크게 넓혔다.

_구중화顧中華(정치대학政治大學 사회학과 특별 초빙 교수)


저자 소개

저자 : 수숴빈蘇碩斌


現 국립대만문학관 관장. 대만대학 사회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다. 세신대학世新大學, 국립양명대학國立臺灣大學, 국립대만대학國立臺灣大學에서 가르치고 연구했고, 대만 사회학회와 문화 연구학회에서 일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대만문화사, 공간, 여가, 매스 미디어 등이다. 최근에는 여행과 관광이 인류 사회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그 작동 기제를 주목하고 있다.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하고 번역했다.


역자 : 곽규환


현재 중국 길림대학吉林大學 공공외교학원 박사 과정(국제 관계 및 초국경문화연구)에 있다. 한국-대만 문화 콘텐츠 생산을 위한 ‘窓 Project’를 기획했다. 한반도, 중화 문화권, 일본, 동남아를 잇는 매개·접점 공간에 주목하며 유랑 중이다.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공역), 『폴리아모리,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공역) 등을 옮겼다.


역자 : 남소라


현재 국립대만사범대학國立臺灣師範大學 동아시아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동시에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窓 Project’ 활동 중이다. 대만의 풍경과 호흡을 전하려 한다.


역자 : 한철민


국립대만사범대학 역사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마이리얼트립 대만 여행 ‘징검다리’ 가이드로 활동하며 대만의 속살을 헤집었다. ‘窓 Project’에 참여했었다. 옮긴 책으로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공역) 등이 있다.



차례

서문


1장 현대 타이베이의 계보를 찾아서


타이베이 지명의 의미 변천
‘세 개의 거리’와 ‘하나의 도시’


2장 타이베이의 세 거리, 우연과 필연


1. 한인사회의 부상: 네덜란드와 정성공, 그리고 청 초기의 타이베이
2. 제1거리: 맹갑, 바리와 신좡의 지위를 빼앗다
3. 제2거리: 세계 차 시장에 진출한 대도정
4. 제3거리: 성내, 국가의 적극통치


3장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청말 지역사회


1. 누가 지역을 지배했는가? 신상이라는 실세
2. 신상에 의존하는 거리: 국가와 지역 사이의 절충
3. 모호한 통치원리: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사람과 땅
4. 청말의 건설 사업: 구사회에 매몰된 신사유


4장 타이베이를 관통하는 일치 시대 공간 건설


1. 공간이 곧 권력이다: 식민에 현대를 덧댄 통치 원칙
2. 지역사회의 약화: 전통 신사의 분화와 질적 변화
3. 균질화의 추진: 경찰 제도, 중개 세력을 제거하다
4. 시각화의 시작: 공중위생과 도로 관통


5장 현대 도시 공간의 성립


1. 수학적 관리의 권력: 생물학적 통치와 통계 조사
2. 토지조사와 지도: 토지통치의 지식 시스템
3. 호구 조사와 통계: 인간 통치의 지식 시스템
4. 정밀한 통치: 1905년과 1932년의 통치성


6장 공간은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다


유동성과 공공성의 출현
섬을 종단하며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타이베이
균질성 속에서 새로운 이질성을 만들다
아, 그 시절의 타이베이


역자의 말

부록1 청대 대만의 지방 행정 체제 변천
부록2 일본 통치 시대 대만 지방 행정 체제 변화
부록3 역대 대만 총독과 민정장관의 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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