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폭력

우에노 나리토시(上野成利) 지음 | 정기문 옮김
쪽수
208쪽
판형
148*210
ISBN
978-89-6545-241-6 03300
가격
17000원
발행일
2014년 3월 17일
분류
사회학 일반

책소개

우리 시대 폭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21세기는 여전히 폭력의 시대다”


폭력.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폭력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폭력은 단순히 인간의 야만성으로만 이뤄진 걸까? 문명이 발달할수록 폭력은 사라질까? 이 책은 정치철학가들의 사상으로 폭력을 다층적으로 사유하고 정리한 책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20세기는 폭력의 세기이다’라고 명명했다. 세계전쟁, 지역분쟁, 내전 등 전쟁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배경으로 이전 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의 죽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폭력의 세기로서 20세기를 되돌아볼 때 주목할 사건은 바로 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량 학살 사건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이 충격을 주었던 건 유럽 전역에서 유럽인을 수용소로 이송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철도 시스템이 인간의 합리성으로 냉철하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폭력의 세기로 20세기의 경험은 이제 폭력이 더 이상 인간의 야만적인 행동이 아니라 합리성과 이성이 얽혀 있음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우에노 나리토시는 아렌트, 슈미트, 벤야민, 호르크하이머, 아도르노 등 20세기 전반 독일어권 사상가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인간의 야만이라고 생각했던 폭력의 근원을 다시 물으며, 폭력과 뒤얽힌 근대, 국가, 전쟁, 정치, 이성 등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에 입각해 충실하게 논의를 펼친다. 이는 어떤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폭력 그 자체에 집중해 폭력이 지닌 여러 층위를 흥미롭게 고찰하게 한다. 저자가 20세기 사상가들의 사상을 주목한 이유는 최근 연구 동향이나 스타일만을 좇지 않고 그 시대에 입각해서 논의를 펼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는 책 기본문헌에 사상가들의 사상이 어떠한 시대 배경 속에서 쓰였는지 충분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해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폭력에 대해 조금 더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폭력의 어원부터 정치 철학가들의 사상까지

다양한 담론으로 폭력 고찰


저자는 폭력의 의미를 독일어 게발트(Gewalt)와 영어 바이오런스(violence)의 어원에서 찾는다. 게발트는 ‘관리, 통제한다’는 의미로 강제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뜻은 ‘권력’에 가깝다. 반대로 바이오런스는 이러한 함의가 없다. 바이오런스는 어떤 강렬한 힘이 인간의 통제를 넘어 솟구친다는 뜻을 가진다. 이처럼 폭력은 주체의 의지대로 되는 힘과 되지 않는 힘,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책의 저자는 폭력의 이중성을 주목하고 통제된 폭력과 통제되지 않는 폭력 등 폭력의 다양한 층위를 정치철학자들의 논의로 사유하면서 밝히고자 한다.


Ⅰ부 ‘폭력의 정치학’에서는 게발트로서의 폭력에 집중하여 국민국가와 전쟁이라는 근대정치 현상 속에서 어떠한 폭력이 작동했고, 20세기가 되어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지형도를 제시한다. Ⅱ부 ‘폭력의 변증법’에서는 바이오런스로서의 폭력에 눈을 돌려 통제 불가능한 법외적인 폭력이 어떻게 권력 장치의 내부로 회수되었는가를 묻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조건을 폭력 그 자체 속에서 탐색한다. 마지막에는 이러한 일련의 고찰에 입각하여 폭력비판의 논리를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 논의한다.


사유하는 폭력으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 모색 


이 책은 폭력이 근대, 국가, 전쟁, 정치, 이성 등 복잡한 관계들과 우리 사회 곳곳에 어떻게 스며들게 되었는지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엎치락뒤치락 펼쳐지는 사상가들의 사상은 폭력에 대한 사유의 폭을 확장시키는 것은 물론 폭력 전반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벤야민 말에 따르면 사회에 통제되지 않는 질서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법 정립이 필요하고 기존의 질서보다 더 강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에도 폭력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슈미트 논의를 빌려 인간이 철두철미하게 ‘자기보존’을 지향하는 존재이므로 자기보존에 장해가 되는 타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말하는 자기 내부에 뛰어든 타자를 배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비판적 주체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적대관계를 은폐하지 않고 다원성과 투쟁을 최대한 존중하자는 것이다. 또한 분쟁에 있어서 비폭력적인 방법의 가능성으로 벤야민이 말하는 대화에 방점을 둔다. 무조건적으로 타자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위험한 대화를 부단히 시도하면서 타자를 수용하는 방법의 타당성을 부단히 밝혀가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기술임을 저자는 이 책에서 변증법적 논법으로 차근히 풀어가고 있다.



글쓴이/옮긴이

우에노 나리토시(上野成利) 

1963년생. 와세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고베대학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분야는 정치사상·사회사상사다. 저서로는 『정치·권력·공공성』, 『서양정치사상사Ⅱ』, 『변이하는 다위니즘』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목소리의 회귀』,『미학 이데올로기』, 『근대: 상상된 사회 계보』 등이 있다.


정기문

1981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동아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부산의 젊은 연구자들의 모임인 <해석과 판단>과 <젊은 비평가 포럼>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야누스로서의 폭력


Ⅰ 폭력의 정치학-전쟁과 정치를 둘러싼 사고


1장 삶의 정치와 죽음의 정치-근대 국민국가와 폭력

1 홀로코스트와 죽음의 정치

2 전체주의와 근대 국민국가

3 근대 국민국가와 삶의 정치


2장 한정전쟁과 절대전쟁-주권국가체계와 폭력

1 주권국가체계와 한정전쟁

2 제국주의와 영역성의 변용

3 한정전쟁에서 절대전쟁으로


3장 탈영역화와 재영역화-글로벌화와 폭력

1 식민지주의와 하이브리드화

2 글로벌화와 탈영역화

3 재영역화와 폭력의 편재화


Ⅱ 폭력의 변증법-폭력의 임계를 둘러싼 사고


1장 법의 지배와 법의 폭력-질서와 폭력의 변증법

1 정치와 폭력의 뒤얽힘

2 질서의 기원으로서의 폭력

3 회귀하는 폭력의 아포리아


2장 자기보존과 자기융해-이성과 폭력의 변증법

1 이성과 폭력의 뒤얽힘

2 미메시스와 폭력의 근원

3 미메시스와 배제의 폭력


3장 적대관계와 투기관계-우애와 적대의 변증법

1 자기와 타자의 뒤얽힘

2 적대관계에 내재한 정치

3 과제로서의 폭력비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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