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고전시가 사랑을 노래하다

황병익 지음
쪽수
324쪽
판형
152*225
ISBN
978-89-6545-126-6 93810
가격
25000원
발행일
2010년 11월 10일
분류
한국고전문학론

책소개

동서양의 세레나데와 우리 고전을 통해 살핀 사랑과 구애의 메커니즘 


사랑의 다양성은 끝이 없어서 대상도 방법도 정해진 것이 없다. 물이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듯 사랑도 사람에 따라, 시공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사랑은 때론 폭발적인 희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깊은 체념과 상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짝짓기 상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선물 공세를 펼치고, 갖가지 묘기를 부리는 일은 동물들의 본능적인 구애 방법이다. 서양에 세레나데가 있다면 동양에는 구애 노래가 있다. 세레나데가 사랑하는 여성의 창 밖에서 부른 존경과 사랑의 노래였다면, 구애 노래는 여성들이 모인 팡쑤를 향해 부른 수줍은 두드림, 목화나 뽕을 따는 처녀를 향해 부른 간절한 약속의 언어였다. 이 책은 동서양의 세레나데와 우리 고전을 통해 사랑과 구애의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한국의 고전문학과 사랑 


제1장에서는 삼국과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사랑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려사>, <대동운부군옥> 등에 실려 있는 사랑 이야기, 신라시대 미실과 사다함의 못 이룬 사랑 <청조가>, 시련과 고난을 딛고 이루어낸 부부간의 사랑 <도미전> 등의 작품에서부터 고려시대 최루백이 아내를 위해서 쓴 묘지명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노래한 옛사람들의 글은 많다.


유교사회인 조선시대에도 사랑이야기는 많았다. 사랑에 빠진 이웃집 처녀의 순정을 무참하게 뿌리친 정인지와 조광조의 에피소드는 유학자의 냉정한 면모를 보여준다. 하지만 엄숙의 틈새로 빛나는 사랑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륜이라는 선비와 계집종의 사랑 이야기에는 생사와 신분을 넘어선 애절한 아름다움이 있다. 평양감사 아들과 관가 기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 황진이와 벽계수의 일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하는 시조를 모르는 이는 없을 터이다. 국법까지 어기며 맺은 최경창과 홍랑의 시조, 민우룡이 애월을 그리며 쓴 가사 <금루사> 등 사랑에 얽힌 고전시가들을 소개한다.


한나라 여인 치희를 향한 유리왕의 사랑 노래


제2장에서는 몇 안 되는 고대시가의 하나로 한국문학사에서 매우 소중한 자료인 <황조가黃鳥歌>에 대한 분석이다. 저자는 <황조가>라는 고전시가 한 수를 통해서 고구려 2대 왕인 유리왕은 어떤 성격의 인물인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황조가>에 담긴 유리왕의 속마음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본다. 토착세력인 송양의 딸들을 왕비로 맞아들일 수밖에 없는 유리왕의 처지와 사랑하는 여인 치희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던 유리왕의 ‘고독’과 ‘상실감’을 읽어낸다.


연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래, <세레나데>


제3장에서는 짝을 얻기 위해 안달하는 동물의 본능을 언급하면서 동서양의 세레나데를 소개한다. 연인에게 바치는 노래인 ‘세레나데’의 어원에서부터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에 나오는 세레나데,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등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재미있게 소개한다. 토스티의 세레나데나 구노의 세레나데에는 사랑과 희망이 넘쳐난다. 이루어지지 못하여 속절없는 세레나데로 대표적인 것이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인데, 이 곡은 베토벤이 사랑하는 연인 테레제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한 사연을 갖고 있다.


유명한 음악가들의 작품으로 소개한 서양의 세레나데에 비해 동양의 세레나데는 소박하고도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등의 나라에서 미혼남녀들이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불렀던 노래에서 세레나데의 모습을 찾고 있다. 또한 우리의 고전 문학 작품 속에서도 구애 노래는 그 예를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상주산골 허느러진 물에/연밥 따는 저 큰 아가/연밥 줄밥 내 따 주마/내 품 안에 잠들세.” 등의 민요나 <이생규장전>의 구애시, <송여승가送女僧歌>와 <승답僧答辭>와 같은 노래는 동양 사회의 사회적 금기에 얽매이지 않고, 남녀가 개인적인 만남과 접촉을 통해 사랑하는 마음과 구애의 정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서양의 세레나데를 닮았다 할 수 있다.


소를 끌던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치며 부른 노래 


제4장에서는 소를 끌던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꽃을 바치며 불렀다는 노래 <헌화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헌화가>가 지어진 신라시대 성덕대왕대의 시대 환경은 어떤지, 수로부인은 어떤 인물인지, 소를 끌던 노옹의 정체는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헌화가>의 의미를 새롭게 풀고 있다. 저자의 결론은 <헌화가>가 세레나데의 기본 틀에다 새 태수 일행을 환영하는 뜻, 안정을 바라는 주민들의 바람을 담아 관민의 공동체적 신명과 흥으로 풀어낸 발랄한 축제 공간에서 불린 노래라는 해석이다.



지은이 : 황병익

부산대학교에서 수학하고, 경성대학교에서 고전시가 한국 전통문화 글쓰기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은 자신을 살피어 다듬고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길을 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전시가 가운데 주로 상대시가 향가 고려가요를 연구하면서 「삼국유사 이일병현과 도솔가의 의미 고찰」, 「도천수대비가의 재해석」, 「청산별곡 8연의 의미 재론」 등의 논문과 단행본 『고전시가 다시 읽기』를 썼다. 이들 연구에서 미력하나마 환일 해무리 등의 천문학, 눈병이나 두창 등의 한의학, 진사주 등 술 관련 연구를 고전시가와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서문


제1장 한국의 고전문학과 사랑

1. 삼국과 고려시대의 사랑 이야기

2. 조선시대의 사랑 이야기


제2장 한나라 여인 치희를 향한 유리왕의 사랑 노래

1. 임금님의 사랑 노래에 대한 몇 가지 의문

2. 유리왕 왕비 송양녀松讓女와 유리왕의 사냥에 얽힌 이야기

3. <황조가>에 담긴 유리왕의 속마음은?

4. 인간적인 임금 유리왕의 사랑과 고독


제3장 연인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래, <세레나데>

1. 짝을 얻기 위해 안달하는 동물의 본능

2. 연인에게 바치는 노래, <세레나데>란 무엇인가?

3. 동서양 세레나데에 담긴 마음은 무엇인가?


제4장 소를 끌던 노인이 수로부인水路夫人에게 꽃을 바치며 부른 노래

1. <헌화가>는 수로에게 바치는 노옹의 세레나데인가?

2. 수로부인 이야기의 앞과 뒤

3. <헌화가>가 지어진 성덕왕대의 시대 상황은 어떤가?

4. <헌화가>의 의미를 새롭게 풀다

5. 소 몰던 늙은이의 사랑과 희망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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