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노용석 지음
쪽수
224쪽
판형
152*225
ISBN
978-89-6545-252-2 93300
가격
18,000원
발행일
2014년 05월 30일
분류
중남미지역원 학술총서22

책소개

라틴아메리카, 한국 과거청산의 방향을 말하다


이틀 간 400명. 라틴 아메리카 역사상 단일 지역에서 발생한 학살 중 가장 규모가 큰 엘모소떼 학살에서 희생된 민간인의 숫자다. 무고한 마을 주민들이 게릴라 동조자로 몰려 희생되었지만 10여 년간 엘살바도르와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국이었던 미국의 부인 아래 철저히 숨겨졌고, 이후 진실위원회가 조사하기 전까지는 공식적 기록도 밝혀지지 않았다.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는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등 중미(Central America) 지역을 중심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과 과거청산, 민주주의 복원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왜 한국이 멀고 낯선 중미 지역의 사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독자의 질문은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계기이기도 하다. 2008년 당시 한국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무고하게 학살당한 민간인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담당했던 저자 노용석은 유해 발굴 선행 사례를 조사하다 70년대부터 독재정권이 시작된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접한 뒤 아르헨티나와 페루, 과테말라 등지에 설립된 유해 전문 발굴 기관에 관심을 갖고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 저자가 한국에서의 활동 경험을 살려 2012년부터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하여 취재한 기록이 담겼기에 한국 독자들에게 낯설게만 느껴질 수 있는 중미 지역의 과거청산 과정과 사례들은 책 속에서 더욱 생생하게 펼쳐진다.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대비되는 시민 사회단체의 적극적 노력 


이 책에서 중점으로 다루는 중미 지역은 스페인 식민시기부터 근대국민국가가 수립되고 냉전을 거치면서 끊임없는 혼란을 겪은 곳이다. 국제적 분쟁과 이권 다툼의 중심이었던 중미 국가의 많은 민중들은 권력 쟁탈과 분쟁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으며, 특히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의 경우 수십 년의 내전 동안 민주주의의 토대가 붕괴했다.

단일 지역 내 라틴아메리카 최대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었던 엘살바도르 동북부 모라산(Morazán) 지역의 엘모소떼(El Mozote)는 유해 발굴과 기념화 작업이 진행되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한편 과테말라 내전은 엘살바도르 내전 종식 이후에 끝났기에 과테말라는 아직까지도 독재정권 당시의 과거청산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1983년 대통령을 역임하며 수십만 명의 마야 원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리오스 몬트 사례 등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과테말라의 이러한 열정은 정부의 주도보다는 시민 사회단체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2005년 과테말라시티의 구 경찰서 건물 창고에서 내전에 관련된 중요 문서가 다수 발견되었지만 현재 과테말라 정부는 이 문서를 정리하고 아카이브화하는 기구 AHPN에 어떤 금전적 지원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청산은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가장 강력한 ‘현실정치’다


엘살바도르와 과테말라의 두 가지 사례는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 사례 중에서도 상당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냉전’과 연관이 깊다. 양 국가는 모두 냉전 당시 동서 진영의 ‘대리전장’이었고 이 과정에서 자국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질곡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또한 두 국가 모두 과거청산 과정에서 진실위원회가 존재하였지만 본격적인 진행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유엔 등 제3자의 개입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이것은 양국의 과거청산이 냉전이 종식되고 사후 정리를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서 기획되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게 관철되지 않아 청산에 미진한 점을 보인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과거사정리가 단순히 과거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민주주의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과거사를 ‘지나간 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정치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가 보여주는 사례는 라틴아메리카에 국한되지만 그곳에서 비롯된 사유는 대한민국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중미 지역은 ‘후진국’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과거청산 측면에서는 상당히 수준 높은 시민사회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의 손으로 과거청산이 진행되고 따라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노력 역시 계속된다는 점은 한국전쟁기의 민간인 학살과 치열한 민주주의 투쟁을 거쳤던 대한민국 사회의 과거청산이 절망이 아닌 희망을 향해 나가는 데 필요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글쓴이 소개

저자 : 노용석


2005년 영남대학교 인류학과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박사학위 제목 ‘민간인학살을 통해 본 지역민의 국가인식과 국가권력의 형성’) 이후 2006년 대한민국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 발굴 사업을 총괄하였고, 현재는 한국과 라틴아메리카,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의 과거청산 문제와 유해 발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현 부산외국어대학교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차례

머리말


1. 과거청산과 라틴아메리카

2. 엘살바도르 과거청산의 특수성: 과거청산을 통한 발전전략 수립

3. 학살의 진실과 기념: 엘살바도르 엘모소떼 학살의 사례

4. 과테말라의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5. 원주민 학살과 제노사이드: 과테말라 과거청산의 특징


맺음말

부록: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현재 과거청산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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