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시로 읽는 조선과 유구관계사

이성혜 지음
쪽수
264쪽
판형
152*225
ISBN
978-89-98079-92-5 93830
가격
28,000원
발행일
2024년 8월 22일
분류
한문학

책 소개

가깝고도 멀었던,

조선과 유구의 관계를 시로 읽다


『시로 읽는 조선과 유구 관계사』는 『조선왕조실록』과 『한국문집총간』, 『연행록』 그리고 유구 문인 채대정의 문집 『민산유초(閩山游草)』 등에 흩어져 있는 조선과 유구 문인의 시를 한데 모아 묻혀 있던 양국의 관계사를 발굴한다. 저자는 문헌에 산재해 있는 한시 73수를 수집, 번역하여 작시 배경을 고찰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역사 인식과는 다른 시각에서 양국의 교류와 인식 및 관계를 파악했다.

현재의 오키나와, 예전 류큐왕국으로 불린 독립국 유구는 19세기 말에 망국의 운명을 맞아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동아시아의 왕성한 무역국이었던 유구와 교류한 우리 조상들의 기록은 남아 있다. ‘가깝고도 먼 관계’였던 조선과 유구는 함께 동아시아로 묶이고, 한자문화권 안에 속하며 중국에 조공하던 나라라는 공통점으로 통한다. 이 책은 시를 통해 고려 혹은 그 이전부터 이어져 온 조선과 유구의 교류사를 톺아보고 나아가 당시 동아시아의 정세와 문화를 읽어낸다. 지금껏 유구는 하나의 독립된 역사로 인식되지 못한 채 일본사의 부속적인 맥락에서 취급되었다. 따라서 조선과 유구의 관계사, 특히 한문학적 교류에 대한 연구는 동아시아 문명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동아시아 문화 형성에 대한 양국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교류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명문들


조선과 유구의 관계는 『조선왕조실록』과 『연행록』, 개인 문집 등 비교적 풍부한 문헌이 존재하지만 관련 연구는 미진하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하는 한문학 분야는 지금껏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 분야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 묻혀만 있기에는 당대 조선과 유구 지식인들의 시는 너무나 아름답고 역동적이다.


진실로 어찌 품은 뜻 아니라면/ 험한 곳을 한가로이 유람 가듯 하리.

옳은 일 보면 마음과 뜻 굳세지고/ 곤궁함에 슬퍼하여 눈물 흘리네.

물의 신이 먼저 북을 치면/ 바람 신은 배를 보내지.

착한 집안 자식은 음덕이 있기에/ 눈썹 사이 누런 달무리가 떴네. 

_「이예 장군이 유구국으로 사신 간다는 시에 차운함」, 성석린 지음

이예 장군이 바닷길이 험하여 모두 꺼리는 유구행을 수락한 것은 평소 왜적의 노략질에 대한 분개와 그로 인한 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는 깊은 충정심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누런 달무리’를 통해 기쁨을 상징하는 방식이 돋보인다. 

각 시에 대한 출전 명기, 용어 설명, 작시 배경 및 해설을 아우르는 본문의 친절한 구성 방식은 조선과 유구의 역사, 그리고 한시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도 당대 양국의 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조선 문인과 유구 문인의 인연, 문학으로 승화하다


만 리에서 교분 맺어 의기가 투합하니/ 두 나라 사람이 머리 맞대 양춘을 노래하네. (중략)

역 앞에서 수레 덮개 기울이며 이별한 후에/ 태학[橋門]에서 마음 내달리지 않은 날 없다네. 

_「고려 사람 이백상에게 드림」, 유구 문인 정효덕


우리 만남은 전생의 인연 덕분이니

기이한 얘기 지금 모두 들을 만하구려. 

_「유구국 사신에게 드림. 근체시 14수」, 이수광 지음 中 제7수

유구 문인 정효덕은 조선 문인 이의봉과 북경에서 만난 인연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어 시를 짓고 봄을 노래했던 일을 시로 남겼다. 이수광은 유구 사신과의 만남을 전생의 인연으로 묘사하면서 친근감을 나타내었다. 문학은 작품 그 자체로 당시 사람들의 정서와 정감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도구이며, 당대의 모습과 관계를 담고 있는 중요한 역사 자료이다. 이런 점에서 문학 작품은 미시사(微視史)의 중요한 사료이자 이른바 ‘소문자 역사’의 기록이 된다.

조선 문인과 유구 문인들은 험한 바닷길을 넘어 서로 만났고, 시를 주고받았다. 시에 담긴 감정과 사상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을 넘어 양국의 외교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시대적 분위기와 인물들의 내면세계 나아가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을 탐구한다.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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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117

바닷길에 익숙한 유구 사신들을 육지에서 말을 타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바다를 술잔처럼 가볍게 또한 무사히 귀국하리라는 바람이 담겨 있다. 그렇게 편안히 귀국한 뒤에, 창 앞의 매화나무를 감상하면서 시를 지으라는 것이다. 


p172

수련(1, 2구)은 유구의 지리적 위치와 기후를 나타내고 있다. 이수광이 말하고 있듯이 유구는 아열대 지역으로 남쪽 바다에 있는 섬나라이다. 그리고 중국 남방과 가깝다. 그러므로 바람과 안개가 백만과 닿았다고 표현하였다. 백만이라는 용어는 고대 중국에서 자신들을 중화라는 문명국으로 지칭하고, 사방에는 오랑캐가 산다고 하였는데, 남방을 만(蠻)으로 일컬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볼 수 있다.


p172

‘유쾌하게 봄빛 따라 함께 귀국하리라.’라는 8구에서 유구 사신이 귀국하는 때가 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유쾌하게[好]’라는 글자는 임무를 마친 ‘홀가분함’이라는 의미와 ‘봄’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함께 담았다고 하겠다.


p177

수련(1, 2구)의 ‘대황’은 유구를 뜻하며, 유구가 남쪽 바다 한 가운데 위치함을 묘사하였다. 섬나라인 유구에서는 배가 중요한 이동 수단이 된다. 따라서 ‘나무배에 의지해 진량을 삼는다오.’라고 노래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구 스스로 ‘동아시아 여러 섬나라의 나루와 다리[만국진량(滿國津梁)]’가 되고자 하였다. 함련(3, 4구)에서는 유구가 명나라에 조공하고 있지만, 대륙과 이어지지 못한 섬나라인 까닭에 직방씨가 관장하는 나라들 가운데에 끼지 못하였다고 표현하였다. 이 구절 역시 남쪽 섬나라인 유구의 지리적 위치를 담고 있다.


p223

다음 날인 9일. 이의봉이 7언 절구를 부채에 쓰고 짧은 편지를 써서 사람을 시켜 채세창에게 보냈다. 그러자 채세창이 위의 시와 함께 다음과 같이 답서를 보냈다. “이전에 맑은 가르침을 들어 어리석음을 조금이나마 깨치게 되었습니다. 진실로 삼생의 요행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빛나는 편지가 갑자기 이르러 받들어 읽으니 다정하고도 다정한 마음을 다시 느낍니다. 또 약환 두 알과 좋은 부채 하나를 주시니 보답할 도리가 없어 부끄럽습니다. 밤새 글귀 하나 지어 선생께 드리니 비웃음 면치 못할 듯합니다. 아울러 부채 하나 담뱃대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큰 복이 끝없으시길 바랍니다.”


p247

수련(1, 2구)은 조선이나 유구 모두 중국과 조공이라는 특별한 동맹으로 맺어진 번국(藩國)이기 때문에 북경의 태학에서 만날 수 있었음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 미련(7, 8구)은 북경에 온 이유와 임무는 각자 다르지만, 그러나 서로 가까이서 얼굴 보며 필담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은 중국 황제의 은택 덕분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마무리하였다.


저자 소개                                                                    

이성혜 李聖惠


부산대학교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 초기에 조선 후기 서화가의 삶과 예술에 골몰하여 『조선의 화가 조희룡』(한길아트, 2005)을 출간하였다. 이후 이들 조선 후기 서화가들이 중세가 해체된 근대전환기에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며 경제적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대한 연구로 『한국 근대 서화의 생산과 유통』(해피북미디어, 2014)을 발간하였다. 최근에는 유구(琉球)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은 일본 오키나와 현이지만 100여 년 전에는 독립왕국이었던 유구는 동아시아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조각이지만, 그동안 소외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연구에 대한 결과물로 『유구 한시선(琉球漢詩選)』(소명출판, 2019)과 『유구 한문학(琉球漢文學)』(산지니, 2022 세종도서)을 출간하였다.


차례                                                              

 책머리에: 조선과 유구-가깝고도 멀었던 관계


 제1부 조선 문인, 유구를 노래하다

유구를 노래하다 詠流求 이숭인

이예 장군이 유구국으로 사신 간다는 시에 차운함 次李藝將軍使琉球國詩韻 성석린

앵무 鸚鵡 김종직

유구 사신이 연적을 상락군에게 선물하였는데, 그 만듦새가 매우 정교하였다. 상락군이 나에게 대신 시를 지어 사례하게 하였다 琉球使以水滴餉上洛君, 其制甚巧. 上洛令余, 代作以謝 김종직

진양 목백과 통판이 봉명루에 술자리를 마련하고, 나에게 ‘유구 사신이 안개비 속에서 소를 치다’라는 제목으로 시를 요구하였다 晉陽牧伯通判, 設酌鳳鳴樓, 仍令琉球牛牧煙雨中以索詩 유호인

푸른 소라 술잔에 대한 노래 靑螺杯歌 정두경

관찰공의 유구 대철도를 노래함 觀察公琉球大鐵刀歌 권헌

표류한 유구국 사람들이 우리 사신을 따라 중국으로 가서 본국에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聞琉球國漂人來, 願隨使臣入中原, 還國 윤기

유구로 사신 가는 한림 이정원에게 삼가 드림 奉贈李翰林鼎元琉球奉使之行 서형수

묵장 이중한이 유구로 사신 가는 그림에 쓰다 題李墨莊中翰琉球奉使圖 박제가

유구관 琉球舘 조수삼

죽지사, 유구 竹枝詞, 流求 조수삼

유구국 琉球國 이유원

유구 태자의 시 琉球太子詩 이유원

들으니 유구왕이 일본 도쿄에 억류되어 있어 그의 신하가 상해에 가서 군사를 요청하느라 해를 넘기도록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다 聞琉球王在日本東京, 其臣赴滬乞師, 經年不返 김윤식


 제2부 조선 문인과 유구 사신, 조선에서 만나다

유구국 사신인 스님을 보내면서 드림 贈送琉球國使僧 이석형

유구국 사신인 스님을 보내는 시권에 씀 題琉球國使僧送行詩卷 신숙주

동자단의 시 東自端詩 유구 사신 동자단

유구국 사신 동자단 시에 차운하고 아울러 짧은 서문을 붙임 次琉球國使東自端詩 幷小序 신숙주

유구국 사신 동조상인을 보내다 送琉球國使同照上人 서거정

유구국 부사 동조상인을 보내다 送琉球國副使東照上人 서거정

유구국 사신 자단상인의 시운에 따라 화답함 奉和琉球國使自端上人詩韻 이승소

유구국 사신 승려가 읊은 팔영시에 차운함 琉球國使臣僧八詠次韻 정수강

유구 사신 경종이 김승경에게 준 시 敬宗贈升卿詩 유구 사신 경종

부산포에 나가서 유구 사신을 위로했는데, 이날 큰비가 내렸다 往釜山浦, 宣慰琉球使臣, 是日大雨 성현


 제3부 조선 사신과 유구 사신, 북경에서 만나다

유구 사신이 소라 껍데기 세 개를 보냈는데, 작은 것은 배와 같고 검은 점이 무늬를 이루었으며 매우 광채가 났다. 쪼개어 술잔을 만들었다 琉球使, 餉海螺三枚, 小如梨子, 黑點成文, 甚光潤. 剖作酒杯 소세양

유구국 사신 장사 채규에게 삼가 드림 奉贈琉球國使臣蔡長史奎 이안눌

유구국 사신에게 드림 贈琉球國使臣 이정형

유구국 사신에게 드림. 근체시 14수 贈琉球國使臣. 近體十四首 이수광

조선 대사에게 전별의 뜻으로 공경히 답하여 올림 奉酬贐敬朝鮮台使 채견

204 삼가 조선 대사에게 전별의 뜻으로 드림 肅勤申贐朝鮮台使 마성기

유구 사신이 시와 칼과 부채를 줌에 감사하며 謝琉球使臣贈詩及刀扇 이수광

유구국 사신 마승련, 임국용이 청봉의 일로 와서 순풍청에 머물다가 왔기에 관사에서 만났는데, 단정하고 준수하여 사랑스러웠다. 다만 문장을 짓지 못해 한스러웠다

琉球國使臣馬勝連, 林國用, 以請封事, 來寓巡風廳. 因來見館中. 端秀可愛, 但恨不文耳 이민성

유구 사신 채전에게 주다 贈琉球使臣蔡廛 김상헌

유구국 사람 琉球國人 조상경

유구국 채세창 드림 琉球國蔡世昌具 유구 문인 채세창

이선생의 부채 선물에 감사하며 아울러 운에 화답하여 가르침을 구함 謝李先生惠扇倂和尊韻求敎 유구 문인 채세창

고려 사람 이백상에게 드림 酬高麗李伯祥 유구 문인 정효덕

유구 정생이 보내준 시에 차운하여 부채에 써서 사람을 시켜 전해주다 琉球鄭生寄來韻書諸扇伻而傳之 이의봉

유구·흉노·월남 사신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琉球單越可差肩 김진수

가을날 고려공사 박규수, 강문형, 성이호가 지나가다 들렀으므로 7언 율시 2수를 지음

秋日高麗貢使朴珪壽 姜文馨 成彝鎬 過訪因成七律二首 유구 문인 임세공

조선국 진사 이민구가 준 시의 운자로 화답함 和答朝鮮國進士李敏球見贈韻 유구 문인 채대정

이공이 오래된 역참에서 즉석으로 경치를 읊은 운에 화답함 和李公古驛卽景韻 유구 문인 채대정

이공이 보내준 운자로 화답함 1 和答李公書贈韻 유구 문인 채대정

이공이 보내준 운자로 화답함 2 和答李公見贈韻 유구 문인 채대정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