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무상의 철학

타니 타다시 지음 | 권서용 옮김
쪽수
384쪽
판형
152*225
ISBN
978-89-92235-33-4 93150
가격
18,000원
발행일
2008년 3월 3일
분류
불교철학

책 소개

다르마끼르띠의 인식론, 특히 존재론에 대한 본격적 학술서적


『무상의 철학-다르마끼르띠와 찰나멸』은 인도불교의 인식론과 논리학을 완성한 다르마끼르띠의 인식론 특히 그의 존재론에 대한 본격적인 학술서적이다. 인도불교의 인식론과 논리학에 대한 전반적인 개론서가 나와 있는 것은 있지만 다르마끼르띠의 사상에 대해 이처럼 심오하게 연구하고 있는 책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인도불교 최고의 사상가인 다르마끼르띠를 연구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최초의 책이 될 것이다.


다르마끼르띠는 누구인가


다르마끼르띠(Dharmakirti, 法稱, 600∼660)는 7세기 인도불교사상가이다. 서양의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A. N. Whitehead, 1861∼1947)와 더불어 국제학회가 결성되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유일한 사상가가 다르마끼르띠다. 다르마끼르띠 사상은 7세기 인도사상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도불교와 티베트불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건이 된다.


인식론과 논리학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다르마끼르띠의 사상


다르마끼르띠의 사상은 난해하다. 다르마끼르띠 사상은 원시불교, 설일체유부와 경량부, 중관불교와 유식불교를 근간으로 형성되었다. 그래서 다르마끼르띠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원시불교는 『아함경』, 설일체유부와 경량부는 『아비달마대비바사론』 등의 7론과 세친의 『구사론』, 중관불교는 나가르주나의 『중론』, 유식불교는 세친의 『유식이십론』과 『유식삼십송』 그리고 호법의 『성유식론』 등의 경론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르마끼르띠 사상은 위에서 언급한 사상을 인식논리학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집대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상은 인식론과 논리학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불교인식론은 디그나가(Dignaga, 陳那, 480∼540)에서 정초되어 다르마끼르띠에 의해 완성된다. 다르마끼르띠 인식론의 특징은 ‘존재’에 입각한 인식론이 아니라 연기(緣起) 즉, ‘과정’에 입각한 인식론이라는 것이다.


현상세계를 무상한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현상세계를 구성하는 근원적 존재마저도 찰나멸이라 규정하는 다르마끼르띠


다르마끼르띠의 『무상의 철학』은 ‘모든 것은 무상이다’라는 ‘인간의 직관이 낳은 최초의 막연한 일반화’인 ‘무상’을 다르마끼르띠의 찰나멸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론의 관점에서 ‘모든 것은 무상이다’라는 명제를 해석할 때 주어인 ‘모든 것’에서 양화사인 ‘모든’ 속에 포함되는 것은 현상세계뿐이며, 본체세계는 제외된다. 왜냐하면 이 현상세계만이 무상하며, 본체세계는 항상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무아론의 관점에서 ‘모든 것은 무상이다’라는 명제를 해석할 때 주어인 ‘모든 것’에서 양화사인 ‘모든’ 속에 포함되는 것은 현상세계뿐만 아니라 본체세계이다. 왜냐하면 현상세계뿐만 아니라 본체세계도 무상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철저한 사상이란 정합적(coherent)이어야 한다. 여기서 ‘정합적’이란 ‘우리의 경험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기초적 관념들이 상호간에 전제되고 있으며, 따라서 그것이 고립될 경우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W. 제임스) 가령 현상세계가 근원적 존재의 현현이거나 집적 혹은 창조라면 그것은 변화해서는 안 되며, 또한 현상세계의 본질이 무상이라면 그것을 현현·집적하게 하고 창조하게 한 근원적 존재도 무상을 속성으로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정합적인 이론체계를 안고 있는 독단적 실재론은 인간정신이 범하기 쉬운 ‘실체의 오류’를 범하기 마련이다.


다르마끼르띠는 현상세계를 무상한 것으로 볼 뿐만 아니라 현상세계를 구성하는 근원적 존재마저도 찰나멸이라 규정한다. 이 책의 저자 타니 타다시(谷貞志)의 표현에 의하면 존재(A)는 자신의 비존재(-A)를 본질로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대상의 자기동일성을 근간으로 하는 통상의 논리로는 증명할 수 없다. 따라서 다르마끼르띠는 이것을 시간성의 시점에서 찰나멸성·순간적 존재성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증명하는 데 필생의 철학적 노력을 기울였다. 다르마끼르띠는 찰나멸 논증을 통하여 근본원질을 전제한 형이상학적 실체, 신을 전제한 종교적 실체, 언어의 영원성, 외계실재론, 유물론 등의 잘못된 견해, 전도된 견해를 비판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다르마끼르띠인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철학의 모험’에 발을 내딛고자 하는 이 책의 의도는 첫째, 다르마끼르띠의 ‘순간적 존재성의 철학’이라는 ‘시간성의 이론’을 종래의 ‘비시간적 기호·존재의 논리’에 대결시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인도 철학의 영역을 뛰어넘어 현대 철학의 최전선에서 부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르마끼르띠를 둘러싼 당시의 주변 사상유형은 현대에서도 대략 생각할 수 있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어 놀라울 정도로 지금과 유사하다.


이미 니체(F. Nietzsche, 1844∼1900)가 예언했던 최고 가치의 붕괴(니힐리즘)가 깊이 침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도그마의 절대화에 근거한 전체주의적 징후, 광신적 종교집단의 난립, 순수한 민족이라는 신화에 기초한 민족주의 등의 ‘고착된 배타적 분파주의’가 동시에 혼재하는 한복판에서, 철학은 모던(modern)에서 포스트모던(postmodern)의 유행으로, 이전의 가장 중요한 문제, 실존의 문제를 망각한 것처럼 유행을 쫒아 바쁘게 배회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들 모든 사상을 논적으로 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다르마끼르띠의 사상이라고 해도 비판적으로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을 기술하고자 하는 나 자신의 생각도 그때그때 항상 비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둘째, 우리들 자신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르마끼르띠의 ‘순간적 존재성의 철학’에서 회광반조(廻光返照)하는 데 있다. 그것에 의해서 우리에게 상식이 되고 있는 시간 의식을 변혁하여 새로운 차원에서 ‘자기 자신의 죽음과 삶’을 생각해보고 싶다. 다르마끼르띠는 최초로 ‘무상’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삶의 지속을 절단하는 죽음’에서 ‘순간적 존재성’으로 변환시켰다.


이미 이 책의 처음에 기술한 바와 같이 나는 이 ‘순간적 존재성의 철학’에 의해서 ‘시간이라는 존재 속에 텅 빈 사체가 되어 백골이 되어버린 무상’의 기저에 있는 ‘존재에서 분리된 시간 그 자체’를 해체함과 동시에 ‘약동하여 섬광처럼 빛나는 순간을 발현하는 무상’으로 전환하는 것에 도전하고자 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 했다.

다르마끼르띠는 ‘모든 존재는 찰나멸’이라 했다.


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 찰나멸할 뿐이다. ‘신이 죽었다’라는 니체의 선언은 서양 실체중심주의에 대한 사망선고이다. ‘모든 것은 찰나멸’이라는 다르마끼르띠의 선언은 모든 맹신적 신앙의 종교나 언어·문자·분별적 사고에 매인 철학에 대한 사망선고이다. 지혜 없는 신앙은 맹목일 수밖에 없고, 실상에 대한 통찰 없는 언어·문자·분별적 사고는 지적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상’이라는 붓다의 말이나 ‘모든 것은 찰나멸’이라는 다르마끼르띠의 말은 무시이래의 아견(我見)·아상(我相)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자기 부정 없는 철학, 자기 부정 없는 종교는 자기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타자를 억압할 뿐이다.



저자 : 타니 타다시(谷貞志)

문학박사. 1941년 니가타 현에서 출생했다. 1973년 와세다대학 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고, 1984~1985년 문부성재외연구원으로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유학했다. 현재 고치공업고등전문학교 교수다.



역자 : 권서용

부산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부산대, 부산가톨릭대, 인제대 등에서 철학과 종교 및 윤리를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원시불교의 오온설 연구」(석사학위논문), 「다르마끼르띠의 인식론 연구」(박사학위논문), 「緣起에 관하여」(새한철학), 「다르마끼르띠의 존재와 인식의 본질에 관한 고찰」(보조사상), 「다르마끼르띠와 화이트헤드 사상의 접점」(인도철학) 등이 있으며, 함께 저술한 『상생의 철학』(동녘,공저)이 있다.



차례

서장 무상·죽음의 정시(正視)

백골의 장/작열하는 죽음의 시나리오(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죽음을 무상화하다/쿠시나라(붓다의 죽음)


제1장 질주하는 다르마끼르띠

무상은 증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인도 논리학(인식론적 논리학, 쁘라마나바다) 개괄/순간적 존재성/세 개 유형의 논증


제2장 자발적 소멸(순간적 존재성 논증 유형 1)

구름과 같이/원인 없는 존재의 소멸(‘무상’의 의미 변환과 ‘논리적 필연성’의 근거)/‘부재의 장소’를 부정하다(절대적 부정)/반순간적 존재성 이론(1)/사체 없는 죽음(‘비재’로서의 죽음)/자기차이성으로서 ‘존재의 본질’


제3장 다르마끼르띠 ‘자발적 소멸(죽음)’의 철학

‘살아 있는 한 죽는다’라는 부조리/잠입하는 차이선/‘근거 없이 태어나 죽는다’라는 ‘근저없는’ 근거/한낮의 별(환히 들여다보이는 죽음)/주체의 비재화/‘차이’로서의 언어대상(아포하·배제·차이)/‘언어’의 동일성의 해체(반실재론적 논리주의)/언어에 의한 부재의 보전


제4장 다르마끼르띠 철학의 배경

시간으로서의 존재(원시불교)/깔라바딘(형이상학적 시간론자)/형이상학적 시간의 해체(중관)/‘실재시간’과 ‘자발적 소멸’(설일체유부와 경량부)/전환하는 순간적 존재성(유식론자)


제5장 존재성으로부터의 추론(순간적 존재성 논증 유형 2)

디그나가 논리학의 한계(언어게임으로서 형식적 논리)/인식론적 논리(다르마끼르띠)/논리적 필연성의 결정(본질적 관계)/‘존재’=‘효과적 작용을 하는 것’/원인총체모델(최종순간상태)/반순간적 존재성 이론(2)/두 개 차원의 인과관계/반소증거척 인식근거에 의한 논증


제6장 포스트 다르마끼르띠안에 있어서 대립

라뜨나까라샨띠의 내변충론(반소증거척 인식근거)/사상적 연대기의 역전(즈냐나스리미뜨라의 신외변충론)/즈냐나스리미뜨라의 긍정적 논증식(쁘라상가와 그 환원식)/대립하는 ‘부정적 인식’의 해석(다르못따라와 쁘라즈냐까라굽따)/즈냐나스리미뜨라의 부정적 논증식(반소증거척)/토끼의 뿔은 날카로운가, 날카롭지 않은가/사상적 연대기의 역전과 인도불교논리학의 특수성


제7장 지각된 순간적 존재(순간적 존재성 논증 유형 3)

흔들리는 불꽃/빛나는 갠지스강과 같이/반순간적 존재성 이론(3)


제8장 지각순간의 자기차이화

머물지 않는 탈중심화/‘지금, 여기’의 지근거리/아직과 이미(비재의 중심핵)/부정적 차이선을 발현하는 ‘독자상’/자기차이성/원―차이(지각차원의 아포하)/반전, 차이선을 거슬러 올라가다/회광반조(廻光返照)하는 비재의 순간/‘비재’라는 타자


제9장 ‘반순간적 존재성 논증’과 ‘신의 존재논증’에 대한 비판

우다야냐(최강의 안티 다르마끼르띠안)/우다야나의 반순간적 존재성 논증/우다야나에 의한 아포하 이론 등에 대한 비판/‘아뜨만의 존재증명’에서 ‘베다의 권위와 신의 존재증명’으로/다르마끼르띠에 의한 ‘신의 존재논증’ 비판


제10장 무상한 인식근거

이중 인식근거의 정의/붓다(무상한 인식근거)/경계선상의 다르마끼르띠/전지자 존재의 부정과 중간의 단계/샨따라끄시따에 의한 ‘전지자의 존재논증’의 가능성/요가에 있어서 일반상(순간적 존재성)의 지각화/‘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지자’의 문제


종장 미완의 무상의 철학

‘완전한 논리체계’라는 환상(불완전성 정리)/‘비재’로 역행하는 인식근거(시간의 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