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습지 그림일기 : 북한산국립공원 진관동 습지 13년의 관찰

박은경 지음
쪽수
175쪽
판형
176*248
ISBN
978-89-6545-518-9 03400
가격
16000원
발행일
2018년 6월 20일
분류
환경학 일반
*2018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교양도서
*2020 우수환경도서

책소개

서울 도심에 나타난 고마운 습지!
13년의 관찰일기, 습지 생태 변화를 글과 그림으로 담다


박은경 습지 활동가가 북한산국립공원에 있는 진관동 습지를 보전하고 관찰하려는 노력으로 2005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습지생태의 변화와 다양한 생물을 켜켜이 담은 그림일기다. 책은 저자가 기록한 관찰일기를 정리해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습지의 모습과 그곳에 사는 생물들의 모습을 담았다.


참개구리가 웅덩이에 뛰어드는 소리, 둥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멧비둘기 알, 눈처럼 날리는 버드나무 씨앗 등 습지가 들려주는 왁자지껄한 생명의 이야기는 답답한 도심 한가운데 커다란 숨구멍이 된다. 저자는 습지에 사는 생물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네며 함께 살아가는 기쁨과 가치를 전한다. 한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개발로 훼손되고 있는 습지를 걱정하며 습지를 보존하고 지켜나가길 당부한다.


습지, 생명의 보금자리로 다시 태어나다


처음 진관동 습지는 논농사를 짓던 곳이었으나 경작이 중지된 이후 오랫동안 방치된 땅이었다.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땅에는 자연스럽게 주변 풀씨가 날아들고 버드나무가 들어와 습지가 형성되었다. 진관동 습지가 생기면서 북한산국립공원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오색딱따구리, 박새, 꾀꼬리 등 서울시 보호야생조류가 다시 출현하고 맹꽁이, 개구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게 되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는 찾아보기 힘든 중요 습지 생태계가 되었고 생태 보전의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가 2002년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했다.


특히 맹꽁이의 출현이 반갑다. 도시화와 수질오염으로 개체 수가 줄고 있어 좀처럼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7월 장마가 시작된 습지에 가면 이쪽저쪽에서 ‘맹’ ‘꽁’ 하는 맹꽁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천연기념물인 까막딱따구리의 출현이다. 미루나무에 빨간 베레모를 쓴 까막딱따구리를 볼 수 있다니 행운이다. 책을 통해 습지에 찾아온 귀한 생명들을 만나볼 수 있다.


개성 넘치는 생물들을 그림으로 살펴보는 재미


참별박이왕잠자리, 길앞잡이, 애기똥풀, 긴알락꽃하늘소, 단풍잎돼지풀 등 이름부터 개성 넘친다. 개성 강한 이름만큼 생김새도 궁금해진다. 책에 담긴 습지 생물의 그림을 보며 이토록 다양한 생물들이 우리 곁에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작가는 생물들의 소중한 순간을 놓칠세라 종이에 재빠르게 그렸다. 덕분에 마지막 허물을 벗는 노린재, 짝짓기 하는 풍뎅이, 새똥처럼 돌돌 말린 새똥거미 등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은 각양각색의 생물들과 거기에 덧붙인 그림일기도 유쾌하면서 따뜻하다.


한발 더 나아가 습지 관리와 보존에 대한


저자는 아름다운 습지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습지 위쪽에 주말 농장 때문인지 습지에 흐르던 물이 줄어들었고 말라버린 곳도 있다. 심지어 물의 흐름이 바뀐 곳도 있다. 도롱뇽이 있던 곳인데 점점 빨래터가 되어가는 곳도 있고, 멧돼지를 잡기 위해 드럼통으로 만든 올무도 설치되어 있다. 누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과자봉지와 페트병, 담배꽁초 심지어 자동차까지 버려져 있다. 한편 최근 습지의 수심은 얕아지고 육지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 뚜렷이 보이고 있다. 앞으로 진관동 습지를 육지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자연 상태 그대로 변화하는 습지를 지켜보는 것이 맞는지 습지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다. 습지 보존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13 이곳은 국립공원 안에 속해 있지만 전부 개인 사유지이기도 하다. 환경관련 종사자들은 보전하려는 곳이고, 돈을 벌고 싶은 소유주들은 개발을 하고 싶어 하는 대립의 장소이다. 그런데 이곳은 인간들이 그러든가 말든가, 때가 되면 봄이 오고 꽃이 피듯 자연의 순리에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의 터전이다. 도심에 있는 이곳을 인간과 생물들이 공동명의로 함께하는 것은 어려운 것일까?


p.15 봄꽃을 기다리는 초봄에 땅이 질퍽질퍽 햇살에 반짝이고 신발에 흙이 쩍쩍 붙는 걸 보며, 아~ 나는 이곳에서 흙을 밟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집을 나와서 걷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이곳에 와서 흙을 밟아보는 거였다. 어쩌면 흙을 밟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은 아닐까?


p.32 귀한 도롱뇽에게 가 있다. 점점 말라가고 있는 위태롭고 불안한 물가. 그나마 얼마 되지 않은 공간에 어김없이 도롱뇽이 찾아와 작년과 같은 그 자리에 알을 낳으면 어찌나 반갑던지. 고맙기 그지없다.


p.82 집중호우로 물길이 넘쳐 콸콸대고 풀들은 앞머리처럼 내려와 쓰러진다. 우리는 간신히 우산으로 얼굴만 가릴 뿐 바짓가랑이와 신발은 이미 다 젖었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 나뭇가지에 떨어지는 빗소리, 돌에 떨어지는 빗소리, 흙에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내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 이것이 하나가 되어 내 마음에 들려오는 빗소리.


p.142 어김없이 겨울이 왔고 콩새, 쑥새, 긴꼬리홍양진이, 큰부리밀화부리 등 겨울철새들이 습지에 찾아왔다. 바람 없고 청명한 겨울날, 이런 날을 매들이 좋아한다고 두원 군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무섭게 하늘에서 매 같은 녀석이 큰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돌고 있다.


p.207 물이 줄어든 이유는 습지 위쪽이 주말농장으로 바뀌면서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물이 흐르던 곳의 수량은 줄어들었고, 말라버린 곳도 있고, 물의 흐름이 바뀐 곳도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봄 가뭄과 여름의 마른장마,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겨울 등 알 수 없는 기상 이변들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저자 / 역자 소개 

박은경


진관동 습지 활동가.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에서 주관한 습지해설가 양성가 과정에 참여, 매주 수요일 ‘물자리’ 모임을 통해 습지에 찾아가 동식물들을 관찰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나 지역방과후 아이들과 생태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진관동 습지 관찰스케치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차례

여는 글
추천사

1부 인연


물을 머금고 있는 땅, 진관동 습지
편안한 일상, 습지 가는 일

2부 봄에 만난 습지


3월 갯버들의 습지 봄 마중

4월 때가 되면 싹이 나오고
5월 길앞잡이의 일광욕 시간 방해?
봄/관찰하며 놀기/놀며 관찰하기

3부 여름에 만난 습지


6월 “흥, 안 찍는다. 안 찍어”
7월 내 마음에 들려오는 빗소리
8월 애매미는 “츠르~” 참매미는 “밈~밈~밈~”
여름/관찰하며 놀기/놀며 관찰하기

4부 가을에 만난 습지


9월 “도깨비 빤스는 튼튼하지요”
10월 이만큼이 좋다
11월 단풍잎돼지풀은 어떻게 들어왔을까?
가을/관찰하며 놀기/놀며 관찰하기

5부 겨울에 만난 습지


12월 “오늘도 왔네, 뭣 좀 새로운 거 찾았어?”
1월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편지
2월 풀들에게서 느끼는 겨울의 포근함
겨울/관찰하며 놀기/놀며 관찰하기

6부 돌아봄


 13년 동안 변화된 습지
사람들의 흔적
그래도 변하지 않았던 것들

부록: 진관동 습지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