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미 기쿠에 지음 | 곽규환, 진효아 옮김
쪽수 | 23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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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27*188 |
ISBN | 978-89-98079-27-7 03330 |
가격 | 15000원 |
발행일 | 2018년 3월 30일 |
분류 | 사회학 일반 |
책소개
폴리아모리, ‘낯선 사랑’에서 ‘다른 삶’을 보다
폴리아모리는 ‘여러’, ‘다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poly)'와 라틴어 ‘아무르(Amor)’의 합성어로 국내에서 이제 막 소개되기 시작한 개념이다. ‘복수(다자) 간의 사랑’으로 직역되는 이 말은 동시에 여러 명과 사랑을 하고 또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낯선 사랑’을 의미한다. 단, 사랑에 관한 일반적인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상대방을 소유하지 않는 것.’
국내에서도 어원을 따라 ‘폴리아모리’로 칭해지는 이 현상은 ‘일대일의 이성애’만을 ‘평범한 사랑’으로 규정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문제적 사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책은 폴리아모리의 배경과 역사를 개괄하는 개념적 정의들과 실제로 폴리아모리라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소개하여 쉽고 정확하게 다른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폴리아모리 입문서’이다. 사랑을 사유할 수 있는 담론들과 더불어 폴리아모리스트들과 진솔하게 소통한 경험들로 버무려진 후카미 기쿠에의 폴리아모리 입문서는 폴리아모리를 연구하는 사회인류학자에 의해 작성된 정연한 보고서이면서도, 다른 사랑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린 태도를 가진 한 사람의 진솔한 고백이기도 하다.
폴리아모리스트의 일상 속으로
‘후카미 기쿠에’가 인터뷰한 다양한 모습의‘글렌’들
사회인류학을 전공한 저자 후카미 기쿠에는 타인을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일상적인 의문―일대일의 사랑만이 옳은 사랑일까? 상대방에게 서로의 상황을 전적으로 공개하며 여러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는 없을까?―을 풀기 위해 미국의 폴리아모리스트들을 찾아 현지 조사를 떠난다. 2008년 여름, 저자는 샌프란시스코 교외에서 결혼한 지 29년, 폴리아모리로 살아간 지는 8년째 접어드는 부부를 만나 풍요로운 삶의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는 질문을 품게 된다.
“이미 대략의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놀라웠고 충격이었다. 이 놀라움과 충격은 곧 새로운 질문들로 바뀌었다. 왜 자기만 바라보길 바라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그들은 대체 어떤 유대 관계를 갖고 있는 걸까?”
-「시작하는 말」중에서처음 폴리아모리스트를 만나고 돌아온 지 3년 만에 다시 떠난 2011년의 로스앤젤레스 현지 조사. 「3장 내가 폴리아모리스트가 된 이유」, 「4장 폴리아모리 입문」, 「5장 폴리아모리 윤리」, 「7장 메타모어 - 사랑하는 사람을 공유하다」 에 소개된 현장조사 에세이는 폴리아모리 동행인 ‘글렌’과의 추억담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10개월에 걸쳐 다양한 폴리아모리스트 친구들을 사귀며 그들의 모임과 파티에 동행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상담과 토론에 걸친 폭넓은 소통을 이어나갔다. 뿐만 아니라 글렌과 동행하며 폴리아모리 세계에서 ‘내 연인이 사랑하는 존재’인 ‘메타모어’가 되어본 체험기를 통해 폴리아모리에 대한 ‘앎’을 ‘삶’으로 실천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친구 글렌과 함께하며 폴리아모리에 대한 낯섦과 혼란스러움을 진정한 ‘이해’와 ‘소통’의 계기로 전환할 수 있었으며, 폴리아모리 친구 글렌은 또 다른 ‘글렌’들로 저자 ‘후카미 기쿠에’를 이끌어간다.
폴리아모리, 자유와 해방을 열망하는 사랑의 공동체
폴리아모리 세계의 이방인으로서 쉽게 던질 수 있는 호기심 어린 시선을 거두고 폴리아모리스트의 일상에 다가간 저자가 마주하게 된 모습은 무엇일까. 그것은 ‘비독점 다자 연애’라는 화제성의 언술이 흩뿌리기 쉬운 바람둥이, 혼외불륜과도 같은 비좁은 정의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웃음과 한숨’이었고 ‘기쁨과 슬픔’, ‘갈등과 불안’, ‘희망과 소망’이 뒤섞인 삶의 감각이었다. 폴리아모리 윤리(5장)에 이르면 현장 인터뷰를 통해 저자가 발견하게 된 ‘진실한 다자간의 사랑’으로서의 폴리아모리의 솔직한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다.
폴리아모리스트 사이에서 ‘폴리아모리’는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보다 더 잘 살고 잘 사랑하기 위한 사랑의 방식이자 삶의 방식임이 드러난다. 저자는 폴리아모리스트가 만들어가는 사랑의 공동체를 통해 ‘안정’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구속하거나 소유하지 않고,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헌신하는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 사랑하기 위해 정서적인 연대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랑의 방식을 선택하는 소통의 노력과 자기 헌신은 다자간의 사랑을 영위하는 낯설고 새로운 모습에만 방점이 찍혔을 때 흔히 간과되기 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을 포함하여 이제 막 폴리아모리와 대면하기 시작한 이들에게, 폴리아모리를 받아들이는 스스로의 태도와 폴리아모리를 정의하는 프레임을 끊임없이 점검해 볼 것을 무엇보다 강조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폴리아모리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준다.
‘비독점 다자연애’와 ‘진실한 다자간의 사랑’사이에서 유동하는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
‘사랑’은 공고한 관점과 시선을 흔드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일한 잣대로 성적 지향을 판별하고 그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삶들을 소외로 내모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줄 수 있다. ‘폴리아모리’로 명명된 새로운 사랑의 모습을 발견해 나가는 저자의 여정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폴리아모리스트가 다가가기 어려울 만큼 ‘낯선’ 존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만나는 매 순간이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받아들였던 ‘사랑’의 정의가 깨지는 혼란스럽고 낯선 위기의 순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랑’의 정의가 실은 다른 사랑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실하는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면, 폴리아모리는 그 한계를 허물고 보다 맨눈으로 사랑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삶의 결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모습처럼 이 책에는 폴리아모리라는 낯선 사랑을 하는 다양한 삶이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 이국의 폴리아모리스트와 친구가 되어 이리저리 흩뿌려진 그들의 일상과 사랑의 감각을 전하는 저자의 모습은 차분한 연구자의 언어와 위태로운 한 사람의 고백 사이에서 유동한다. 현상을 개괄하는 정리된 언어와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받아 적는 정직한 떨림으로서의 이 위태로움을 마주하면 어느새 새로운 사랑의 실천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저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폴리아모리스트의 일상 속에서 대면한 ‘진실한 다자간의 사랑’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사랑에 관한 질문에 화답하는 진솔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9 ‘여러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자신의 감정을 속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일대일의 사랑만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사회적 규범이 사랑을 규정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수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냈다. 바로 동시에 여러 파트너와 함께 ‘진실’한 관계를 구축하는 길이다. 다자간 사랑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그들은 이 사랑의 형태를 ‘폴리아모리polyamory’라고 명명하였다.
p.13-14 폴리아모리스트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그들의 윤리관과 사고방식을 실제로 대면하게 된다는 뜻이다. 나는 폴리아모리 매뉴얼 북에 적힌 내용, 내 질문들에 대한 폴리아모리스트의 대답, 그리고 실제로 본 그들 간의 교류, 웃음, 한숨 등을 연결하는 감각을 배워나갔다. 어느 사이에 ‘진실한 다자간의 사랑’이란 말은 그들의 기쁨과 슬픔, 갈등과 불안, 희망과 소망, 이 전부가 집약된 무엇으로 내 눈앞에 나타났다.
p.29 폴리아모리는 일부일처제의 미국에서 생겨난 성애 스타일이다. 폴리아모리스트는 일대일의 성애가 기준인 사회에서 여러 사람과 사랑한다. 사회규범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에 기반을 두는 사랑이다. 하지만 폴리아모리는 모노가미에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폴리아모리스트는 일대일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성애 스타일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사회규범과 결혼제도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단 자신의 의지로 사랑하는 사람의 수를 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p.148 폴리아모리스트는 자기/타자에 대한 집착을 부정하고 서로 소유하지 않는 사랑을 이상으로 상정한다. 물론 질투를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질투에 대한 폴리아모리스트의 기본 자세는, 원래 사랑은 고통과 슬픔임을 인정하고 질투 역시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함으로써 고통스러운 현실을 수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폴리아모리스트에게 질투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자 활용해아만 하는 무엇이다. 게다가 폴리아모리는 질투가 승화되면 컴퍼션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여긴다. 이 부분이 모노가미의 질투와 폴리아모리 질투의 결정적 차이다.
p.190 “나와 다른 ‘타자’를 받아들이는 일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이라고 믿어.”
저자 소개
지은이
후카미 기쿠에 深海菊繪
저자 이병훈은 헌법학자로서 전주대학교에서 헌법학을 강의했으며, 지금은 동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헌법: 이론과 사례』 『문화적 관점에서 본 법의 이해』 『의회주의란 무엇인가』가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적 관점에서 본 법철학』 등이 있다.
옮긴이
곽규환경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 석사과정(수료)과 중국 지린대학 중국근현대사 석사를 마쳤다. 현재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박사과정(국제관계 및 초국경문화연구)에 있으며 동아시아 국제관계·공간문화·사회 등을 연구한다. 한반도, 중화 문화권, 일본, 동남아를 잇는 매개·접점 공간에 주목하며 유랑 중이다. 번역한 책으로는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공역)가 있다.
진효아
경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 석사과정(수료)과 중국 지린대학 중국근현대사 석사를 마쳤다. 현재 지린대학 공공외교학원 박사과정(국제관계 및 초국경문화연구)에 있으며 동아시아 국제관계·공간문화·사회 등을 연구한다. 한반도, 중화 문화권, 일본, 동남아를 잇는 매개·접점 공간에 주목하며 유랑 중이다. 번역한 책으로는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걷다』(공역)가 있다.
차례
시작하는 말 5
1 폴리아모리란 19
삼각형을 살아가다 | 당신에게 폴리아모리란 | 오카모토 잇페이와 오카모
토 가노코 | 폴리아모리의 다양한 모습
2 폴리아모리 운동 37
책임 있는 논-모노가미 | 폴리아모리 운동의 배경 | 러빙 모어의 탄생 |
폴리아모리 운동의 확산 | 존재를 드러내다 | 폴리아모리스트의 실정 |
폴리아모리스트의 특징| SF소설과 폴리아모리의 관계
3 내가 폴리아모리스트가 된 이유 67
사랑은 무한대 | 사랑의 경험을 소중히 하고 싶다 | 자신의 감정에도, 사랑
하는 사람에게도 솔직하고 싶어 | 모노가미는 복잡, 폴리아모리는 단순 |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상해 | 소유 당하기 싫어! |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다 | 어쩌다 좋아하게 된 사람 |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다|
서로를 위해서 | 현장조사 에세이 1 폴리아모리 세계의 안내인
4 폴리아모리 입문 89
인터넷 그룹 | 폴리아모리스트 모임에 가다 |
현장조사 에세이 2 풀파티에 가다 | 연인과의 만남
5 폴리아모리 윤리 103
폴리아모리의 기본 자세 | 의식적인 관계 구축 | 그게 정말 사랑이야? |
자유 연애의 역설 | 자기 통제라는 과제 | 자기 희생=자기 배려=타자에 대한배려 |
변화를 위한 약속과 관계 | 현장조사 에세이 3 변화를 즐기며 현재를 살아가다
6 질투 129
폴리아모리의 질투 | 질투라는 과제 | 질투의 가치 | 질투 활용법 |
파트너가 나 외의 사람을 사랑해서 기쁘다 | 속박하지 않는 사랑의 형태 |
이상적인 관계 | 탄트라의 가르침 |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7 메타모어-사랑하는 사람을 공유하다 151
당신에게 메타모어란 | 메타모어와 친해지는 계기 | 변화하는 메타모어 관계 |
존재를 지탱해주는 사람 | 현장조사 에세이 4 유사 메타모어 체험
8 성 167
성 혁명의 역설과 폴리아모리 윤리 | 배려하는 섹스라이프 |
폴리아모리와 스와핑은 다르다! | 폴리아모리와 BDSM의 복잡한 관계 |
현장조사 에세이 5 BDSM 폴리아모리 | 성의 향유
9 폴리패밀리 187
가족을 만든다는 것 | 노력과 한계 | 물은 피처럼 진하다? |
별거형 폴리패밀리 | 별거형 폴리패밀리의 육아 | 의식적인 ‘ 가족 만들기’ |현장조사 에세이 6 타자와 함께 살다
맺는말 205
작가후기 216
역자의 말 220
참고문헌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