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루이제 크노트 지음 | 배기정, 김송인
쪽수 | 25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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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30*200 |
ISBN | 979-11-6861-401-7 03300 |
가격 | 19,800원 |
발행일 | 2024년 12월 13일 |
분류 | 사상가/인문학자 |
첵소개
정치 철학가 한나 아렌트가 탐구한 새로운 사유방식
이제까지 알고 있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탈학습’하라
한나 아렌트는 어떻게 나치주의라는 세상과 사람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전승되어온 관념으로부터 빠져나와 자신만의 독자적인 언어를 가질 수 있었을까? 네 가지 키워드로 한나 아렌트의 사유가 거쳐온 길을 탐색하는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가 기존에 학습된 사고와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지적 자유를 얻고자 탐구한 ‘탈학습(unlearning)’에 주목한다. 그리고 웃음, 번역, 용서, 연극이라는 네 개의 주제를 통해 아렌트의 사유의 방식을 파헤친다.
20세기 초 유럽 사회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되었고, 히틀러의 유대민족 말살 정책은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아렌트 역시 자기의 민족에게 일어난 끔찍한 학살에 고통스러워했다. 유대인 학살을 지휘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에서 전범 재판을 받게 되었을 때, 아렌트는 『뉴요커』의 취재 의뢰를 받고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과정을 기사로 작성하기로 한다. 취재 전에는 아렌트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대민족 말살 정책에 앞섰던 아이히만을 악마나 괴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마주한 아렌트는 혼란에 빠진다. 아이히만은 지극히 평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이히만을 악마로 간주했을 때, 아렌트는 이와 대조적으로 아이히만에게서 ‘악의 평범성’을 발견한다.
아렌트가 기존의 사고와 관념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졌을까? 자신에게 일어난 시대적 혼란을 어떻게 허용했을까? 익숙했던 사고방식에서 새롭게 탈학습하는 그녀의 사유방식은, 생각하기를 포기했던 아이히만과는 정반대에 있었다. 이 책에 묘사된 네 가지 주제를 통해 틀에 박힌 상투적 표현과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한 새로운 아렌트를 만나보자.
웃음, 번역, 용서, 연극
네 가지 주제로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을 파헤치다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의 재판이 시작되기 전 그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보인 가장 첫 반응은 ‘웃음’이었다. 한나 아렌트에게서 이 웃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보다 즉흥적인 웃음은 세상의 제약과 단단히 묶인 사회적 관습에서 자유와 주권을 확보하는 데 가속도가 붙게 한다. 아렌트에게 웃음은 “암울한 시대의 경직된 사고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게 하고, 이것은 곧 해방과 자유의 영토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아렌트에게 아이러니가 섞인 유머란 실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되는 자신의 습관이나 편견과 거리를 두고자 선택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썼던 아렌트가 미국으로 망명한 후 영어로 집필했을 때 생각의 간극은 없었을까? 두 번째 장에서는 독일어와 영어, 두 언어로 집필했던 아렌트에게 ‘번역’이란 무엇이었을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1958년에 출판된 아렌트의 대표작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이 ‘비타 악티바(Vita activa)’라는 제목으로 1961년 독일어로 출간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영어판을 다시 독일어판으로 출간하기 위해서 아렌트에게는 사유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영어로 쓴 저작을 독일어로 번역하며 고통을 겪었던 아렌트의 인간적인 모습부터 두 언어의 차이에 담긴 아렌트의 문화적 배경 등을 다룬다.
유대인 말살 정책을 펼친 독일을 용서하기는 쉽지 않다. 세 번째 장에서는 아렌트가 정치이론에서 시도한 탈학습의 중심 개념 중 하나인 ‘용서’에 대해 논의한다. 1950년의 『사유의 일기』에는 용서라는 개념이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고 하는 기독교의 전통에 따라 구현됐다. 이후 아렌트는 용서의 개념에 대해 새롭게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녀의 저서 『사유의 일기』를 비롯해 『인간의 조건』 영문판과 독일어판에 용서의 강조점이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용서는 죄악을 잊지 않되 저지른 죄악으로부터 미래에 끼치는 영향력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말한 것처럼 용서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아렌트의 정치적 성찰이 담겨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 장은 ‘연극’에 대해 다룬다. 세상을 무대로, 텍스트를 공간으로 상상함으로써 읽기는 그 자체로 행동의 리허설이 된다. 아렌트는 과장을 좋아했다. 이미 알려진 것을 뛰어넘는 언어의 과도함은 극적인 표현을 통해 익숙한 궤도를 따르는 사유방식을 새로운 모험 속에 빠뜨리도록 한다. 아렌트에게 생각하고 쓰는 일은 낯선 세계를 만나고 완전히 새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문학가나 예술가의 글을 읽고 인용하면서도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작가들과 함께 부조리한 오늘의 현실에 대해 논쟁하며, ‘진정한’ 그리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이렇듯 아렌트는 과거의 텍스트에서도 이질적인 ‘목소리들’과 만나 새로운 해석에 접근하는 ‘탈학습’을 시도한다.
새롭게 만나는 한나 아렌트의 사상과 사유
철학과 정치를 논할 때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나 아렌트. 지난 세기의 폭력과 권력은 꾸준한 비판 속에서도 여전히 답습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아렌트의 사상과 사유의 방식은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요청되고 있다. 저자는 아렌트의 독특한 사유방식에 접근하기 위해 그녀의 저작들과 편지, 강연에서 했던 말, 공개되지 않은 기록 등을 총망라하여 살펴보았다. 사상가로서 아렌트뿐만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미국에 망명해서 살아야 했던 개인의 삶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기존에 만났던 아렌트와는 다른 충격과 신선함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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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p15 이 책에는 아렌트의 텍스트가 한 번 읽을 때 완전히 소진되지 않고 매번 읽을 때마다 무언가 새롭게 전개되는 독서의 체험이 전제되어 있다. 우리의 현재 시점이 그녀의 사유과정에 자극이 되었던 과거의 역사적 정황과 시간적으로 멀어짐에 따라, 실제 그런 의구심이 일기도 하지만, 아렌트의 작품이 이제 완전히 다르게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p36 웃음은 인간에 대한 확신, 즉 이데올로기와 테러, 반계몽주의, 억압, 독단론, 전제정치에 대항하여 인간다움을 지켜내려는 저항의 힘에 대한 믿음을 가능케 한다. “부차적으로 덧붙이자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아렌트의 스승이 되었던 발터 벤야민은 “사유를 위해 웃음보다 더 좋은 시작은 없으며, 특히 횡격막의 경련은 영혼의 경련보다 사유에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p83 독자적이고도 활발한 아렌트의 번역은 본래 물질적, 정신적 곤경으로부터, 즉 막다른 골목에서 생겨났고, 이로부터 그녀가 알고 있던 많은 사물들은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모제스 멘델스존이나 마르틴 부버, 프란츠 로젠츠바이크에게서 그렇듯이 번역은 언어적인 차원과 더불어 사색적인—정신적인—모험의 차원을 갖는다. 이것은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으로서 미국 및 독일의 공론장에서 진가를 발휘한 그녀의 철학적 활동, 그녀의 글쓰기와 목소리를 의미한다.
p159 용서와 약속은 인간에게 두드러진 능력으로, 자유를 보장하며, 과거나 미래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는 자유를 보장한다. 만일 용서하는 것과 잊는 것이 없다면, 모든 과거의 행위는 돌이킬 수 없게 되고 현재는 과거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만약 약속이 존재하지 않으면, 미래는 온통 불투명해지고 현재는 미래에 대한 모든 두려움과 불확실성에 의해 지배당할 것이다.
p228 세상이라고 하는 연극 무대에 인간이 등장하는 것은 어떤 확고한 본보기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조력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도 없다. 하나의 무대로서의 세상이라고 하는—탈학습적—메타포의 의미는 모든 사람이 ‘연극’, 즉 세상의 흐름을 자신의 등장에 의해 어떤 순간이든 뒤집을 수 있다는 약속이다. 전혀 뜻하지 않게.
저자 소개
지은이 마리 루이제 크노트(Marie Luise Knott)
프리랜서 기자, 번역가, 작가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경력이 있는 크노트는 독일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를 설립하고 편집장을 역임했다. 예술과 문학을 주제로 다수의 글을 출판하였고, 한나 아렌트에 관한 편저 『한나 아렌트–시인에게 진실을 갈구하다(Von den Dichtern erwarten wir Wahrheit)』와 『한나 아렌트와 게르숌 숄렘, 서신교환, 1939-1964(Hannah Arendt/Gershom Scholem, Der Briefwechsel, 1939-1964)』 등을 출판하였다.
옮긴이 배기정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바이마르 공화국시대 문인들의 중국문화 수용과 문학적 변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이 선정한 중앙대학교 독일유럽연구센터(ZeDES)의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변화를 통한 접근』(공저), 『독일 신세대 문학』(공저)이 있고, 역서로 『망가진 시대-에리히 케스트너의 삶과 문학』이 있으며, 「패자의 표상에 새겨진 ‘선한 유럽인’-슈테판 츠바이크의 유럽비전과 현재적 의미」, 「폭력의 시대에 저항하는 문학적 체념-알프레드 되블린의 망명소설 『바빌론왕의 유랑』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김송인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통번역학석사(한독 국제회의통역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역서로 『디테일로 보는 서양미술』, 『자코메티와 여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바우하우스 이야기』가 있다.
목차
서문
웃음_이해 불가한 상황에 맞서
인간에 대한 확신 / 한나의 책 / 아이히만과 ‘당돌한 반어법’ / 사유의 숨고르기 / 건강에 좋은 횡격막의 움직임 / 개념 없는 행동 / 웃음의 성과
번역_‘탁월한 우회로’
미국의 공론장에 들어서다 / 혼성의 축제 / 낯선 곳에서 온 소녀 / 거듭된 탈바꿈 / “네가 우리에게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용서_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려는 사투
한 개념이 정립되기까지 / 전후의 딜레마 / 빈 캔버스 / 1950—용서는 없다! / 1953—한때 공산주의자였으나 계속 그런 것은 아니다 / 1958—자유, 심경의 변화 / 1961—결속 / 베노 폰 비제 / 탈학습, 배운 것을 새롭게 재해석할 의무
연극_무대로서의 세상 , 공간으로서의 텍스트
새로운 것을 말하기 / “인용은 곧 만남이다” / 어긋남 / 페르소나레 / 거실 / 예행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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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