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위안즈 지음 | 강수민, 김영화 옮김
쪽수 | 32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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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148*210 |
ISBN | 979-11-6861-396-6 (03300) |
가격 | 20,000원 |
발행일 | 2024년 11월 28일 |
분류 | 사회문제일반 |
책소개
중국 판다 서식지부터 북유럽 모피 경매장 잠입 취재까지
동물 유토피아 실현을 위해 세계 각지를 조사하다
동물 낙원을 찾기 위한 여정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는 동물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넘나든 저자 룽위안즈의 여정을 담은 책이다. 비정부기구 액트아시아(ACTAsia)의 아시아 지역 대표이기도 한 저자는 대만, 중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서 동물보호 활동을 진행했다.
그는 중국의 고양이 가죽 채취 현장, 북유럽 모피 농장에서 최소한의 사료만 지급받으며 사는 밍크 등 세계 곳곳에서 비참한 동물들의 삶을 목격했다. 이 책은 동물 유토피아 실현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한 활동가의 치열한 기록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물권이 훼손된 현장을 폭로하는 것을 넘어 동물보호 활동가로서의 내적 갈등과 성장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에 맞선 분투를 진솔하게 말한다. 또한 동물권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통해 독자에게 동물보호 운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동기를 제공한다.
판다는 혼자서는 살 수 없을까?
코로나19 시기 많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준 동물은 판다였다. 사람들은 판다의 사랑스러움에 열광했다. 그런데 판다는 동물원에서 정말로 행복했을까? 중국 정부는 거의 모든 판다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외교 수단으로 판다를 사용하고 있다. 판다 보호를 관리의 근거로 드는 중국 정부에게 저자는 정말로 판다가 자생할 수 없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판다 보호 역사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을 쓴 저자는 쓰촨성에 있는 워룽국가급자연보호구역을 비롯한 여러 기지에서 보호되고 있는 판다를 관찰했다. 나아가 동물원에 전시된 판다의 생활 공간을 살폈다. 동물원은 성체 판다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는 어린이 장난감을 두어 그들을 보호받아야 할 미성숙한 존재로 보이게 했다. 저자는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하는 판다에게 사람들로 북적이는 동물원 환경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판다는 인간들의 눈에 귀엽다는 이유로 자연에서의 삶을 포기해야 했다.
저자는 판다의 사육 및 번식 프로젝트를 분석하며 인간 중심적 보호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한다. 판다는 본질적으로 야생동물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 아래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국내외 여러 콘텐츠는 판다의 귀여움만을 강조하고 있다. 판다 보호 정책의 이면을 파헤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동물을 귀여움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옳은지 생각하고 자연과 동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북유럽의 숨겨진 진실, 모피는 동물 친화적일 수 없다
5장과 6장에서는 북유럽을 직접 방문하여 목격한 모피 산업의 실상을 폭로한다. 북유럽은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가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북유럽 모피 사육장의 사육동물은 모두 좁은 철장 안에 갇혀 있었으며 사육사는 번거로움을 이유로 제대로 된 식량과 물도 공급하지 않았다. 많은 모피를 생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유전자가 선별된 파란여우는 빽빽하게 자란 털의 무게에 짓눌려 일어서거나 걷지도, 심지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그곳에서 사육동물은 생명이라기보다 모피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저자는 폐쇄적인 모피 경매장을 취재하기 위해 신분을 속이고 모피상들 틈에 섞여 겨우 검문대를 통과했다. 한국인과 중국인 모피상이 대부분인 경매장 안은 대략 천만 개에 달하는 동물 모피로 가득 차 있었다. 모피 산업 종사자들의 “인도적 방식으로 사육됐다”는 말은 소비자들의 양심을 무디게 만들뿐 현실과 달랐다. 저자는 북유럽에서 아시아까지 이어지는 모피 유통망을 추적하며 모피 산업이 주장하는 높은 수준의 동물 복지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나아가 모피 산업의 규모화가 단순히 동물들에게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모피 가공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부실한 작업 환경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하고 있다. 저자는 모피를 비롯한 동물 가죽 제품을 ‘사치품’으로 소비하는 행위가 동물 학대뿐 아니라 인간과 환경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주장하며 소비자로서의 책임감을 환기시킨다. 이 외에도 저자는 살아 있는 상태에서 쓸개즙을 채취당하는 곰, 모진 매질 속에서 동물쇼를 하는 원숭이 등을 보여주며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다양한 동물 학대의 실상을 폭로하고 그 고통을 만들어낸 사회 구조를 비판한다.
동물 운동가는 피할 수 없는 동정 피로
동물권은 도덕적 잣대를 넘어 우리 사회를 공평하게 만드는 필수 과제이다. 그러나 동물보호 활동의 길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저자는 동물 구조 현장에서 자신이 놓친 동물, 동물 학대를 폭로하기 위해 마주해야 했던 크러시 필름(crush film, 동물을 발로 짓밟아 죽이는 영상)에서 감정적, 육체적 고통을 받았다. 그는 이러한 감정을 ‘동정 피로’라 말하며 동물권 활동을 포기하고자 했던 감정의 실체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를 다시금 동물권 운동에 뛰어들게 만든 것은 반려묘와의 약속, 동료 활동가들의 따뜻한 지지와 연대였다. 이러한 힘은 그에게 동물들을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할 이유를 되새기게 했고, 그의 활동에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넣었다.
저자는 동물을 인간의 자원이 아닌 존엄한 생명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독자들은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과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유토피아를 만드는 여정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추천사
세계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물학대, 그리고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시켜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이 빨려들어 가 단숨에 읽었다.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사육곰, 퇴역경주마, 동네고양이 살해, 재개발로 인해 남겨진 동물들은 우리나라와 너무나 똑같아 신기할 정도였다.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마주하기 힘들지만 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를 보며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된다.
_고은경(한국일보 동물복지전문기자)
동물보호라는 개념이 아직 낯설거나 동물보호 활동을 이제 막 접한 독자라면 『동물 유토피아를 찾아서』가 단순한 동물보호 여행기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쭉 읽다 보면 세심하게 잘 짜인 여행기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무릇 좋은 여행기에는 삶을 돌아보는 여정이 담겨 있다. 여행지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깊이 생각하며 반성할 거리를 안겨준다. 이 책은 동물보호에 관심을 지닌 이들이라면 천천히 음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_주쩡훙(대만 동물사회연구회 대표)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룽위안즈가 살아온 과정과 동물보호 활동 경험을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우여곡절과 더 큰 슬픔, 고통을 겪으며 이곳에 이르렀다. 그의 삶은 수많은 동물이 남기고 간 흔적과 변화로 가득 차 있었다.
_리젠후이(대만 국립성공대학 역사학과 교수)
연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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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밑줄긋기
p47 동물원 실태조사는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동물원에서 보는 것들은 일반 관람객들과 거의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동물에게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는 대신, 무대 뒤 동물의 고통을 보고 느끼려고 노력한다.
p110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꿈속에 나오는 동물들은 대개 어떤 곳에 감금된 채 잔인하게 학살된다. 그런 동물들을 바라보며 나는 이렇게 말한다. “정말 미안해, 지금은 도와줄 방법이 없어. 내일부터 아니, 다음 생부터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할게.”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면, 내일은 두 배로 노력하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p136 현재 우리 사회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에 있다.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존재인 반려동물만 하더라도, 동물복지나 동물윤리 차원에서 논의해 봐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런 문제들을 철학적, 사회적, 문화적, 법률적 등 다양한 관점에서 숙고해본다면,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238 “불쌍해! 밥 먹는 것도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자기 입도 혼자 못 닦잖아.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너무 불쌍하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보호구역의 직원들은 판다를 줄곧 ‘야옹이(판다가 고양이를 닮아서 붙은 별명-옮긴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그냥 친근한 호칭 같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판다는 원래 야생동물이었다. 고양이나 개처럼 인간에게 길들여진 동물이 아니었다. 판다는 새끼 때 사육사와 곧잘 어울려 노는데, 관람객들은 그 모습이 귀엽다며 몹시 좋아했다. 하지만 성체가 된 판다는 사람에게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p263 이곳(호생원)을 관리하는 스님은 동물의 기본 욕구에 대해 무지했다. 동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죽기 일쑤였다. “동물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지각(知覺)이 없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이렇게 말하며 숨이 곧 끊어질 것 같은 나귀와 말 앞에다 불경을 자동으로 읊어주는 염불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치 재판관이 판결을 내리듯 단호하게 말했다. “하루빨리 극락세계로 가거라.”
저자 소개
지은이 룽위안즈(龍緣之)
대만 타이베이 출생. 대만 화범대학(華梵大學) 철학과 졸업, 중국 베이징대학 영화학 석사 졸업, 중국 칭화대학(淸華大學) 과학기술철학 박사. 현 대만동물과인간학회(臺灣動物與人學會) 이사, 국제 비정부기구 액트아시아(ACTAsia)의 아시아 지역 대표, 생명보호협회(關懷生命協會)의 동물보호 교육플랫폼 자문위원. 대학생 시절 동물사회연구회 주쩡훙 대표의 영향을 받아 졸업 후에 베이징으로 건너가 동물보호 운동과 연구를 시작했다. 판다의 보호 역사 연구 진행, 일본 애니멀라이츠센터(Animal Rights Center Japan)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한국, 일본, 대만, 홍콩, 중국이 연대하는 ‘아시아 퍼 프리(Fur free)’ 운동을 제창했다. 최근에는 판다 보호와 동물 모피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9년, ‘동물보호토네이도(動保龍捲風)’라는 플랫폼을 설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와동물재단(Culture and Animals Foundation)에서 수상했다. 저서로는 그림책 『새끼여우의 엄마-엄마의 새끼여우(小狐狸的媽媽-媽媽的小狐狸)』(2022)가 있다.
옮긴이 강수민
중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했고 대만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했다. 중국과 대만 출판 시장을 살피며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좋은 책을 찾아 기획하고 있다. 현재 ‘같이’라는 번역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옮긴 작품으로는 중국 웹소설 『량세환』, 『착가양연-세원록편』 등이 있다.
옮긴이 김영화
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했으며,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외국어를 우리 언어로 옮기고 재창조하는 직업에 푹 빠져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같이’라는 번역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옮긴 작품으로는 『권력전쟁』, 『남자의 도』, 『유유자적 100년』, 『육아일기 90의 기적』 등이 있다.
차례
들어가는 말
서장 비행술과 로큰롤
1 치명적 귀여움: 살아 있는 곰의 쓸개즙 채취부터 기이한 곡예 공연까지
Column 동물원은 꼭 필요한가? 과학자가 답해줄 수 없는 철학적 문제
2 유럽 보호소의 이상주의자: 현대 동물보호의 기원과 발전
Column 제 발로 도축장에 가는 돼지를 찾아서
3 아무것도 기억하지 말아줘: 동정심의 다른 말은 고통이다
Column 인간은 개의 가장 좋은 친구인가
4 도쿄 거리의 샌드위치맨이 되다: 농장동물의 현실을 고발하다
Column 전통문화와 동물권, 어느 쪽이 중요한가
5 핀란드에서 늑대의 탈을 쓴 양이 되다: 옷장 속에 걸린 야생동물들
Column 툴리스패 생크추어리의 투사
6 북유럽, 동트기 전의 어둠: 모피 사육장에서 목격한 마지막 그림자
Column 국경 없는 사회운동
7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 않다: 판다 고향 탐방기
Column 깃대종 보호, 우리의 판단이 옳은가
종장 모든 동물은 나의 스승이다
감사의 말
부록 동물보호 문제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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