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사회

재일한인의 해역인문학-이동, 생활, 네트워크

최민경 지음
쪽수
232쪽
판형
148*210
ISBN
978-89-98079-94-9 93910
가격
20,000원
발행일
2024년 9월 30일
분류
부경대학교 해역인문학 기획도서 3

책소개

대한해협을 건넌 재일한인,

해역을 배경으로 피어난 다양한 문화와 네트워크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침략과 점령 속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주한 재일한인. 이들은 동북아의 역사를 짊어진 채 이동하고 삶을 이어간 대표적인 디아스포라로서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되어 왔지만, 기존의 연구는 재일한인의 일본 도착 이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재일한인의 역사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이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일한인 연구에서 ’이동성’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재일한인에게 해역은 이동의 공간이자 생활의 공간이었다. 근현대에 들어 해역은 교통망의 발전으로 지식, 사람, 물건, 문화가 이동하는 장으로 기능하였고, 재일한인은 해역을 이동하며 다양한 차원의 인문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재일한인의 해역인문학』은 인문학적 시각에서 동북아해역의 역동성을 연구하는 국립부경대학교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의 기획 아래 출간되었다. 저자 최민경 부경대학교 교수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동을 가능케 한 교통망과 재일한인의 생활세계였던 해역,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난 다양한 차원의 인문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일본과 한국 사이에 역동적으로 전개되었던 관계를 살핀다. 디아스포라들이 해역을 배경으로 형성했던 민간 교류의 흔적을 따라 재일한인의 발자취와 그 속에 녹아 있는 바다의 흔적을 파악해 보자.


바다를 통해 이동한 재일한인의 물리적 궤적을 재구성하다


한인의 해외 이주는 구한말 정치, 경제, 사회의 혼란 속에서 시작되었다. 1부에서는 근현대 시기 진행되었던 재일한인의 이동 양상을 살핀다. 한인의 이주는 어떠한 사회적 배경으로 이루어졌고, 그것을 가능케 한 물리적 기반은 어떻게 이 이동을 뒷받침하였을까. 저자는 대부분의 이동이 시작된 부산을 중심으로 제주, 여수에서의 재일한인 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분석한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이동은 한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는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간 ‘부관연락선’을 중심으로 도일 과정의 미시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당시 한인들의 이동 경험을 살핀다. 부관연락선을 통한 도항은 ‘생활 전선’이 시작됨을 의미하였고, 한인에게 이러한 이동은 다양한 의미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이었다. 특히 한인과 일본인이라는 민족의 경계가 주는 차이는 분명했는데, 부관연락선은 식민자와 피식민자 간 이주 동기와 과정, 그 결과의 차이가 표출되는 공간이었다.

일제강점기 한인의 도일 흐름은 부관연락선과 같은 공식적인 이동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밀항은 국가에 의한 이동의 규제를 비공식적 또는 불법으로 극복하는 형태였다. 해방 이전의 밀항은 불규칙한 제도의 변화로 이동을 저지당한 사람들의 대안이었고, 해방 이후에는 혼란스러운 한반도의 정치, 경제적 혼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비공식적 이동과 그 과정에서 재일한인 커뮤니티가 수행한 역할을 살핀다. 


해역, 재일한인의 이주, 노동, 생활 세계가 되다


2부에서는 이동의 중심이 되었던 부산과 부산을 마주하는 간몬 지역에 초점을 맞춰 재일한인 생활 세계의 특징을 알아본다. 일제강점기, 부산은 한인들이 도항을 기다리는 장소임과 동시에 일본의 패전 이후 일본으로부터 귀환하는 한인들의 목적지였다. 근현대의 해역 이주 현상과 함께 부산의 고유한 도시 경관 중 하나인 ‘산동네’가 형성되었다. 저자는 산동네의 확대를 살피며 부산이 이동과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과정을 밝힌다.

바다는 재일한인들이 머무르며 노동했던 공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인구 이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던 기타규슈항의 부두 노동에 주목한다. 이곳에서 재일한인은 화물의 선적과 하역을 하는 ‘나카시’로 활동했다. 책에서는 일본인보다 현저히 적은 임금을 받으며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는 등 매우 불안정한 노동 및 생활 구조 속에 놓여 있었던 그들의 생활을 되살렸다.

해역인문학적 시각에서 재일한인을 이해하는 데 시모노세키는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일본의 패망 이후 해역 교통망이 재건되는 과정에서 시모노세키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재일한인의 로컬리티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제강점기 탄광 노동을 했던 한인의 집주 지역이 ‘똥굴 동네’라는 별칭으로 불리다 ‘리틀 부산’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해역 교통망의 변화와 관련지어 고찰한다.


사람, 물건, 문화, 지식의 이동과 교류…

재일한인의 인문네트워크는 어떻게 전개되었나


재일한인의 이동은 해역을 가로지르는 지식, 물건, 문화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였으며, 추가적인 사람의 움직임을 전개하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차원의 인문네트워크 또한 탄생하였다. 3부에서는 냉전, 경제 개발, 글로벌리즘이라는 모국과 정주국, 나아가 동북아의 거시적인 변동 아래 재일한인의 인문네트워크가 전개해온 양상을 살핀다. 

저자는 한국전쟁 당시 남한의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재일학도의용군의 이동과 잔류 과정을 통해 냉전 패러다임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주목한다. 뿐만 아니라 재일한인은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재일한인이 매개가 된 지식과 물자의 이동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정책 추진에 있어 핵심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제주의 감귤 산업 발전에 재일한인이 미친 기여를 집중, 분석한다. 바다를 건너온 이민자들이 체류하며 형성한 코리아타운. 일본 내 코리아타운은 바닷길을 통한 사람, 물건, 문화의 이동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으로 해역인문네트워크의 중심으로 기능하였다. 저자는 오사카, 도쿄를 예로 들어 글로벌리즘의 진행과 함께 해역 도시 속 코리아타운의 전통이 변화하는 모습을 분석한다. 

재일한인의 인문네트워크는 한국과 일본의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 한편, 두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역동적으로 재편된 해역에서의 이동, 생활, 네트워크의 양상은 해역인문학적 시각에서의 양국의 역사와 문화적 실천을 살피는 데 필수 불가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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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p30 일제강점기 한인의 도일은 식민지와 피식민지 사이의 비대칭적인 힘의 구도 속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은 실제 이들의 이동을 가능케 한 해역(海域)을 가로지르던 물리적 기반의 중요성이다. 아무리 배출 요인과 흡인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한다 해도 이주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교통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의 이동은 발생하기 어려우며, 특히 바닷길을 이용하는 이동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p63-64 부관연락선은 한인과 일본인의 이주 동기, 과정, 결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표출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이동하는 자와 이동하지 않는 자의 상호 관계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그들’에 대한 구별 짓기가 이루어지며, 이러한 움직임이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심리적 요소와 융합하여 끊임없이 재생산, 변형되는 디아스포라 공간의 특징과 일맥상통한다.


p105 해역과 산동네를 교차시키는 작업은 해역인문학적 시각에서 부산의 도시 형성의 역사를 재고찰하는 시도임과 동시에 부산의 미래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전제되어야 하는 “부산항을 둘러싼 다양한 이동의 역사 그리고 네트워크의 형성과 변화 및 부산이란 공간 구조에 대한 역사적 탐색”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p166 재일학도의용군의 역사는 이들이 모국을 위해 희생했을 뿐 아니라 ‘모국에 의해 희생된’ 측면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일학도의용군의 결성과 참전, 그리고 귀환/잔류 과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를 뒤덮었던 냉전 패러다임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지배하고 영향을 미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p205 ‘해역’은 넓은 면으로서의 ‘바다’인 해양, 그리고 개별 점으로서의 ‘항구 도시’와 달리 ‘바다’와 육지를 어우르며 그곳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차원, 내용의 인문네트워크의 존재를 특징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재일한인과 같이 ‘바다’를 건너 살아가고 이어져 온 사람들을 고찰하는 작업에서 해역인문학적 접근은 유효하다.


저자 소개                                                                    

최민경

198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석사과정, 일본 히도쓰바시대학(一橋大學)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전공은 역사사회학·일본지역연구로, 특히 국제 이주, 디아스포라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터 국립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주요 저역서와 논문으로는 『동북아해역과 글로벌리즘: 컬처, 로컬, 모빌리티』(공동 저자, 2024), 『바다를 건넌 물건들 Ⅱ』(공동 저자, 2023), 『해항의 정치사』(단독 번역, 2023), 「해역도시는 이민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일본 요코하마를 중심으로」(2024), 「어업이민을 통한 해방 후 해외이주정책의 이해」(2022) 등이 있다.


차례                                                              

책을 펴내며


서장 재일한인 더하기 해역

문제 제기

이 책의 구성


제1부 해역을 이동한 재일한인

제1장 바닷길과 재일한인의 탄생 

한인 도일의 배경과 전개 과정 

해역 교통망에 대한 이해 

부산에서의 출발

기타 지역에서의 출발: 제주, 여수 

제2장 ‘경험’으로서의 부관연락선 

부관연락선의 탄생과 전개 

부관연락선을 탄다는 것 

재일한인이 경험한 부관연락선 

‘디아스포라 공간’, 부관연락선

제3장 또 하나의 이동, 밀항 

해역의 ‘틈’을 가로지르다 

도항 규제와 밀항: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밀항: 해방 공간 

밀항과 재일한인 커뮤니티 


제2부 재일한인의 생활 세계, 해역

제4장 부산의 산동네와 재일한인 

해역과 산동네의 교차 

부산을 통해 고향을 떠나다 

부산을 통해 고향으로 돌아오다 

재일한인에서 시작하는 산동네 

제5장 노동의 공간, 부두

기타규슈항과 부두 노동 

근대 일본의 부두 노동 

재일한인 부두 노동의 특징 1: 석탄 운반 중심 

재일한인 부두 노동의 특징 2: 구미 제도로부터의 일탈 

제6장 ‘똥굴 동네’에서 ‘리틀 부산’으로 

재일한인 로컬리티의 다양화 

시모노세키의 재일한인과 ‘똥굴 동네’ 

해역 교통망의 재구축과 보따리 장수: 부관훼리 

‘리틀 부산’의 탄생


제3부 해역인문네트워크와 재일한인

제7장 바다를 건넌 재일학도의용군 

모국의 의미를 묻다: 한국전쟁 

재일학도의용군의 결성 

재일학도의용군 참전과 그 전개 

귀환과 잔류, 그리고 기억 

제8장 고향의 ‘개발’과 감귤 네트워크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재일한인 

재일제주인의 탄생: 기미가요마루에서 4.3까지 

제주도의 개발과 재일제주인 

감귤 네트워크와 재일제주인 

제9장 코리아타운의 전개와 해역 

바다가 만들어낸 코리아타운 

조선인의 공간에서 동시성의 공간으로: 오사카 

한국인의 공간에서 멀티 에스닉 공간으로: 도쿄 

해역 도시가 코리아타운을 마주하는 법


종장 해역인문학과 재일한인, 그리고 디아스포라 

해역을 통해 보는 재일한인 

디아스포라와 해역인문학 


후기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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