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저자
 
 
 
 
 
콜트 45
   
 

정광모 소설

저 자 : 정광모
쪽 수 : 232쪽
판 형 : 국판 변형(125*190)
ISBN : 978-89-6545-692-6 03810
가 격 : 15,000원
발행일 : 2020년 12월 28일
분 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책소개

▶ 과거로부터 이어진 끝없는 불안과 보이지 않는 미래,
장르를 넘나들며 구축되는 새로운 세계관
소설로 인간의 내면을 읽다

소설집 『작화증 사내』로 2013년 부산작가상, 2015년 장편소설 『토스쿠』로 아르코창작기금을 수상한 정광모 작가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소재와 특유의 냉철한 시각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그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초대한다. 여기 담긴 6편의 작품들은 리얼리즘부터 판타지까지 너른 스펙트럼을 지니면서도, 저마다 인간의 내면을 똑바로 마주보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표제작 「콜트45」는 일상의 표면과 역사의 심층을 포개는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은 부산 수정동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수정동은 산허리에 옛날 주택들이 빼곡이 들어선 동네로, 산지가 많고 평지가 좁은 부산의 특성과 피란수도 역사를 반영하는 공간이다. 주인공 ‘나’는 그런 산동네가 싫어 일찍 결혼을 해 집을 나오지만, 신혼의 단꿈은 금방 지나가고 비싼 찻잔을 사려 한다는 사소한 이유로 아내와 갈등을 일으킨다. 분노를 참지 못한 ‘나’는 결국 아내에게 손을 대기까지 한다.
아버지의 호출로 수정동 집에 돌아간 ‘나’에게 아버지는 콜트 45 권총을 겨눈다. 그리곤 겁에 질린 ‘나’에게 총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쟁을 회상한다. 총구를 튀어나간 총알처럼, 분노는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차가운 콜트 45를 어루만지며 찻잔 세트를 떠올린다. 둘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질적인 물건이지만, 이야기를 통과하며 동질성을 획득한다. 미시와 거시가 만나 이뤄낸 분노와 생(生)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환상일까

「축제의 끝」은 작가 특유의 SF적 상상력과 아포칼립스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감정을 다스리고 수치심과 혐오감을 없애 일상을 뒤엎는 모험에 선뜻 뛰어들게 만드는 신비로운 비약, ‘바닛’. 사람들은 바닛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축제를 간절히 기다린다. 바닛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어떤 물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축제의 제물로 바쳐지게 된 주인공은 금기를 깨고 이 축제의 비밀을 탐구(貪求)한다. 이야기 말미에 드러나는 진실은, 자아를 갖게 된 로봇과 특정 인간을 감쪽같이 본뜬 로봇이 인간과 어떻게 구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견습생 풍백」은 단군 신화 모티브를 차용하여 인간세상을 풍자한 일종의 우화다. 권력자 환웅의 아내가 될 동물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 각 동물 협회들 사이에 오가는 알력과 비리는 현실을 훌륭하게 묘파한다.
「그림자 도시」는 그림자를 사고판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도시의 지배자 거인이 시민들의 그림자를 끝도 없이 사들이면서 그림자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그림자를 잃고 ‘회색도시’로 보내진 시민들은 시위대를 조직하여 거인에 대항하는 혁명을 준비한다.


▶ 인간이라는 문제, 문제적 인간

「57번 자화상」은 허황된 명예와 부,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이야기다. ‘억’ 소리가 우습게 들리는 미술품 경매장을 묘사하며 전개되는 이 작품은, 미술 잡지 기자인 주인공과 원로화가 강호범을 내세워 예술과 인간 사이에 놓인 거리를 가늠한다.
「처형」은 정의구현에 대한 고찰을 다루고 있다. 교도관 ‘나’는 국가를 대신해 흉악 범죄자의 사형을 집행한다. 악질범에 대한 깊은 혐오를 감춘 채 재소자들을 친절로 대해 온 주인공은 끓어오르는 살의를 주체할 수 없어, 어느 깊은 밤 ‘살인마에 대한 살인’을 거행한다. 언론사에 피해자를 대신해 정의를 실현한 것이라는 성명서까지 뿌린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사람을 죽이고 싶었던 걸까, 정의를 실현하고 싶어 했던 걸까?” 정의라는 것은 어떤 경로로 구해지는 것일까. 이 작품은 무거운 의문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인간적’, ‘인간성’이라는 단어를 아름답게 사용한다. 하지만 정작 그 쓰임대로 살고 있는 인간들은 몇 없다. 정광모 작가의 소설은 이 관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인간이 무엇인지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



키워드

#기억과 환상 #리얼리즘과 판타지 #인간이라는 문제


첫 문장

경매사 목소리는 유혹적이었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34 나는 진실을 좋아하지 않아. 그건 깊은 바닥에 뭘 감췄는지 모를 심연을 닮았거든.
사람들은 진실을 싫어해.

P.50 나는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느낌으로 그녀와 연결되었다. 내 가슴에서 솟아난 빛으로 주차장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나는 지연을 꼭 껴안았다. 두 개의 자석이 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찰싹 달라붙은 것처럼 둘의 영혼이 이음새 없이 하나가 된 것만 같았다. 생각하면 연애 시절엔 별로 싸운 것 같지도 않다. 지연이 말하는 건 웬만하면 내가 다 들어주었다. 결혼을 한 후에 아내는 연애를 할 땐 자신이 웬만하면 참았다고 말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P.104 내가 할 일을 왕조를 뒤엎는 반역과 비교할 건 아니다. 그래도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경찰도, 검찰도, 아니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이니까. 사형 얘기만 나오면 인권 어쩌고 하며 벌벌 떠는 그들이 가증스럽다. 눈앞에서 강도가 아내와 자식을 푹푹 찔러 피바다 속에서 죽였다고 상상해 보라. 당신이라면 강도를 교도소에서 삼십년이나 살려둘 수 있겠는가?

P.213 어떻게 마지막 봉기가 일어나겠어? 우리 같은 사람도 봉기에 가담하지 않잖아. 마리아는 힘차게 말했다. 나는 다시 그림자 도시로 돌아올 거야. 어쩌면 봉기군의 선봉에 서 있을지도 몰라. 마리아는 심각하지 않게, 웃음을 섞어 농담처럼 말했기에 더 진실하게 들렸다. 나는 말했다. “봉기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아?” 하미드도 그를 따르는 무리도 봉기가 번지는 방식에 침묵했다. 막연히 어디선가 봉화가 일어나고 그 불을 뒤따라 여러 곳에서 봉화가 타오르는 방식이 아닐까 추측했다. 마리아가 말했다. “봉기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거야. 그러면서 그림자 눈도 부활하지.”


저자 소개

정광모
소설가. 부산 출생으로 2010년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대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 정책과학대학원을 졸업했고 소설집 『작화증 사내』, 『존슨기억 판매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 장편소설 『토스쿠』, 『마지막 감식』, 그 외 『작가의 드론독서 1, 2, 3』이 있다.


목차

57번 자화상
콜트 45
처형
축제의 끝
견습생 풍백風伯
그림자 도시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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