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저자
 
 
 
 
 
삼겹살
 
   
 
 

지은이 : 정형남
쪽수 : 254쪽
판형 : 국판
ISBN : 978-89-6545-182-2 03810
값 : 12,000원
발행일 : 2012년 7월 30일


 

책소개

▶ 난계 오영수의 적통 정형남의 장편소설

『해인을 찾아서』와 『남도(南島)』 등을 발표하며 고유한 문학세계를 만들어온 중견소설가 정형남이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출간하였다. 난계 오영수의 적통다운 향토적 정서와 정감 어린 어휘, 반도시주의가 돋보이는 『삼겹살』은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는 남위원이 도시에서 생활하다 귀향을 결심하기까지 만난 사람들과 그의 고향 정경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오랜 세월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다 전남 보성으로 터전을 옮긴 작가의 자전적인 면모를 글 속에서 엿볼 수 있다.

▶ 경계인들이 이룬 아름다운 우애의 공동체

주요 등장인물인 ‘남위원’은 지식인인 동시에 경계인(marginal man)의 위치에 있다. 제도 속에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제도와 완전히 절연한 것도 아니다. 시인, 화가, 서예가 등 남위원의 벗들도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세속 도시에 쉽게 영합하지 못했다. 이들은 경계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며 술을 나눈다.

강시인이 얼른 남위원의 마음을 두둔하고 나섰다. 시 낭송은 차례로 이어지고, 술은 마음 밑바닥을 적시어 분위기는 흔연하고 충만하였다.
집들이를 꽤나 다녀 보았지만 시 낭송으로 지신밟기를 한 것은 처음이오. 얼마나 좋아요. 상다리를 두드리며 니나노 가락으로 목청을 울려 봤자 시멘트공간으로 단절된 이웃들의 진정이나 들어올 테고.
(‘향수의 마음자리’)

환대와 배려가 몸에 밴 이들에게서 인정(認定)을 둘러싼 질시와 갈등을 찾기 어렵다. 인물들 스스로 자신들을 “풍류객”이라 자처하고 있듯이 인위가 아니라 자연, 필연이 아니라 우연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이 소설에서 많은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다.

김선장의 제수씨가 마주쳐 왔다. 어머나, 선생님 아닌가요? 그녀는 모자를 벗고 김선장에게 인사를 드리려다 말고 남위원을 발견하고 깜짝 반겼다. 간호사였다. 놀라기는 남위원도 마찬가지였다. 청해진이라 해서 어딘가 했더니 김선장의 제수씨일 줄이야!(‘향수의 마음자리’)

그래서 이들의 만남은 매우 자연스럽다. 정형남의 소설은 결코 우연을 필연으로 가공하지 않는다. 우연 또한 더 높은 차원에서 필연일 수 있을 것이다.

▶ “우리가 언제부터 삼겹살을 즐겨 먹었는지 아시오?”

경계인들이 형성한 우애의 공동체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삼겹살이다. 정작 저자는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삼겹살과 돼지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다. 삼겹살은 우애, 환대, 배려의 공동체를 매개한다. 이는 함께 돼지를 잡아 삶고 구우면서 술을 나누고 취흥에 하나가 되는 축제와 친교의 전통과 연관된다.

나, 한사장 장인마을에 집을 짓기로 했어요. 이럴 수가! 지상의 톱뉴스요. 삼겹살이나 족발 없어요? 안교장은 깜짝 뉴스에 전율을 느꼈다. 내친김에 삼겹살이나 족발로 이 기분을 붕 띄우자. 주인은 족발을 내오기 전에 삼겹살부터 내왔다. 삼겹살을 먹을라치면 중국 하니족들의 계단식 농경지를 떠올린다는 고향친구의 말이 새삼 귓가에 울렸다. (‘가깝고도 먼 빛’)

그래요, 그래. 탄광광부들이 일구어 놓은 삼겹살이야말로 가난한 서민들의 묵은 때를 포만스럽게 씻겨 주지요. 주인 아낙네가 삼겹살을 들여왔다. 일행은 새로운 기분으로 술잔을 들었다.
자, 건배합시다. 우리도 이놈의 삼겹살로 가슴에 맺힌 자질구레한 때를 한꺼번에 씻어 냅시다.
(‘강변의 갈대’)

남위원은 어디까지나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안락한 동네에서 알뜰히 우정을 키워 온 그들이야말로 어디를 가든 소중하고 보배로운 존재들이었다. 자, 술잔 듭시다. 새로운 출발, 안락한 경계를 위하여.
안교장이 술잔을 높이 들었다. 술상 위에는 삼겹살이 산골 다랭이 계단식 밭의 형상으로 익어 가고 있었다.
(‘떠난 자와 남는 자’)

예로부터 희생과 축복, 미천함과 신성함을 두루 의미하는 돼지처럼, 소설의 삼겹살 또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1장에서 고향의 잔치마당에 등장하는 삼겹살은 산골 다랭이 논밭에 비유되어 축일과 향수를 의미하고, 주인공이 귀환을 결정하는 계기 중의 하나인 돼지꿈은 길지와 풍요의 기대에 이어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 “잃어버린 도원”을 향한 오마주이자 자전적 귀환 보고서

정형남의 『삼겹살』은 작가가 감행한 귀환의 보고서이기도 하지만 난계 오영수의 “잃어버린 도원”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난계와 마찬가지로 정형남은 도시와 농촌이 선악의 이분법으로 환원되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도시가 인간의 타락사관을 반영하는 공간임을 거듭 강조하며, 반도시주의를 드러낸다.

도시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인간의 마음을 자꾸만 왜소하게 만들어요. 요즈음 들어 아파트 광장 벤치에 할 일 없이 처량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노인네들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문득 우리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었다. 머지않아 저 나이가 되면 도리 없이 저 모습 아니겠는가. 마음을 비우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떠난 자와 남는 자’)

정형남의 『삼겹살』은 자전적인 경향을 지녔다. 고향을 떠나 부산으로 이주하여 살아온 작가의 평생 이야기를 남위원이라는 인물에 빗대 전하고 있다. 이 소설의 중심은 단연 남위원이 살았던 부산 이야기이다. 고향에서 이주한 과정이나 시골로 귀환하는 과정은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이주와 귀환은 대단히 중요한 모티프다. 이 소설의 의도가 귀환이라는 새로운 삶의 출발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새로운 삶, 새로운 시작을 감행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작은 경계를 넘는 것이자 새로운 경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반복이 아니며 생성이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무모하게 산을 오르거나 조깅을 하지 않아도 창조적인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단계”를 예고한다. 그것은 새로운 도(賭)이자 도[?]이다.

▶ “안락한 동네”(부산 안락동)의 친구들에 대한 헌사

정형남은 오랜 동안 부산 안락동(소설 속의 “안락한 동네”)에서 살다 고향 근방의 전남 보성으로 귀환하였다. 집 아래로 호수가 산빛을 비추고 멀리 보성만이 아스라이 물결치는 곳. 작가 정형남이 귀환한 곳이다. 낮이면 뭉게구름이 돼지 모양을 할 것이고 밤안개조차 새끼 돼지 형상들을 이끌고 오지 않을까. 축복의 땅에서 창조적 생성을 예비하기 위한 각서가 이 소설이다. 또한 “안락한 동네”의 친구들에 대한 헌사이다.


작가소개

정형남
『현대문학』 추천과 『월간문학』 신인상, 그리고 『세계의 문학』에 중편 난동(暖冬)을 발표, 전업작가의 길로 나섰다. 장편 『해인을 찾아서』로 대산창작지원금을 받았고, 장편 『남도(南島)』로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받았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중편집 『반쪽 거울과 족집게』, 『백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해인을 찾아서』, 『여인의 새벽』(전5권), 『토굴』, 『남도』(6부작), 『천년의 찻씨 한 알』을 펴냈다.

차례

 

꽃이 피니 봄이로구나

안락한 동네

강변의 갈대

향수의 마음자리

세월의 부침

양지와 음지

가깝고도 먼 빛

떠난 자와 남는 자

해설: 고향으로 가는 길_구모룡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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